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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광고사진의 선구자 김한용 사진가 12-03-06 15:02   
작성자 : 관리자 TEXT SIZE : + -

“내 사진에 완성이란 없다. 다만 완성에 근접하기 위해 노력하고 실천할 뿐”

- 한국 최초의 광고 스튜디오 ‘김한용사진연구소’를 개설하고 국내 처음으로 컬러사진을 상용화한 김한용 사진가를 만나 그의 사진 이야기를 듣는다 -

김한용 사진가는 한국 광고사진계의 대부다. 한국 최초의 광고 스튜디오인 ‘김한용사진연구소’를 오픈하고, 컬러사진을 상용화해 한국 광고사진의 기틀을 확립한 그는 국내 사진 시장에서 광고사진의 개념이 채 정립되기도 전인 1960년대부터 획기적인 기획력과 촬영 시스템, 작업 프로세스를 갖추고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다. 김한용 사진가는 광고사진계에서의 공로만큼이나 보도, 다큐, 순수, 풍경 등 타 영역에서의 이력도 화려하다. 그래서 김한용을 광고사진가의 틀에 가두는 것은 ‘여러 촬영 분야에서 진리를 탐구한다’는 그의 사진 철학에 위배된다. 곧 구순을 바라보는 김한용 사진가는 연초 한미사진미술관의 <광고사진과 소비자의 탄생>展에 이어 6월 경 동아일보사 주관의 초대전과 7월 경 독일 프랑크프루트 초대전에 참가할 예정이다. 또 서울역사 갤러리가 완공 되는대로 사진전을 열 계획이라고 하니 2012년 한해도 한국 광고사진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의미 있는 해가 될 전망이다. 이에 본보에선 그의 사진 역사가 빼곡히 채워진 김한용사진연구소에서 김한용 사진가를 만나 그의 사진 이야기를 들었다.- 편집자 주 -

▲ 한국 광고사진의 선구자 김한용 사진가

선생님은 누구나 인정하는 한국 광고사진 분야의 개척자다. 광고사진을 시작하게 된 배경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곧잘 그렸어. 이를 알아본 일본인 교장 선생이 만주에 있는 봉천제일공업학교 인쇄과를 추천해 그곳에서 인쇄와 사진 등을 배웠지. 졸업 후 일제 징집으로 군대에 다녀와서 사진도 찍고 인쇄도 할 수 있는 국제보도연맹에 입사해 10여 년간 사진기자로 활동했어. 그런데 1959년 회사가 문을 닫아 퇴사하고 우연찮게 친구가 제작하는 영화 스틸 사진을 찍었는데 20만 원을 주는 거야. 국밥 한 그릇이 99원 하던 시절이니까 꽤 큰 돈이었지. 이 돈을 모아 충무로3가에 ‘김한용사진연구소’를 열었어. 전쟁 이후 피해 복구 작업이 한창이던 터라 경제 활동도 위축되고, 사진 환경도 척박했어. 당연히 광고사진에 대한 개념은 전무했지. 그러던 중 1960년에 친구 신상옥이 감독하고, 당대 유명 배우들이 모두 출연한 <청년이승만>의 스틸사진을 찍게 되면서 형편이 나아지고 연구소 이름도 알려지면서 <여원>의 컬러 표지 촬영을 시작으로 1960년대까지 국내 광고사진을 혼자 찍었다해도 과언이 아니야.”

‘김한용사진연구소’ 건립은 전란 후 한국의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깜짝 놀랄 일이다. 주로 어떤 일을 했나?
“지금 연구소 벽면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광고사진을 비롯해 영화 스틸사진, 캘린더 사진, 프로필 사진, 순수 파인아트, 풍경사진, 누드사진, 공연사진, 보도사진 등 안 해본 게 없어. 1960년대 초부터 음료, 제약, 주류 등이 대량 생산되면서 광고 시장이 서서히 불 붙기 시작했고, 회사들은 앞 다퉈 광고사진을 인쇄물 전면에 디자인해 시각적 효과를 높였어. 사진연구소를 개업할 때만해도 5~6개월 동안 집세를 못 낼 정도로 어려웠지. 그런데 한 길만 보고 나아가다 보니 길이 열리더군. 1964년 드디어 내 소유의 스튜디오가 처음 생겼어. 이후 덜 자고, 덜 먹고, 덜 쓰면서 돈을 모아 딱 10년 후인 1973년에 현재 이 자리에 스튜디오를 신축하고 내가 그토록 원하던 사진 공간을 이루게 됐어.”

선생님 사진 활동에는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굉장히 많다. 그 예를 몇 가지 든다면?
“광고사진이 상품을 홍보하는 수단이다 보니 상품이 시장에 출시되어야만 작업이 진행되지. 코카콜라, 박카스, OB맥주, 비락우유, 쥬단학, 오란씨, 럭키치약 등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광고사진을 내가 처음 찍었어. 이렇게 한국에서 촬영하는 모든 광고사진을 독식할 수 있었던 계기가 바로 ‘컬러 현상 시스템’이야. 1950~60년대만 해도 사진기자재가 열악해 컬러 현상이 활발하지 못했어. 삼화인쇄소나 평화당 같이 큰 인쇄소도 기술자를 독일에 파견해 컬러 인쇄 기술을 전수받던 시기였으니까. 근데 김한용사진연구소가 사진관 최초로 컬러 현상을 한 거지. 학창시절에 배운 기술이 있다 보니 현상 도구만 있으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더라구. 사진 개념도 정립되지 않았던 시절에 컬러 현상까지 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잡지사나 여러 기업에서 촬영 제의가 들어왔어.”

1960~70년대와 현대 광고사진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요즘 광고사진을 평가한다면?
“우리 시대만 해도 주먹구구식으로 촬영했어. 광고 에이전시가 없다보니 광고비 책정도 일정하지 않고, 기획도 어려웠지. 실제로 처음 광고사진을 찍고 얼마를 받아야 할지 몰라 나나 광고주 둘 다 애를 먹은 적이 있어. 하지만 요즘 광고사진은 에이전시를 중심으로 진행되니 기획부터 촬영, 배급까지 체계적이야. 더욱이 촬영 면에선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지. 기자재나 촬영 기술의 발전은 둘째 치고, 한국 경제가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해 광고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우리 때와는 달리 표현의 한계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어. 흔히들 사진을 비관적으로 전망하지만 그 발전상을 꼼꼼히 살펴본다면 그 어떤 분야보다 유망한 직종임에 틀림없어.”


▲ 김한용 사진가가 1960∼70년대에 촬영한 각종 광고 및 캘린더 사진

선생님은 환갑 이후 10년마다 작품집과 사진전을 선보이고 있다. 계획된 일인가?
“1984년 60세 때 <김한용 작품집>을 출간하고 디자인포장센터에서 <회갑기념 김한용사진전>을 열었어. 또 70세에는 고희 기념으로 서울갤러리에서 <김한용 사진작품전>을 개최하고, <얼>이라는 작품집을 펴냈지. 이후 2003년 80세 때는 조선일보 주관으로 조선일보미술관에서 <김한용 작품전>을 개최한 동시에 그 간의 사진 작품을 집대성한 <김한용 작품집>을 출판하기에 이르렀어. 최근에는 88세 생일을 맞아 <꿈의 공장>이란 책을 출간하고, 지난해 연말부터 오는 3월17일까지 한미사진미술관에서 <김한용_광고사진과 소비자의 탄생> 사진전을 열고 있어. 이 모든 것은 계획된 것이 아냐. 늘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 온 결과물을 정성껏 보여줄 뿐이지.”

‘당대 유명 인사 중 김한용사진연구소를 거쳐 가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사진을 촬영할 때 어떤 점에 가장 신경을 쓰나?
“난 모델이 누구든 사진 찍기 전에 ‘밤에 숙면 취할 것, 식사를 잘할 것, 여자와 관계를 금할 것, 아침에 목욕할 것, 남과 얘기하지 말 것’을 실천하라고 강조해. 그 만큼 사진을 촬영할 때만큼은 신중해야 하니까. 김영삼 전 대통령을 찍을 때의 일이야. 후보 5명 중 국민이 제일 믿음이 갈 수 있도록 찍어보자고 내가 역으로 그에게 제안했어. 촬영자와 모델 모두가 노력할 때 진짜 좋은 사진이 되거든. 나는 모델을 위해 사진을 찍는 게 아냐. 대중을 염두에 두고 촬영하지. 비록 촬영 당시에는 카메라 한 대만 모델을 바라보지만 그 결과물은 수많은 사람에게 노출되거든. 광고사진이라는 것이 특정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스튜디오 사진과 개념이 달라. 얼굴에서 희로애락을 찾아내 이것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지. 완벽한 사람은 없어. 그래서 완벽한 사진도 없어. 60년 넘게 사진을 촬영했지만 내 스스로 ‘자신있다’는 말을 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야.”

선생님은 늘 남보다 앞서 생각하고 실천하는것 같다. 그 비결이 무엇인가?
“난 평생을 남보다 덜 먹고, 덜 자고, 덜 앉은 채 살았어. 그래야 남보다 조금이라도 앞설 수 있으니까. 그동안 출간된 작품집을 보면 알겠지만 보통 한 작품에 5백 장 이상의 사진이 사용될 때가 많아. 남들이 보면 같은 피사체를 저렇게도 많이 찍는다고 손가락질 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거야. 비록 수 천장의 사진 중 단 몇 장만 빛을 본다해도 그만큼 많이 바라보고 찍었기 때문에 좋은 사진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 내 한 평생 사람도, 인생도, 사랑도 모두 사진에서 찾았어. 사진은 내 삶의 전부야.”

후배 사진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반드시 노력하고 실천해야 성공할 수 있어. 아무리 노력해도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지. 이 과정이 몸에 배어서 자연스럽게 밖으로 표출될 때 누구나 감동할 수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거야. 나는 80세가 넘으면서 철이 들고, 사진에 조금씩 눈을 뜨고 있는 것 같아. 나이는 속일 수 없어 체력은 예전만 못하지만 완성을 향해 정진하는 열정만큼은 이전과 똑같아. 마음먹은 것을 실천하고 또 실천하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거야.”

인터뷰 / 김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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