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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 프로인상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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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24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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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연정희 편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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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 프로인상사진가
■ 지난 2000년 김헌스튜디오(현, 金스튜디오)를 아들 김민혁 사진작가에게 물려준 후 사진 활동을 거의 접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근황은 어떠신지요.
“아버님이 작고하시고 지난 13년 간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늘 마음속에 간직하고 살아 온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산속으로 들어가 조용하게 제2의 삶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물욕과 명예욕에 관심이 없고 산을 좋아하던 저는 항상 주말이면 인적이 드문 산마을을 찾아 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현재 살고 있는 충북 제천을 발견했고 그곳에서 사과, 배 등의 유기농 과수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사진 창작 활동은 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다만 저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불러만 준다면 제가 경험하고 익혀온 사진기술을 후배들에게 가르칠 생각입니다. 인상사진에 입문해 스튜디오를 운영한 것이 저의 운명이었다면, 과수원을 경영하는 현재의 삶 또한 새로운 운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김헌 작가께서 사진에 입문하게 된 동기와 인상사진을 주업으로 하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제가 용산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선친께서는 저에게 일체의 용돈, 학비를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버님의 의도가 얼마나 훌륭하셨는지 알 수 있지만 그 당시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저는 아버님의 스튜디오에서 암실작업, 리터칭 작업을 도와가며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고2때 선친께서 ‘우리나라에서 리터칭에 관한한 네가 제일인 것 같다’고 칭찬하셨을 정도로 열심히 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저는 서라벌예대(현, 중앙대학교) 사진학과에 입학했고 본격적인 사진인생을 시작했습니다. 아버님의 작고 후 스튜디오( 명동스튜디오)의 경영에 어려움이 생겨 그만 둘까 생각하던 차에 한 후배와 미국을 우연찮게 방문하게 됐고, 그곳에서 한 유명 초상사진작가, 체리스(charis)의 작품을 보게 됐습니다. 그 작품을 보는 순간 강한 충격을 받아 ‘제가 갈 길이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 1987년, 짧은 미국 방문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인상사진을 새롭게 바라보며 스튜디오 경영에 온 힘을 쏟게 됐습니다.”
■ ‘金스튜디오’는 3대째 대를 이어 온 역사 깊은 스튜디오입니다. 한국에서 이렇게 3대를 이어가고 있는 스튜디오는 흔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스튜디오 연혁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선친이 1954년 창업한 명동스튜디오는 13평형으로 아주 영세했습니다. 지금의 (사)대한프로사진작가협회에 큰 공헌을 하고 한국 인상사진의 명맥을 이어 온 선친은 ‘삶에 대한 이해와 끊임없는 노력이 있어야만 훌륭한 작품이 나온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제가 졸업 후 기자를 비롯해 모 기업의 광고 일을 하던 중 1986년, 아버님이 돌아가셨고 갑작스레 스튜디오를 이어 받게 됐습니다. 1992년, 상호를 ‘김헌스튜디오’로 바꾸고 장소도 압구정동으로 이전하면서 인상사진을 주업으로 스튜디오 경영에 전념했습니다. 현재는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한 제 아들이 2000년부터 ‘金스튜디오’라는 상호로 제가 하던 그 자리(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스튜디오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 ‘초창기 스튜디오를 경영하면서 고생이 많았다’고 했는데 당시 그러한 난제를 어떻게 극복해나갈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저는 사진의 퀄리티를 바탕으로 그에 부합하는 가격을 받도록 노력했습니다. 한번은 저의 친인척과 직원들이 장안의 스튜디오를 돌면서 증명사진을 촬영한 적이 있는데 이는 가격조사의 차원을 넘어 품질을 파악하기 위한 방법이었습니다. 이러한 기초 자료 조사와 함께 저의 스튜디오에서는 리터칭 기법을 이용, 사진의 품질을 여타 스튜디오와 차별화 시켰고 그 결과 사진가격을 여타의 유명한 스튜디오보다도 높게 받을 수가 있었습니다. 제가 촬영한 사진1컷에(10카피 포함) 3천 만원 정도의 비교적 고가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이렇듯 고가를 받으면서 그리고 단 한번도 광고나 홍보활동을 하지 않으면서도 문전성시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제값에 따른 품질을 보장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스튜디오 운영자는 프로이어야 합니다. 프로는 자신의 작품에 책임을 지고 하나의 작품에도 혼신의 심혈을 기울이는 장인정신을 갖추어야 하는 것입니다.”
■ ‘김헌스튜디오’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불경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튜디오 경영자들에게 간단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돈을 벌기 위해 사진을 시작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단지 인상사진을 정립시키기 위한 하나의 작업이었습니다. 많은 스튜디오 운영자들은 저에게 ‘돈을 쉽게 버는 방법’을 물어오곤 합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인 지표가 ‘돈’이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즐겁게 일을 하고, 자신의 일에 얼마나 만족을 하는가’입니다. 최근 사진시장의 메커니즘이 디지털로 급격히 변하면서 스튜디오 운영에 있어서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현재 전국에는 필름에 인상사진을 기록하는 스튜디오는 1%가 채 안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이 보편화 하는 속도에 비해 사진인들이 디지털 정보를 습득하는 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아날로그건 디지털이건 사진에서 중요한 것은 ‘이미지의 미학’입니다. 아마추어가 할 수 없는 그 이상의 표현을 프로사진가는 완벽하게 구현해야만 합니다. 한편, 인상사진가는 축복받은 직업입니다. 사진인들이 조금만 노력한다면 금전적인 결과물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인정의 대가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우선 스튜디오 경영자는 자신이 무엇이 부족한지 파악해야 합니다. 그것이 마케팅이 됐건 작품의 퀄리티가 됐건 결국 노력하고 힘써야 할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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