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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대 보다 추천작가, 박종호 작가 10-09-18 10:43   
작성자 : 대한사진영상신문 TEXT SIZE : + -

“자신을 위안하기보다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 제1대 보다 추천작가로 선정된 박종호 작가를 만나다 -

제 1대 보다(BODA) 추천작가로 선정된 박종호 작가는 건축학도에서 서양화 화가로 전향한 이채로운 이력을 지닌 사진가다. 2008년 ‘서울시립미술관 SeMA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된데 이어 지난해 ‘프라임문화재단 레지던시 입주작가’로 활동하며, 갤러리 LVS의 ‘젊은작가 기획전’에 선보였던 사진 작업으로 사진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작가적 성찰이 남다른 박종호 작가를 만나 그만의 특별함을 탐구했다. - 편집자 주 -

▲ 제1대 보다 추천작가로 선정된 박종호 작가


비주얼아트센터 보다는 ‘제1대 보다 추천작가’로 아직은 ‘사진작가’보다 ‘화가’가 더 어울리는 박종호 작가를 선정했다. 지난해 4월 갤러리 LVS의 ‘젊은작가 기획전’에 참가했던 박종호는 현대인을 표상하는 찌그러진 깡통 로봇 조형물을 사진으로 옮겨 전시했고, 그 작품이 보다 추천작가로 선정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박종호 작가에 대한 사진계의 이러한 평가는 그 자신에게 조차 어색한 일이다. 비주얼아트센터 보다는 그의 냉철한 시각을 흘려보지 않았는데, 그러한 시선을 견지한 사진작가들이 사진계 지평을 넓혀주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그림, 그의 언어가 되다
박종호 작가는 건축학을 전공한 뒤, 뒤늦게 회화로 전향했다. 부모의 반대에 부딪혀 미술을 전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 집안 형편도 어려웠거니와 밥벌이 시원찮은 예술계 종사를 반기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박종호는 나름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건축학과에 지원한 것이다. 그러나 대학 4학년 때 들은 회화사 수업은 박종호 작가의 가슴 속 깊이 웅크리고 있던 그림에 대한 욕망을 분출시켰고, 그 간절함은 걷잡을 수 없었다.
“뭉크의 절규와 마돈나라는 작품을 보면서 취업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제 자신을 억압하면서 살았는데, 뭉크의 작품을 보면서 그림을 그리면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세상에 외치고 싶은 말은 많았으나, 그 방법을 몰랐던 그가 드디어 자신만의 언어를 찾게 된 것이다. 그 때문인지 박종호 작가의 작품은 메시지가 강하다. 사육당하는 돼지, 뭇매를 맞은 깡통은 구속되고 억압받았던 지난날의 자신을 닮았고, 한 편으로는 거대한 구조 속에 함몰돼 자아를 저당 잡힌 이 시대 현대인들을 표상한다.
“처음 계기는 제 상처를 핥고 들여다보는 치유의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림을 바라보는 외연이 확대되면서 작업은 점점 사회를 향하게 되었죠. 현대인들이 과연 자기 정체성을 생각하면서 살고 있는지, 존재의 무게감을 느끼면서 스스로의 존엄성에 대한 보상을 사회적으로 받고 있는지, 그런 생각을 하니 인간의 높은 지능에 비해 돼지가 사육당하는 수준, 그 이상의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박종호의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돼지는 순수하고, 깡통은 꿋꿋하다. 그게 바로 인간에게 절망할 수만은 없는 무한한 희망이다.
“제 그림에 돼지는 더럽지 않고 깨끗합니다. 인간의 순수성, 본연의 정체성은 깨끗하고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데 단지 지금 갇혀있을 뿐이죠. 부정을 통해 스스로 나올 수 있다는 긍정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는 인간을 무뇌화 시키는 이 시대 미디어에도 불만이 많다. 자신의 삶의 무게를 회피한 채 타인들의 삶을 관음하는 현대인들은 무슨 병을 앓고 있는 것일까? 그는 자신을 들여다보는 게 괴롭기 때문일 거라며 괴롭더라도 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회의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예술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신진작가로 살아가는 것
백송화랑의 내일을 위한 작가 발굴전을 시작으로, 서울시립미술관의 SeMA 신진작가 전시 지원 프로그램, 서울시립난지미술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서울미술대상전 특선, 프라임문화재단 레지던시 입주작가로 선정되는 등 박종호는 이 시대가 주목하는 신진작가다.
그러나 시작부터 총망을 받는 전도유망한 미술학도는 아니었다. 그랬던 그의 주가가 단번에 상승한 것은 독일 3대 화랑 중 하나인 마이클 슐츠 갤러리의 마이클 슐츠 대표가 박종호 작가의 그림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면서부터다. 2005년 한국을 방문했던 마이클 슐츠 대표는 서울대학교 강연 중에 학생 작가를 한 명 발견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는데, 그 학생이 바로 박종호였던 것이다. 그날 이후 박 종호는 소위 잘 풀리는 작가가 됐다.
그렇다고 박종호의 그림이 갤러리 구미에만 맞도록 말랑말랑하진 않다. 이는 신진작가의 역할에 대한 박 작가의 생각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신진작가는 자본의 논리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이며, 그것이 옳고 그른가를 판단하면서 거대한 시장 경제나 기득권 세력들을 의심해보고 도전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팝 코드가 득세하는 시대입니다. 젊은 작가들은 진정한 예술이 어떤 방향으로 전진해야 하는지, 스스로의 삶을 어떻게 이끌어가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은 채 시장 원리에 끌려가고 있습니다. 신진작가들은 자신의 위치, 정체성부터 고민하고 그 모습을 사회에 보여줄 때라고 생각합니다. 사회도 그것을 요구하는 것 같고요.”


▲ 박종호 작가가 표현한 찌그러진 깡통과 돼지는 거대한 구조 속에 함몰되어 자아를 저당잡힌 현대인을 표상한다.

사진, 그의 또 다른 필기구
박종호 작가와 사진 이야기를 해보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는 사진보다 카메라의 기계적 매력에 먼저 매료되었다는 점이다. 골동품 카메라를 구입해 분해하고 조립하는 취미를 갖고 있었는데, 그러다 조금씩 사진도 찍게 되었다고 한다.
“파인더 안에 존재하는 세상은 훨씬 좁지만 깊게 볼 수 있습니다. 흐릿하게 보여 지던 것들이 밀도있고 선명하게 보여 지는 거죠. 여기저기 시야를 돌리면서 하나를 깊게 보며 사고하게 되는 매력이 있어 점점 사진에 빠져들게 됐습니다.”
박종호 작가가 작업에 본격적으로 사진을 도입하게 된 것은 설치 작업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날 것 그대로의 조형물을 보여주기보다 작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명료하게 전달하기 위해 사진이라는 틀을 빌려온 것이다.
“설치 작업은 갤러리 주변 공간에 따라 메시지가 변질될 수 있기 때문에 텍스트를 배제한 채 작품만 보이도록 사진 매체를 선택했습니다. 돈이 많이 드는 거대한 설치 작업에 비해 효과적으로 개념을 전달할 수 있는 점도 사진을 도입한 이유입니다.”
사진을 접목해 더불어 얻게 된 것도 있다. 설치 작업을 사진에 옮기면서 좀 더 구도의 문제에 천착하게 됐고, 이는 향후 회화 작업에 영향을 미치게 될 거라 그는 말한다. 또한 박종호는 사진의 검정 배경이 의외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래서 대상으로 캔버스를 꽉 채우던 박 작가의 향후 작품에도 변화가 생길 듯하다.
“매체와 매체가 만나서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 내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여러 매체를 섭렵한다는 것은 하나의 생각을 깊고 넓게 표현하는 것이며, 한 가지 매체가 갖고 있는 속성에 매몰되지 않고 자기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박종호 작가는 당분간 회화와 사진작업을 병행할 계획이다. ‘눈 먼 돼지’라는 주제를 끝으로 4년 동안 이어져 온 돼지 작업은 조만간 막을 내리고 또 다른 페인팅 소재를 선보일 예정이지만, 이제 막 시작된 사진 작업은 조금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위안보다는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박종호 작가의 격렬한 욕구는 이제 막 분출되기 시작했을 뿐이다.

취재 / 박영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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