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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그룹 공간루 11-09-27 16:09   
작성자 : 관리자 TEXT SIZE : + -

“‘문화기획그룹 공간루’는 신진작가들에게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 올 초, 대학로에서 정동으로 이전하고 ‘정동갤러리’를 오픈한 ‘문화기획그룹 공간루’의 조인숙 대표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다 -

동화면세점 뒤쪽 언덕길은 정동에서 산책하기 좋은 코스다. 옛 경기여고 터를 끼고 고풍스러운 돌담길을 따라 걷다보면 정동극장과 서울시립미술관을 만날 수 있다. 서울시에서 광화문의 문화예술 지형을 표시한 ‘세종벨트’에 포함된 이 길에 문화기획그룹 공간루가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사진을 좋아하는 대중들과 교감해왔던 공간루는 올해 초 대학로에서 정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시에서 문화재로 지정한 구세군 본영 중앙회관 건물을 리모델링한 공간루는 석조건물의 기품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갤러리만의 멋을 자아내고 있다. 갤러리 이전과 함께 문화기획그룹 공간루는 ‘정동갤러리’라는 호칭도 얻었다. 기획전시와 공연, 포토랩, 출판 등의 영역을 넘나드는 공간루는 이기완, 황소연 등의 걸출한 작가를 배출한 신진작가의 등용문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공간루의 두 번째 출판물인 ‘안녕, 하세요’ 등을 출간하며 출판 사업에도 집중하고 있다. “당장이 아닌 5년 뒤, 10년 뒤에 새로움과 충격을 줄 수 있는 신진작가와 대중들이 만나는 장을 만들고 싶다”고 말하는 문화기획그룹 공간루의 조인숙 대표를 만나 갤러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편집자 주 -


▲ 문화기획그룹 공간루의 조인숙 대표

대학로에서 정동으로 갤러리를 이전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구세군 본영에서 ‘중앙회관의 갤러리 관리를 맡아주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해왔어요. 처음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와서 보니 건물이 아름답고 특히, 오후에 창가로 스며드는 햇살이 연출하는 아름다운 풍경은 갤러리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죠. 무엇보다 정동이라는 상징성이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중심이잖아요. 대학로는 이제 연극을 제외하곤 예술가들의 영역으로써 기능을 상실했다고 봅니다.”

‘공간루’를 처음 오픈했을 때 바라던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사진전공자로서 좋은 작품을 대중에게 선보이겠다는 갤러리에 대한 막연한 환상 같은 게 있었어요. 하지만 자금 걱정이 없는 굴지의 갤러리들 틈바구니에서 개인이 작은 갤러리를 운영한다는 게 무척 어려운 일이더군요. 그렇게 힘들 줄 알았다면 시작도 안 했을 거예요(웃음). 다행히 꼬박 3년을 참아내며 인내심을 갖고 전시를 하니 사람들 사이에서 ‘공간루’가 회자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운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어요.”

‘공간루’에선 신진 작가들에게 전시 기회를 많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사진 전문 갤러리로써 기존에 잘 알려진 작가들이 아닌, 가능성 있는 사람들을 발굴하는 게 저의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해요. 그 당시만 해도 대학로에는 제대로 된 사진 갤러리가 전무했어요. 그때 이기완, 황소연 같은 작가들을 직접 만나서 발굴을 했어요. 대가들은 작품을 걸 기회가 많잖아요. 저는 의도적으로 그들의 작품을 걸지 않았어요. 사실 중간에 갤러리를 포기할까 생각도 했는데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참 잘한 일이죠.”


▲ 문화기획그룹 공간루가 정동에 문을 연 ‘정동갤러리’의 실내외 전경


▲ 문화기획그룹 공간루에서 전시회를 연 김미량, 이현희, 탁기형, 설휘 작품(시계방향으로)

‘문화기획그룹’이라는 말이 담고 있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제가 구상한 갤러리의 모습은 전시와 프린트, 공연, 그리고 출판 등 문화 영역 전반을 아우르는 거였어요. 만약 사진전을 한다면 사진 선택부터 프린트, 액자, 도록 제작까지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길 바랐죠. 갤러리는 수동적인 입장에서 뭔가 보여주는 것보다 다양한 영역에서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대학로에 있을 때만해도 ‘카페형 갤러리’를 표방했는데, 지금은 어떤가요?
“가장 큰 건 아무래도 경제적 이유였죠. 일반인들과 어떻게 하면 소통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보니 음식에 손이 가더라고요. 브런치도 했고, 커피도 팔았어요. 그렇게 1년 6개월 정도를 운영했더니 스태프들이 주변 일에 몰두하면서 본업에 치중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다시 전문 갤러리로 리모델링을 했어요. 카페에선 책을 보면서 마실 수 있게 커피 정도만 팔았습니다. 제대로 방향을 잡고 보니 갤러리의 역할만으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정동으로 이전한 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개인이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정체성을 만드는 게 참 어려운 일이에요. 광화문 일대에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굴지의 갤러리들이 많습니다. 갤러리로써 역사도 길고, 이미 시장에서 입지도 확보된 그들과 달리 우리 정동갤러리는 앞으로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에요.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신진작가 발굴을 목적으로 한 기획전과 초대전, 그리고 각종 문화 사업을 활발하게 벌일 예정입니다.”

‘공간루’ 이름으로 얼마 전 두 번째 책을 냈는데, 모두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네요?
“원래 출판은 생각하지 못했던 건데 사회사업을 목적으로 일을 벌이다보니 시작하게 된 겁니다. 특별히 장애인에 대한 책을 내게 된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은 아니에요. 제가 살면서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고, 이제는 저 역시 남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번에 나온 ‘안녕, 하세요’는 국내 최초로 점자 표지를 만들었어요. 음성 바코드를 넣어 시각장애인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신경을 꽤 많이 쓴 책입니다. 다큐멘터리 영상으로도 만들어져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할 예정입니다.”

좋은 작품을 선별하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우선 작품이 독특해야 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갖춰야 해요. 이보다 중요한 것은 향후 발전 가능성입니다. 현재는 좀 부족하지만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난 이거 아니면 안 돼’라고 외칠 수 있는 작가를 발굴하죠. 사실 아직 발굴되지 못한 좋은 작품은 지금도 지하 창고 어딘가에서 썩고 있을 거예요. 그럼에도 10년을 내다보면서, 지금은 비록 보잘 것 없지만 그가 더 좋은 작가가 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 그걸 갖고 있는 작가를 분별해내는 통찰력이 필요한거죠.”

특별히 신진작가를 지원하는 ‘공간루’ 만의 방법이 있는지요?
“저희 같은 경우는 홈페이지에 컬렉션 카테고리를 별도로 만들어서 소속 작가의 작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했어요. 외국에서도 누구든지 홈페이지에서 작품을 보고 구매할 수 있습니다. 또 작가나 갤러리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은 해당 작가에 대한 정보도 얻고, 온라인을 통해 자연스럽게 소통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매번 전시할 때마다 작가들에게 홍보 전단에 들어갈 소개 문구를 직접 쓰라고 합니다. 자기가 하는 작업에 대해 본인이 정확히 알아야만 좋은 작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향후 전시 일정과 계획은 어떤가요?
“외국 작가들의 기획전은 물론이고 기부 형태의 전시나 공연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정동에는 정동극장과 시립미술관이 있어서인지 갤러리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요. 작품 판매도 잘 되고, 홍보 리플릿도 금방 소진됩니다. 이미 쟁쟁한 미술관과 갤러리들이 많지만, 공간루 만의 독특한 기획전으로 대형 갤러리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춰나갈 겁니다. 무엇보다 예나 지금이나 신진작가들에게 기회를 주는 갤러리로 알려졌으면 합니다. 잠재적 재능을 지닌 작가들은 어떤 형태로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겁니다.”

인터뷰 / 오혜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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