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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마트’의 작가 이 승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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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2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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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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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할인마트의 새벽 풍경을 통해 현대 산업화의 이면의 모습을 새로운 시각으로 표현해 내고 싶었습니다”
- ‘새벽마트’의 작가 이승민으로부터 그만의 작품 세계와 작업 방향에 대해 듣는다 -
사람들은 흔히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다. 그리고 그것들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다양한 시간대에 서로 다른 일을 하며 지낸다. 과거에는 흔치 않았던 ‘24시간 운영’이라는 개념을 이해하면 쉽게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그래서 쉴 틈 없는 현대인들의 일상에 파고든 ‘24시간 운영’이라는 단어는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을 연출해내기에 충분하다.
이 가운데 24시간 운영하는 대형할인매장을 촬영한 작가가 있다. 이제는 우리에게 이런 모습이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시되는 풍경일 수 있지만 어느 시간대에 매장을 방문하느냐에 따라, 특히 새벽 시간에 보이는 24시간 할인 매장의 모습은 새롭기만 하다. 그 모습을 이승민 작가는 지난해 말과 올해에 걸쳐 ‘새벽마트’라는 사진전을 통해 선보였다.
이에 본보에서는 이승민 작가를 만나 ‘새벽마트’를 촬영하게 된 동기와 그만의 작품세계에 대해 들어보았다. - 편집자 주 -
▲ 지난해 12월에 이어 지난 5월, 대형할인매장의 새벽 풍경을 담은 ‘새벽마트’ 전시회를 가진 이승민 작가
■ 24시간 운영하는 대형할인마트의 새벽 풍경을 촬영하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사실 마트에서 근무한 지가 오래됐습니다. 지금은 대학원을 다니면서 홈플러스 동대문점에서 홍보 담당자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24시간 영업을 하는 마트이다보니 간혹 새벽 늦게까지 남아 있는 경우가 있는데 낮과는 다른 풍경을 많이 접하게 됐습니다. 의외로 새벽 시간에도 쇼핑을 하는 고객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새벽은 잠을 자고 휴식하는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새벽에 경제활동을 하는 이들이 많고, 퇴근 후 오시는 분들이나 새벽 시간의 경제 활동을 위해 장을 보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그러한 새벽 시간 속에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니 너무 새로운 모습들이었습니다. 낮 시간에 물건이 없으면 화를 내기도 하지만 새벽 시간에는 10개 중에 1개의 물건만 있어도 고마워하는 등 오히려 비어있는 모습이 여유로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새벽 시간을 탐구하게 됐고 우리나라의 특성상 24시간이라는 개념에 익숙해져 있으므로 그런 개념을 중심으로 2년 여에 걸쳐 촬영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 새벽에 촬영을 하면서 여러 모로 어려움이 많았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직장 생활을 병행해야 했으므로 수면이 부족한 점은 있었습니다. 아울러 장비 사용 측면에서 지나 위주의 대형카메라로 작업을 했기 때문에 카메라와 부수 장비를 운용하는데 번거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촬영 중에 쇼핑객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촬영에 양해를 구하면 오히려 즐기는 분들도 계시는가 하면, 전시를 하게 되면 연락을 달라든가 하는 등 적극적으로 도와주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낮과는 분명히 다른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새벽 할인 마트의 풍경은 그렇게 해서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이죠.”
■ 지난해 12월에 첫 개인전을 갖고 지난 5월에는 부산에서 개인전을 열었다고 들었습니다. 전시회 후의 평가와 함께 언제부터 사진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아버지가 소유하고 계셨던 라이카 카메라를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접하게 됐습니다. 대학 시절에는 사진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사진을 배우게 된 것이죠. 그 후 사진에 대한 욕심이 생겨 사진학원에도 다니게 됐고 지금은 상명대학교 대학원 사진학과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제 경우 처음에는 흑백사진을 기본부터 배웠습니다. 아직도 흑백사진의 기법에 대해서는 더 배워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좋은 작업을 위해서는 아날로그의 흑백사진 기법은 꼭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디지털화가 되더라도 아날로그의 여러 표현 방법을 알아야 디지털의 창작 세계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부분의 갈증 때문에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오히려 더 열심히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전시회를 관람한 많은 이들이 건조하고 거칠어보이는 느낌이 강해 처음에는 남자의 작품인 줄 알았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막상 제가 촬영한 작품인 것을 알고는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런 전시회였다고 생각되지만 첫 전시회라 처음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툴렀던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제가 일하는 직장이기 때문에 너무나 익숙한 공간이라는 점이 작업에 혼돈을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즉, 업무상 사진이냐 작품이냐를 놓고 약 6개월 간 작업을 중단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늘 보이는 평범한 사진을 보여주면 안될 것 같아 다른 시야를 갖도록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여러 시도를 통해 하이앵글로 작업하자는 생각이 들어 30도 정도 높은 곳에서 매장을 바라보게 됐습니다. 익숙해 있는 시각과의 차별화를 둔 것이고, 그 결과 관람객들의 반응도 좋았던 것 같습니다.”
■ 직장 생활과 작가로서의 작업을 병행하게 되면 시간 배분이 중요할 것 같은데, 시간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요?
“애초부터 직장 일과 촬영 작업을 분리해서 생각했습 니다. 근무할 때는 촬영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퇴근 후에는 작업에 열중하고자 했습니다. 따라서 친구를 만나는 등의 개인적인 일을 많이 줄였던 거죠. 대학원은 부산의 홈플러스에서 근무할 당시 입학해 한때는 부산과 서울을 통학하기도 했지만, 서울로 발령이 나면서 좀더 수월하게 됐습니다.”
■ 각각의 작품 제목이 촬영한 시간으로 표기돼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새벽마트에 선보인 사진들은 새벽 1시에서 6시 사이에 벌어지는 상황을 표현한 것입니다. 촬영한 시간을 제목으로 그대로 나타낸 것은 특별한 이유라기보다 늦은 새벽 시간에도 사람들은 움직이고,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또 매장의 생리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대 별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고, 그래서 그 시간대의 특징을 담아내 전달하고자 한 것입니다.”
■ 앞으로 일반인들이 이승민 작가의 작품을 보고 어떤 점을 느꼈으면 좋겠습니까?
“현대인들은 24시간을 굉장히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잠시라도 여유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울러 자신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공간이지만 어느 시간대에서 어떠한 시각을 가지느냐에 따라 확연히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 다른 모습을 한 번쯤 느꼈으면 좋겠고, 새벽마트에서 보여진 모습처럼 풍성하다고 모두 좋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빈 공간에서 더 여유로움을 찾을 수 있는 만큼 그러한 여유로움에서 사람의 마음도 더 열리고 움직여지지 않나 생각합니다.”
■ 작가가 생각하는 사진에 대한 시각과 앞으로 어떤 작업을 더 해보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사진을 잘 몰랐을 때도, 무작정 좋았을 때도, 그리고 배울 때도 그렇고 모든 과정에서 사진은 제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어떤 마음을 진실되게 표현해내고 거짓이 없다는 것이죠. 새벽마트에서 보여줬듯이 앞으로의 작업 역시 현대사회의 모습을 담고 싶습니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발생하는 이로운 점도 많지만 그 이면에 나타난 부정적인 면을 표현해 내고 싶은 것이지요. 다큐멘터리성은 아니고 새로운 면을 새로운 시각으로 표현하고자 할 따름입니다. 아울러 유럽이나 미국, 아시아권이 아닌 제3지대라고 불리는 중남미나 아프리카 등지를 여행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한편 새로운 경험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담아내고 싶습니다. 아울러 여행 후에는 논문에 집중해 진정으로 원하는 작업은 올 겨울부터 준비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학생 신분을 벗어나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할 것입니다.”
■ 사진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간절히 원하는 꿈이 있다면 반드시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도 중학교 때 카메라를 처음 접했지만 본격적인 작가로의 길은 30살 즈음에 이뤄진 것입니다. 그만큼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간절히 원하는 마음만 있다면 길이 열릴 것입니다. 대신 이를 위해 겉모습이 아닌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디지털 시대라고는 하지만 절대 아날로그를 소홀히 해서는 안되며 그만의 테크닉을 배워야 더 많은 창작을 할 수 있습니다. 그간 느낀 점이 흔히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작업이 막힐 경우에는 사진 관련 서적 뿐만 아니라 미술, 철학, 현대사회 등에 대한 서적을 많이 읽었듯이 독서를 많이 해야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력하는 자세와 꿈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작업에 있어서 나이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내실을 기한다면 언젠가는 그 꿈을 이룰 것입니다.”
▲ 이승민의 첫 개인전 ‘새벽마트’ 중 ‘0215’
인터뷰 / 김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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