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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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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사진가의 '장을 보다'
- 2004년부터 전국 5일장을 돌며 촬영한 작품 70 여점 선보여 -
성곡미술관은 지난 10월12일부터 오는 11월11일까지 제품 전문 광고 사진가이며, 요리 사진가로 활발하게 활동해온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김영수 교수를 초대해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장을 보다’전에서는 2004년 여름 이후 전국의 5일장을 돌며 촬영한 김영수 교수의 사진작품 70여점이 전시된다. ‘장을 보다’전이 기존의 장터 사진과 다른 점은 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직 그곳에서 유통되고 있는 물건들을 완벽한 테크닉의 조명과 대형카메라로 촬영해 마치 품격있는 제품 카타로그에 등장하는 값진 물건처럼 묘사하고 있다.
▲ 김영수 (Youngsoo Kim)
1953 서울 출생 1982 브룩스인스티튜트 졸업(B.A.), 포토일러스트레이션 전공
1984 오하이오대학교 대학원 졸업(M.A), 광고사진 전공
2000 - 2004 한국사진학회 회장 2001 - 동강사진마을 운영위원회 위원, 부원장, 위원장(現)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사진학과 교수(現)
■ 사진을 시작하게 된 동기를 알고 싶습니다.
“사진을 처음 시작한 건 중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1960년대 후반, 당시로는 드물게 암실과 최고급 카메라가 집에 있었지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사진을 시작하게 됐고, 고등학교에 가서도 사진반 활동을 했습니다. 그러나 사진으로 진학할 생각은 못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이공계로 진학하길 원하셨고, 결국 저는 그 뜻을 따르게 됐지요. 그러나 역시 이공계가 적성에 맞지 않았고, 저는 방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어떤 분야든 최고가 되라’던 고등학교의 교육방침이 생각나더군요. 저는 이공계 공부가 적성에도 안 맞고, 최고가 될 자신도 없었습니다. 대신 사진은 왠지 잘 할 수도, 최고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부모님을 설득해 지난 1979년 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본격적으로 사진을 시작했습니다.”
■ 특별히 광고사진을 선택한 이유가 있으십니까?
“미국에 처음 갔을 때만 해도, 포토저널리즘에 관심이 있던 터라 후에 ‘내셔널지오그래픽’과 같은 매체에서 일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입학한 학교에는 포토저널리즘을 부전공으로만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예술사진이나 보도사진 분야는 없고, 상업사진만 전공하는 학교였지요. 그래서 대학에서 상업사진을 배우고, 대학원에서 광고사진을 전공했습니다. 광고사진은 인물사진과 제품사진으로 나뉘는데, 처음에는 인물사진을 촬영하고 싶었죠. 하지만 강단에 서게 되면서 사람들과 함께 작업해야 하는 인물 촬영 대신, 비교적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는 제품사진을 선택했습니다. 분야 선택에 있어 의도하지 않는 방향으로 현실에 맞춰 선택한 부분이 많았지만, 그래도 카메라라는 매체로 새로운 이미지를 구현한다는 근본적인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기 때문에 사진 찍는 것 자체가 행복했습니다.”
■ 20년 만에 개인전, ‘장을 보다’를 기획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2000년대 초, 제품사진 촬영을 위해 지방을 순회하던 중 몇 차례 재래시장을 다니면서 재미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 후로 계속 제품 사진을 촬영하면서 그때 봤던 장면들이 떠올랐고, 시간을 쪼개 재래시장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광고사진은 광고주가 원하는 예쁜 사진을 찍어야 되는 것에 반해, 5일장 작업은 자유롭게 시장을 다니며 사물을 보이는 그대로 충실히 찍을 수 있어 좋더군요. 그렇게 전국의 5일장을 돌며 촬영해, 작업을 시작한지 4년 만인 올해 전시회와 더불어 사진집을 출간하게 됐습니다.”
■ 재래시장에서 사람이 아닌 물건에만 초점을 두고 촬영한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시장에서 사람들이 재밌어 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팔려고 내놓은 물건에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시장에 가서 물건만 구경하지 사람을 쳐다보지는 않습니다. 시장을 찾은 사람들이 물건을 구입하더라도, 실제 상인과 오가는 대화는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사진을 찍는 많은 사람들은 시장 사람들에만 초점을 두고 찍습니다. 저는 오히려 흥미로운 물건을 두고, 사람들만 찍는 분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웃음).”
■ ‘장을 보다’전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물질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고급문화를 많이 접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장터에 나온 물건들이 너무 싸서 질이 의심스럽기도 했지요. 하지만 사진 촬영을 하면서 실제로 시장 물건을 먹고, 사서 사용해 보니 서울에서 사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더군요. 결국 같은 땅에서 나온 과일, 곡식, 야채는 모두 똑같은 맛임에도 불구하고, 모양의 차이에 따라 몇 배에 달하는 가격차이가 난 것이었죠. 공산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메이커 제품이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 결국 본질의 차이는 아니었죠. 영양가나 신선함, 맛 혹은 제품의 질 등 본질을 생각하면 별반 차이가 없는데도 우리가 너무 외형에 집착하다보니 가격의 차이가 생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사람에게도 본질의 문제가 적용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학력, 직업, 외모 등 눈에 보이는 조건만으로 배우자를 선택하고,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제 작품을 통해, 외형적인 부분에 앞서 사물과 사람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다른 분들도 가졌으면 합니다.”
■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해 주십시오.
“개인적으로 사진전은 언제 다시 할지 모르겠습니다. 광고 사진가에게 꼭 사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지는 않으니까요. 다만 창작욕구가 일어날 때,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공들여 사진을 찍고 싶습니다. 그동안 저는 사진가로서, 교육자로서 많은 것을 이뤘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제품 사진을 찍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이따금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하면서 건강하게 살고 싶습니다.”
▲ '장을 보다'전에서 선보인 작품 중에서
인터뷰 / 문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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