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관리자 |
TEXT SIZE :
+
-
|
|
|
|
|
사진을 통해 편견 없는 인간애를 실현하고 있는 한금선 사진가를 만나다!
한금선 사진가는 나이 서른에 사진으로 삶의 방향을 정한 후, 지금까지 시위현장, 정신요양시설, 판자촌, 집시 순례 등 세상의 편견과 배척으로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 진실을 보여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편견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직접 몸으로 부대끼며 사람들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한금선 사진가, 집시들이 자신의 원형(原型)을 찾아 떠나는 것처럼 그녀 역시 자신만의 검은 얼굴의 마리아를 찾아 계속 순례 중이다. - 편집자 주 -
▲ 한금선 사진가
“나이 서른, 사진에 온전히 매진하기 위해 프랑스로 향했습니다”
대학교를 다니던 1980년대 사회의 불안한 정세를 직접 체험하면서, 심리학도였던 한금선 사진가는 삶의 방향을 잃고 뚜렷한 목표없이 학원 강사, 연극 연출, 편집 디자인 등 다양한 일을 하며 지낸다. 그러던 중 ‘노동 운동’에서 본 한 장의 사진에 감명을 받아 사진을 시작하게 된다.
“그 사진과 제가 마주했을 때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작가를 수소문하기 시작했고, 무작정 폭주족과 시위현장을 따라 다니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시위현장에 실제로 투입되어 촬영하는 것은 사진 공부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긴장감과 공포를 누르는 법, 낯선 사람을 촬영하는 법 등을 현장에서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꼈던 감정과 현상된 사진 사이에는 거리감이 존재했고, 자신이 느낀 감정을 온전히 사진에 나타내기 위해, 한 사진가는 그 후로도 1~2년을 더 시위현장에서 보낸다. 그러다가 더 이상 취미로 사진을 찍을 수 없다고 판단, 온전히 사진만 놓고 고민하고 싶어 프랑스 유학을 결심하게 된다. 그때가 그녀의 나이 서른 즈음이었다.
“부모님께서 걱정이 많으셨어요. 남들은 건실한 직장을 다니고, 결혼을 할 나이에 갈 길 못 찾아 방황하며 살더니, 갑자기 프랑스로 공부하러 가겠다고 했으니까요. 그러나 저는 방황하다가 찾게 된 길인만큼 결심을 바꿀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사람들의 소리를 전하기 위해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습니다 ”
한금선 사진가는 단 몇 줄의 기사로 세상을 모두 안다고 말하기엔 어려운 시절을 지나, 촬영을 위해 직접 시위현장을 다니면서 우주 같은 세상의 단면을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해 사진에 매진하게 됐다.
“사진의 종류는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선택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세상을 만나고 접하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생각에 다큐멘터리 사진을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예술은 세상에서 가져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예술은 땀에 비례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계속 현장의 모습을 담고 싶습니다.”
“제 사진에는 서로를 그리워하는 시간이 녹아 있습니다”
사진가 한금선은 작업할 때, 촬영 대상자들의 삶 속에 붙박이로 살면서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는 낮에 보는 풍경과 밤에 보는 풍경이 너무 이질적이면, 세상에 대한 원망으로 스스로가 괴롭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일주일씩 공백을 두고 촬영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무안의 한 정신요양원에서 촬영할 당시, 처음 일주일간은 사진을 한 컷도 찍을 수가 없었습니다. 가누기 힘든 몸으로 거절을 표현할 수도 없는 분들을 상대로 사진을 찍는 것은, 마치 아이의 뒤통수를 치고 사탕을 빼앗아 먹는 행위 같아 도무지 셔터를 누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주일동안 그곳을 피해 도망가 있었죠. 그러다 다시 방문했을 때 나를 반기는 그분들의 기색과 함께 ‘너 사진 안 찍고 뭐해!’라는 시선이 들어왔고, 저는 비로소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일주일의 간격동안 그 분들도, 저도, 서로를 떠올리며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그때부터 저는 사진 촬영 대상의 삶 속에서 살다가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왔다갔다 하면서 서로를 그리워할 시간을 주는 작업 스타일을 추구하게 됐습니다.”
“한, 또 만나러 온다는 약속은 하지마. 당신은 많은 곳을 다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할 사람이야. 대신 우리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해줘”
한금선 사진가의 사진 모델은 세상의 편견으로 소외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이웃들이다. 그녀는 타인으로부터 외면당한 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작업을 통해 세상과 더불어 살게 되길 바란다.
“사람들은 경험하지도 않은 것에 편견을 갖고 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집시들의 삶 또한 많은 부분이 사람들의 편견에 의해 왜곡돼 있죠. 그들은 자유로운 생각과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나는 함께 생활하며 느꼈던 모든 것을 ‘Gyspy 바람새 바람꽃’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제 의도가 분명히 전달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모든 유럽 소매치기가 집시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웃음).”
한 사진가는 집시 촬영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마을의 한 아주머니로부터 들은 말이 마음에 깊게 남아있다고 말했다.
“한, 또 우리를 만나러 온다는 약속은 하지 마. 당신은 많은 곳을 다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할 사람이야. 그 대신 우리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해줘.”
“다큐멘터리 사진은 남의 인생을 빌려오는 것인 만큼 윤리적 행위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사진이 사회의 적극적 커뮤니케이션의 도구가 되지 못한 채, 개인 홈페이지, 잡지, 신문, 광고 등에 무작위로 사용되는 이미지 홍수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한금선 사진가는 ‘과연 그 사진을 찍어다 무엇에 쓸 건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다큐멘터리 사진은 타인의 인생을 빌리는 것이니 만큼 카메라가 타인과 소통 없이 사용되는 것은 안 된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결국 좋은 사진과 나쁜 사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소통되어지느냐의 문제만 있는 거죠. 저는 사진을 찍는 행위에는 타인의 삶에 대한 윤리적 책임 의식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마리 토끼를 쫓으려 하지 말고, 중요한 한 마리를 먼저 잡으세요”
사진으로 생활을 영위한다는 것은 한금선 사진가에게도 여전히 어려운 부분이다. 때문에 후배들의 고민이 이해가 되지만, 한 사진가는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지 말라고 말한다.
“제 개인적인 걱정일지도 모르지만, 후배들은 경제적인 면을 너무 염려하고 있습니다. 생활과 사진 사이에서 저울을 재는 것이죠. 한꺼번에 두 마리의 토끼는 쫓을 순 없습니다. 그러다간 결국 두 마리 다 놓치고 마니까요. 저는 먼저 잡아야 할 토끼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진가의 여건이 좋아지더라도 준비해둔 작품이 없다면, 결국 생활도 사진도 놓치게 될 테니까요. 저는 후배들에게 한 마리를 먼저 잡고, 그 다음 토끼를 잡기 위해 조준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한금선 사진가의 ‘Gyspy 바람새 바람꽃’ 작품들
취재 / 문지연 기자
|
|
|
|
|
|
|
TOTAL 336 ARTICLES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