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대한사진영상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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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사진의 대가, 박종우 사진작가의 근황이 궁금하다!
“지난 1년간 한국의 분단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DMZ를 테마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영상과 사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거머쥔 사람이 있다. 방송용 캠코더와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아시아 오지를 20여 년간 누빈 박종우 사진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다큐멘터리 사진가와 다큐멘터리 PD란 타이틀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그가 영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지난 2007년 방영된 ‘차마고도 1000일의 기록-캄’이다. 3년여의 시간을 투자해 차마고도 전 구간을 작품화한 박종우 사진작가는 한때, 사진기자로 일하며 익힌 민첩성과 순발력을 바탕으로 뛰어난 영상미를 연출하고 있다. 또 사진계에서도 오지 속의 모습을 순수하고 강렬하게 묘사하며 좀처럼 보기 힘든 사진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친다’는 속담이 빗겨간 박종우 사진작가는 비슷하지만 다른 사진과 영상을 동시에 잡은 실력있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다. - 편집자 주 -
▲ 한국의 분단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DMZ를 배경으로 1년 프로젝트를 진행한 박종우 사진작가
누구에게나 허락되지 않은 땅, DMZ에 가다
일 년에 2백50여일을 외국, 그것도 아시아 곳곳에 오지를 누비던 박종우 작가가 지난해 가을부터 한국에 머물고 있다. 그가 한국에서 첫 촬영을 시작한 곳은 DMZ(비무장지대)이다. 6·25 전쟁 이후 남북이 서로 대립하고 있는 군사분계선 사이에서 시간이 정지된 듯 수많은 아픔과 역사를 간직한 비무장지대는 우리나라 허리를 가로지르며 동서로 길게 뻗어 있다. 군사정전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접근이 가능하며 그 조건 역시 까다로워서 아무에게나 출입을 허락하지 않는 철저히 통제된 지역이다.
“지난해 9월, 국방부와 조선일보가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기념해 다큐멘터리 작업을 의뢰했다. DMZ라는 특성상 개인이 접근하기가 어려운 곳이며, 이런 기회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아서 그동안 진행하던 해외 작업들을 모두 중단하고 촬영을 시작했다.”
박종우 사진가는 주말에만 서울에 머물며 평일에 DMZ에서 촬영한 작업을 정리하고, 또 다시 DMZ로 발길을 돌렸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1년. 제한된 시간 안에 이번 프로젝트를 완성해야 했으므로 몸이 열 개라도 부족했다고 한다. 더욱이, DMZ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며 동영상과 사진 두 가지 작업을 병행해 1년이란 시간은 너무 짧다.
“DMZ의 문화·역사·유적 등 모든 것을 기록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막연히 다양한 것을 많이 담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곳에 와 보니 군인들이 낮에는 자고 밤에 활동하므로 촬영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다 찾은 소재가 철조망이다. 철조망이 지닌 조형적 미학을 발견하고 나만의 관점으로 해석했다.”
우주에서도 실시간 교신이 가능한 요즘, 세상에 인간의 문명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 특히, 국내 어느 산골이든 휴대폰이 연결되지 않는 곳이 없건만, DMZ만은 예외다. 결국, 박종우 사진가가 선택한 DMZ는 한국의 오지 중 오지. 그 오지가 박종우 사진가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히말라야 매력에 빠지다
오랫동안 몸담은 저널사진을 그만두고, 주관이 개입된 사진이 좋아 시작한 프리랜서 생활은 박종우 사진가를 오지로 향하게 했다. 조금 더 좋은 사진 소재를 찾기 위해 향한 오지는 그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빠져나오기 힘든 매력을 선사한다.
“처음 히말라야에 갔을 때 무언가 대단한 것을 발견하려고 간 것은 아니다. 그저 젊은 나이에 힘든 곳을 찾아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서다. 단순히 생각했던 히말라야는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여전히 작업은 진행 중이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에선 그만큼 어려움에 부딪칠 확률이 높다. 정보 찾기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박종우 사진작가는 오래 종사한 사진기자 이력 덕분에 낯선 곳에서도 정보를 모으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각종 매체 기사와 서적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현지에서 얻은 산지식을 취합해 종합 자료를 만들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일까?’라는 호기심이 더 오래 그곳에 머물게 했다.”
오지의 특성상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하면, 그 문화가 상업적으로 변모해 이전 모습을 찾기 어렵게 된다. 기록하고 싶은 마음과 정보 제공에 의한 파괴, 지키기 위한 공개와 비공개 이 모든 것이 사진가의 숙명적인 갈등이다.
“일전에 유네스코에서 실크로드에 위치한 이란 바자르(이슬람 지역의 시장)를 촬영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바자르에서 과거 민족의 풍습을 지키면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들의 아이들은 더 이상 민속 의상을 입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남아 있는 기성세대들이 바자르의 마지막 모습이다. 그들이 죽는다면, 바자르는 영원히 역사에서 사라진다. 그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이 후세에게 바자르를 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 박종우 사진작가의 작품
사진과 영상이 만나다
박종우 사진가는 예나 지금이나 해외 출장이 잦다. 그곳에서 사진과 영상을 함께 촬영하는 작가들과 빈번하게 만나며 그의 삶은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잘 나가던 사진기자를 그만두고 영상 디렉터로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다.
“사진은 짧은 찰나를 기록하기 때문에 연속성이 아쉬웠고, 동영상은 절정의 순간이 짧아 그것을 포착하는 현장성이 부족하다.”
두 가지 작업을 병행하며 겪은 숱한 시행착오는 박종우 사진가가 스스로 포기와 절충점을 찾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동이 자유로운 사진은 그 만큼 촬영 장소가 다양하다. 그러나 영상은 고정된 자리에서 촬영을 하기 때문에 다가올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날카로운 판단력이 필요하다.
“오지라는 폐쇄된 공간에선 우선, 사람과 친해져야 한다. 보통 여자보다 남자가 개방적이다. 특히, 이슬람 여성들을 촬영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친해지면 어른들을 알 수 있고, 그러다보면 여자들도 촬영할 수 있으니 그 수위를 조절하면 촬영하기가 수월해진다.”
박종우 사진가는 손짓발짓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에, 인물사진 촬영 시 언어에 의한 어려움은 없다고 한다. 다만 영상은 인터뷰가 들어가므로, 어느 정도는 언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해소한다면 두 가지 작업을 병행하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다는 것이 박종우 사진가의 생각이다.
다큐멘터리 사진은 있는 그대로를 기록한다. 박종우 사진작가는 사진기자로 일하면서 사회 현상에 대한 관심과 사명감을 갖게 됐다. 따라서 이 모든 것을 충족시키기 위해선 영상과 사진 작업이 그가 하는 일에 있어서 필요충분조건이 된다.
늘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다
히말라야 풍경을 담은 박종우 사진가의 첫 번째 사진집 ‘히말라야(20년의 오디세이)’를 통해 20년간 그가 쌓아온 평범하지 않은 내공을 느낄 수 있다. 또 박종우 사진작가는 히말라야 본연의 모습 외에 히말라야 주변에 사는 무역상, 아시아 교육, 바자르의 모습, 티벳 라싸의 동쪽 지역인 캄 등 다양한 주제로 구성된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1년 단기 프로젝트로 서울의 성곽을 촬영하고 있다.
“취재 대상의 문화와 사람, 언어에 대한 애착이 많으면, 그 나라의 언어를 습득하는 속도는 빠르다. 나 같은 경우엔 이슬람 문화에 애정을 갖고 작업하니 촬영 내내 즐거웠다. 단순히 사진만 촬영하기 보다는 그곳 사람들의 문화를 천천히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DMZ 촬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낸 박종우 사진작가가 1년 내내 한국에 있기는 처음이다. DMZ 촬영이 끝난 그는 그동안 못했던 해외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또 DSLR 카메라로도 동영상 촬영이 가능해지면서 3D 촬영에 도전해 볼 계획이다.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갖고 늘 도전하며 살아온 지난 20년이 그를 이끌어 온 원동력이 아닐런지. 척박하게 변해버린 국내 다큐멘터리 사진계에서 박종우 사진가처럼 단비와 같은 사람들이 있기에 아직 희망을 품어 볼만 하다.
취재 / 이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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