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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문화유산상’을 수상한 문화유산사진연구소 안장헌 소장 12-01-18 11:00   
작성자 : 관리자 TEXT SIZE : + -

“문화재 사진은 과거 문화유산에 깃든 선조들의 정신과 후대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 사진가 최초로 ‘대한민국문화유산상’을 수상한 문화유산사진연구소 안장헌 소장을 만나
문화재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

지난해 12월, 문화재 사진가 안장헌 씨가 사진업계에서 처음으로 ‘대한민국문화유산상(봉사·활용 부문)’을 수상했다. 근 30여 년간 문화재 사진에 매진해 온 안장헌 사진가의 작품은 한국 고유의 문화재를 고증하고 복원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될 뿐 아니라 사진계에서도 희소가치가 높은 작품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그의 작품은 1980년대 한국미술전집을 발간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주었고, 이후에도 여러 사진전 및 작품집을 통해 심층적인 문화재 연구에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어, 이번 수상은 이미 예견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안장헌 사진가는 그동안 석불, 정원, 서원, 석탑, 고건축, 왕릉 등 우리나라 곳곳에 산재해 있는 문화재를 탐구하고 이를 사진으로 남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누군가의 부탁을 받거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단지 문화재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그의 사진 활동의 발로여서 그가 남긴 문화재 사진은 스케일이 크면서도 구체적이다. 아직도 한 달에 2~3번은 문화유산의 보고인 경주 남산에 오르고, 현재 작업 중인 서원과 정원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는 문화재 사진 전문가, 안장헌 사진가를 만났다. - 편집자 주 -

▲ 안장헌 사진가

문화재 사진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학창시절 줄곧 카메라를 손에서 놓고 지낸 적이 없을 정도로 사진을 좋아했다. 사진기자재가 드물었던 그 옛날 현상 도구를 직접 제작해 사진을 인화했으니 그 열정만은 대단했다. 대학에 진학한 후에는 한 동안 음악에 심취해 있었다. 그러나 우연찮은 기회로 인해 카메라를 다시 잡게 되었고, 학내 사진동아리를 결성해 본격적인 사진 활동을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지금의 고려대학교 사진동아리 ‘호영회’다. 여러 공모전에 참가해 입상도 했으니 사진에 대한 재능은 나름대로 있었던 것 같다. ROTC를 지낸 나는 졸업 후 전방 부대로 임관하게 되었고, 군 복무 중에도 사진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겨울 혹한기 훈련장에서 마주하게 된 돌무더기 위의 돌부처 하나가 내 마음을 요동치게 했다. 햇빛을 받아 나를 향해 흐뭇한 미소를 보내주던 돌부처의 온화한 미소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 시절 읽던 한 책에서 한국 문화의 박해와 그 실상을 잘 알고 있던 터라 무자비하게 방치된 문화재에 더욱 가슴이 아팠다. 이것이 바로 내 인생에 문화재 사진이 자리 잡게 된 계기였고, 제대 후 전국의 문화재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문화재 사진은 역사적인 가치를 탐구하는 작업이어서 기본적인 사진 역량만으로 접근하기 힘들것 같은데, 어떤가?
“우리나라 문화재의 80~90%는 불교문화다. 실상 1973년 처음 경주 남산에 올라 문화재 사진을 찍어보니 그 의미와 원류를 모르고 접근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문화재를 몰라도 구도에 맞게 찍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사진은 껍데기일 뿐 알맹이를 찍어야 그 문화재에 상징성을 부여할 수 있게 된다. 이후부터 일본,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 출간된 불교 서적을 독파하기 시작했고, 전국의 사찰을 다니며 스님들의 법문을 듣기도 했다. 그 시간만도 몇 년이 걸릴 만큼 인내를 요하는 일이었다.”

대한사진예술가협회를 창립한 백오 이해선 선생에게서 사진을 사사 받은 것으로 안다.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나?
“대학 시절 대한사진예술가협회 사진전을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그곳에서 우연찮게 이해선 선생님을 뵙게 되었다. 이해선 선생님께서는 회원들의 작품을 평가하는 월례회의에 나를 초대해 주셨고, 그 자리에서 준비해간 작품 20점을 품평해주셨다. 이를 시작으로 선생님과 만남을 이어갔고, 그 과정 속에서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조형의식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목조, 석조 건축물을 처음 사진으로 기록한 분이 바로 이해선 선생님이다. 선생님이 작고하신 후, 건축부문의 작품을 모아 작품집을 출간해 드렸다. 그러나 석조물 편은 자료를 찾지 못해 아직까지 출판을 못하고 있다. 책이 출간되면 후손들에게 훌륭한 역사적 실증자료가 될텐데, 그러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 안장헌 사진가는 지난 30여 년 동안 석불, 서원, 향교, 고건축, 석탑 등 우리 고유 문화재를 촬영해왔다. 사진은 경주 남산에 있는 용장계 3층 석탑이다.

▲ 안장헌 사진가는 현재 한국의 전통 정원을 복원하고 있다. 사진은 신라시대 문무왕 때 조성된 인공연못, 안압지이다.


반평생을 문화재 사진에 바쳤는데, 문화재 사진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한 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문화재를 대하면 진한 감흥이 느껴진다. 이토록 아름다운 조형물을 만들기 위해 누군가가 노력한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그런 감흥을 사진에 담아 표현하는 것이 문화재 사진이다. 문화재 사진을 제대로 찍으려면 탁월한 안목과 표현 능력이 필요하다. 폭넓은 지식이나 연륜이 있는 사람일수록 사물을 깊이 있게 바라볼 줄 아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진이 보는 이로 하여금 반드시 내가 느낀 감동을 그대로 전달하지는 않는다. 그 이상이 될 수도 있고, 그 이하가 될 수도 있다. 문화재 사진 속에 내제된 알맹이를 보고 느끼는 것은 바로 그 사람의 몫이다. 사진의 아름다움을 통해 그 가치를 재조명하고, 그 감동이 증폭되는 것이야 말로 ‘문화재 사진의 매력’이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문화재를 찾아 촬영하는 일이 쉽진 않을 것 같은데, 그동안의 작업 과정 중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문화재 사진을 시작하고 가장 처음 찾아간 곳이 경주 남산이다. 그래서인지 가장 많이 탐구한 곳도 남산이고, 지금도 한 달에 2~3번은 찾아 간다. 얼마 전 한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됐을 만큼 경주 남산은 불교문화의 보고다. 그중 미륵곡 석조여래좌상은 경주 남산의 석불 중 보존 상태가 가장 우수하다. 경제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 때 석조여래좌상 앞에서 108배를 하면 그 온화한 미소 덕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경주에 내려가면 꼭 들르는 곳이다. 영암 월출산 정상에 있는 마애여래좌상(국보 144호)은 가장 고생하며 촬영한 곳이다. 계절, 시간, 날씨가 맞지 않아 세 번이나 오른 끝에 마애불의 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햇빛이 마애불에 내리쬐면서 그 전에 미처 알지 못했던 작은 동자상이 눈에 보이던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문화재 소재를 다뤄왔는데, 현재는 어떤 것을 작업 중인가?
“오는 2월, 인재대학교 김학수박물관에서 ‘서원’을 주제로 사진전을 연다. 성리학을 교육하던 서원은 전국에 걸쳐 1천여 개가 넘는다. 제향을 지내는 곳만도 4백여 곳에 이른다. 가능한 많은 서원을 보여주고 싶지만 그러다보면 사진의 깊이가 얕아지므로 아쉽지만 중요 서원 10곳의 구성 요소를 자세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그리고 지금은 한국의 전통 정원을 찾아 기록하고 있다. 궁궐, 사찰, 서원, 향교, 전통 가옥 등에는 너무도 아름다운 정원이 많다. 일본이나 중국의 거대한 정원에 밀려 한국의 전통 정원이 소외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냥 버려두기에는 너무 아까운 한국의 옛 정원을 복원하고 그 자료를 남길 예정이다.”

어떤 장르보다도 특히, 문화재 사진에 더 애착이 갈 것 같은데, 작가 자신에게 ‘문화재 사진’은 어떤 의미인가?
“나는 선조들이 문화유산에 심어 놓은 정신세계를 찾아 후대에 전해주는 문화재 사진가다. 문화재 사진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와 같다. 일반인들이 사진을 보고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감흥까지 발견한다면 사진가로서 더 이상 바랄게 없다. 내가 일차적으로 느낀 감흥을 사진에 담고, 그 사진을 본 제 3자가 더 큰 감동을 찾아가는 것이 문화재 사진의 정체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사진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문화재는 움직이는 대상이 아니다보니 우연히 만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먼저 관심을 갖고 다가서야 그 가치를 제대로 알게 된다. 문화유산은 전국 어디에나 있다. 자기 주변에 있는 문화유산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촬영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보이고, 그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길가에 핀 작은 꽃도 관심을 갖지 않으면 보이지 않듯이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는 수많은 문화유산을 외면하면 우리의 소중한 유형 자산이 소멸되고 만다. 과거가 있어 오늘의 우리가 존재하는 것처럼 과거를 알아야 미래가 있다. 이러한 대업에 문화재 사진이 조금이라도 일조하길 바란다.”

인터뷰 / 김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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