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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수 사진작가 11-09-23 19:42   
작성자 : 관리자 TEXT SIZE : + -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작가로 남는 것이 꿈입니다”
- 세계 유명 갤러리가 인정한 구성수 사진작가를 만나다 -

제2회 일우사진상이 ‘올해의 주목할 만한 작가’로 선정한 구성수 사진작가는 사진과 조각, 회화를 혼재한 독창적인 방식을 통해 사진을 수공예로 재현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실험적인 소재를 활용해 자신의 의도를 자유롭게 표현한 그의 작품에는 오늘날 한국적인 독특한 미학이 숨어 있다. 구성수 사진작가의 이름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그의 작품은 샌프란시스코 MOMA, 휴스턴 현대미술관, 산타바버라 뮤지엄을 비롯해 지난 2008년에는 미국 게티뮤지엄(The Getty Museum) 같은 유명 갤러리에서 전시되기도 했다. 또 한국에서는 광주비엔날레, 국립현대미술관 등에서 그룹전을 열고, 여러 차례의 개인전도 개최한 바 있다. 독일 ‘핫체칸츠’에서 출간될 사진집의 막바지 원고를 다듬고 있는 구성수 사진작가를 그의 수유동 작업실에서 만났다. - 편집자 주 -

▲ 구성수 사진작가

미국 게티뮤지엄이 ‘서른살 아내’를 컬렉션한 것이 화제가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작가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요?
“미국에서 우연히 게티뮤지엄 디렉터인 주리 켈러를 만난 게 인연이 되었습니다. 제 전시에 온 그에게 ‘한국 사진을 대표하는 이런 작품이 있는데 어떠냐’고 물었더니 오리지널 프린트를 보고 나서 컬렉션을 결정하더군요. 전시를 하며 절감했던 것 중에 하나가 외국의 미디어들은 사진 작품의 역사적 맥락을 굉장히 중요시한다는 거였어요. 한국 사람들은 변화무쌍하고 민첩한 걸 좋아하지만 외국에서는 구조를 깊이 꿰뚫어보죠. ‘서른살 아내’로 국내에서 상도 받았지만, 무엇보다 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게티뮤지엄에서 전시했다는 게 작가로서는 큰 영광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크게 회자됐던 ‘서른살 아내’의 기획 의도는 무엇입니까?
“제가 사진을 배우던 90년대 초반에는 구본창 선생님처럼 유학파 작가들이 많았습니다. 당시 한국은 이제 막 국제적인 사진 감각을 접할 시기였는데, 학생들도 전부 미국이나 유럽 쪽에서 사진을 공부했어요. 그러면서 차츰 2000년대 이후부터 독일이나 프랑스, 북유럽 작가들의 사진이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했죠. 미국의 사진 경향을 대표하는 낸 골딘 같은 작가들을 보면 일반적이지 않은 예컨대, 사생활을 드러내거나 포스트모던한 사진이 많죠. 그런가 하면 독일 사진은 또 굉장히 포멀하고 객관적이에요. 때문에 어디에서 유학했느냐에 따라 작품의 경향이 갈렸는데, 저는 유학을 다녀오지 않아서 이 두 가지 성향을 모두 갖고 있어요. 믹서기에 넣고 혼합하듯 여러 성향들을 혼재해 한국적인 이미지로 다시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린거죠.”

사진, 회화, 조각이 혼재된 ‘포토제닉 플랜트 드로잉 시리즈’도 독특한데, 이는 어떻게 구상하게 된 건가요?
“일반적인 다큐멘터리 사진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사진과 회화, 조각을 섞어서 새로운 개념의 필름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죠. 석고판에 식물을 직접 눌러서 밀착시킨 뒤 음각을 만들고 또 석고 시멘트를 부어서 부조를 만들죠. 그런 다음 채색을 하고 사진을 찍는 과정인데, 그렇게 완성된 판이 하나의 필름이 되는 거예요. 그걸 크게 인화하고 싶으면 크게 찍고, 작게 찍으면 작게 나오는…. 굳이 식물을 선택한 건 다양한 식물 종을 찍어서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식물도감을 만들고 싶어서였습니다.”

사진 작품마다 구체적인 맥락이 있을 것 같은데, 혹시 작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어떤 작업을 하든 그 출발점은 사진입니다. 그런데 저는 사진의 기술적인 면에서 20년 동안 축적한 경험이 있어서 다른 작가들보다 유리한 편입니다. 이런 기술이 바탕이 되어서 또 다른 작업을 할 수 있는 거죠. 중요한 건 지금은 사진예술이 단순하게 기록사진으로써 역사적 의미를 갖는 시대가 아니라는 거예요. 기록사진은 아마추어도 많이 하고 있잖아요. 사진의 역사적인 맥락에서 자신이 할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정말 훌륭한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이 일반 독자들에겐 다소 어렵게 느껴질 것 같은데, 작가적 관점이 너무 뚜렷해서 일까요?
“앞서 언급한 작품의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려면 노력이 필요합니다. 전시 서문을 읽는다든지, 작가와 직접 만나본다든지, 그것도 아니면 자기가 상상해서 알아보는 수밖에 없죠. 현대미술을 한 눈에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저는 그걸 ‘비대중적’이라고 말하는데, 예술이란 게 원래 어렵기 때문에 대중적이라고 말할 순 없어요. 하지만 작가는 끊임없이 대중한테 말을 걸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제 소신입니다. 전문가나 동료 작가들만 아는 작품을 만들어서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일반인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작가의 역할이고 또 저 역시 계속 노력해야 할 부분입니다.”

작가로서 자부심을 갖게 해준 작품이 있습니까?
“15년 전, 고향인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오면서 ‘서울에서 살아간다는 것’이라는 작품을 냈습니다. 다큐멘터리 흑백사진인데 지금 봐도 감성적이고, 제가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다큐멘터리 작가가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있다면, 저는 굉장히 스스로를 감성적인 스타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아, 나도 이런 재주가 있구나’하고 작가가 되면 좋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오늘날 제가 작가의 길을 걷게 되기까지 하나의 시발점이 된 작품입니다.”

▲ 구성수 사진작가의 역대 전시 작품.

대표작을 ‘매지컬 리얼리티’로 꼽을 수 있을 텐데, 이는 어떤 의도로 촬영했는지요?
“한국 사회가 가진 현란한 속도, 그것이 갖는 키치적인 색감들, 이런 것들이 저는 우리가 급박하게 달려온 근대를 보여준다고 생각했어요. ‘매지컬(magical)’이 ‘속임수’란 뜻을 담고 있잖아요. ‘현실이 속임수 같다’는 것이죠. 한국 사회에서 만든 것들을 보면 유럽이나 미국에서 역사적인 맥락을 갖는 건축물, 예컨대 자유의 여신상 같은 걸 아무런 의미 없이 가져다 써요. 시각적으로 강하기 때문이죠. 제가 볼 때 한국 사람은 머리가 좋아서 뭔가 있어 보이는 걸 잽싸게 자기 것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 같아요.”

작품 속에 자유의 여신상이 등장하는 ‘윈 모텔’은 어떻게 촬영하게 된 겁니까?
“포항 고속터미널 앞에 있는 한 모텔을 배경으로 했어요. 제가 주인한테 촬영 협조를 구하면서 왜 그런 구조물을 만들었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해군 출신인데 태평양으로 훈련을 나가면 늘 자유의 여신상이 보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중에 여관을 차리면 옥상에 꼭 그걸 만들겠다고 했는데 진짜 현실이 된거죠. 자유의 여신상이 미국에서는 자유라는 국가 이념이 담긴 엄숙한 상징물인데 반해 우리는 여관 위에 올려서 장사의 목적으로 활용한다는 게 재미있지 않아요?”

작가로서 목표한 바를 전부 이뤘다고 생각하나요?
“학교 다닐 땐 막연하게 훌륭한 작가가 되는 게 꿈이었죠. 지금은 의미 있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역사에 남을 수 있는 작가말입니다. 최근 작업들 역시 지금껏 제가 공부하고 배워온 지식들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애초부터 목표 의식이 뚜렷했으니 무엇을 할까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절약했던 것 같아요. 그동안 별 문제없이 하고 싶은 작품들을 다 했으니 작가로서는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합니다.”

향후의 계획은 어떤가요?
“요즘은 로케이션 촬영보다 작업실 안에서 하는 일들이 많아요. 작업 자체가 찰흙도 뜨고 여러 가지를 하다 보니 복잡하고 까다롭거든요. 외부에서는 미발표작들을 전시하고 있어요. 여러 개 작업을 동시에 하다 보니 작업실이 회사처럼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독일 ‘핫체칸츠’ 출판사에서 사진집이 나올 예정이라 요즘 원고를 다듬느라 분주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9월26일까지 열리는 KIAF2011을 비롯해 대구시립미술관 전시, 리움미술관 전시 등의 일정이 있습니다. 사진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 번쯤 보러 오셔도 좋을 것 같네요.”

인터뷰 / 오혜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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