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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사진가 어상선 ‘현대 패션 사진의 경향’ 10-03-24 11:35   
작성자 : 김치헌 기자 TEXT SIZE : + -

- 상업사진의 중심인 패션사진의 경향과 트렌드 분석 -

상업사진의 꽃이라 불리는 패션사진. 과거의 패션 광고사진과 화보사진은 전문 사진가의 전유물이었으며, 일반인은 흉내조차 내기 어려운 영역이었으나, 현재는 고사양의 DSLR 카메라가 대중화되고 사진이 보편화되면서 자연스레 광고나 화보 사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들어 파인아트 사진가뿐만 아니라 패션사진가, 광고사진가와 일반 유저가 함께 자리하는 다양한 세미나가 줄을 잇고 있다. 2009년 6월25일, 사진교육기관인 비주얼아트센터 보다는 W, VOGUE, BAZAAR, ELLE 등 유명 패션잡지에서 활약하고 현재 Privelige의 포토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국내 커머셜 사진계의 대표 작가, 어상선을 초청해 ‘현대 패션 사진의 경향’을 주제로 비공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어상선 작가가 말한 ‘패션사진의 정의’와 ‘현대 패션사진의 경향’을 요약, 정리했다. - 편집자 주 -

▲ 어상선 패션사진가

강의: 어상선 / 패션사진가

한국 패션사진가는 행복하다!
패션사진이 발전하려면 그만큼 좋은 이미지를 찍을 수 있는 소재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소재는 보그, 바자, W, 엘르 등의 라이센스 잡지를 의미한다.
일본의 보그제팬이나 중국의 보그차이나의 경우 자국의 사진가들을 채용하지 않는다. 경제 부국인 일본은 자국의 사진가 대신 미국의 유명작가들에게 사진 촬영을 의뢰한다. 그래서 20여년이 흐른 현재도 일본에는 패션사진가가 전무하다. 일본 사진계에서 파인아트는 발전했지만, 패션사진은 역으로 흘러갔다.
반면, 한국의 로컬 혹은 라이센스 잡지는 다르다. 초창기 보그는 한국 사진가의 수준을 감안해 해외 포토그래퍼에게 사진 촬영을 권고했지만, 한국 보그는 이를 타협하지 않았다. 그 결과, 한국의 패션사진은 비록 외국에 비해 그 역사가 짧지만 발전 속도는 빠르다. 아시아에서 최고의 패션사진으로 손꼽는 것이 바로 한국의 패션사진이다.

패션/뷰티사진의 워크 플로우
패션사진은 크게 화보와 캠페인(광고)으로 나뉜다. 잡지사에서 찍는 것은 말 그대로 화보다. 편집장 또는 에디터 주재로 사진가와 소통하고 콘셉트를 잡아 화보를 찍는다. 따라서 잡지사에서 화보를 찍는 일은 즐겁고 재밌다. 화보 촬영에서는 광고주의 개입이 전혀 없고, 포토그래퍼의 성향과 색깔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다.
캠페인 촬영은 광고나 카탈로그에 실리는 사진인데, 광고주들은 의상을 많이 파는 것이 목적이므로 포토그래퍼의 성향보다는 의상이 우선 시 된다. 그 만큼 캠페인 촬영에는 제약이 많다. 광고주가 원하는 것이 포토그래퍼와 상이할 때도 있지만 이미 계약된 일이므로 촬영은 광고주가 원하는 대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록 사진가로서의 만족감과 성취감은 떨어지지만 그 불만들을 모았다가 화보촬영에서 해소한다.
캠페인 사진을 찍을 때는 광고주가 원하는 것을 100% 수용한다. 무조건 맞춰야 한다. 사진가의 느낌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느 정도 굽힐 수 없다면 상업사진을 할 수 없다. 상업사진에 있어서 사진가의 느낌도 어느 정도 살리면서 광고주가 원하는 결과물에 근접했을 때 제일 좋은 평가를 받는다.


▲ 지난해 6월25일, 사진교육기관인 비주얼아트센터 보다는 W, VOGUE, BAZAAR, ELLE 등 유명 패션잡지에서 활약하고 현재 Privelige의 포토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국내 커머셜 사진계의 대표 작가, 어상선을 초청해 ‘현대 패션 사진의 경향’을 주제로 한 비공개 세미나를 개최했다.

패션 광고사진, 포토그래퍼는 누가 결정하나?
패션 및 뷰티 광고사진에서 대부분 광고대행사 직원들이 포토그래퍼와 접촉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광고대행사의 직원들이 패션사진가들의 성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광고의 콘셉트와 사진가의 성향을 꼼꼼히 따져서 포토그래퍼를 결정하게 된다. 반면, 일반광고는 사진가의 성향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광고주 또는 광고대행사 직원이 사진가를 결정한다. 하지만 최근엔 일반광고에도 연예인이 모델로 등장하면서 자기 색깔이 강하거나 모델과 작업한 경험이 있는 사진가를 고용하는 경우도 있다.
광고주들이 잡지를 보고 사진과 의상 콘셉트가 일치한다고 생각되면 바로 사진가와 접촉한다. 비록 잡지에서 화려한 사진을 보고 포토그래퍼를 선택하지만, 정작 선택 후에는 의상 위주의 심플한 사진을 원하기도 한다. 따라서 잡지의 화보 촬영과 캠페인 촬영, 이 두 가지는 연계된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서나 공통된 부분이기 때문에 많은 사진가들이 화보 촬영에 전력을 다 하는 것도 그런 이유이고, 화보 촬영의 결과물은 다음 해의 캠페인 촬영으로 이어지게 된다.

더욱 세분화되는 패션사진
패션사진가라고 해서 모두 똑같지는 않다. 패션사진가는 스튜디오 촬영 전문과 로케이션 촬영 전문으로 나뉜다. 예전에는 이 모두를 한 사진가가 관할했지만 지금은 한 분야의 색깔이 분명하고 강해야 한다. 또 스튜디오 촬영도 디테일이 좋은 사진가, 무드가 좋은 사진가 등으로 다시 분류된다. 그러한 사진가의 컬러는 촬영 섭외의 가장 기초적인 기준이므로, 명확한 색깔을 나타내는 것이 좋다. 반대로 ‘그 사진가의 스튜디오는 좋은데 로케이션은 별로다’라고 업계에 인식되면, 로케이션에서 촬영하는 캠페인에 참여하기 힘들어진다.

커머셜 사진의 포인트
상업사진을 시작한지 11년이 됐는데, 초창기에는 내가 좋아하는 사진만 찍었다. 디테일은 무시하고 나만의 분위기가 좋은 사진을 찍은 것이다. 하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상업적인 면에 있어서 맞지 않는 사진이었다.
상업사진은 나만의 분위기에 디테일을 더해야 한다. 상업사진에 디테일이 빠지면 메이저 작업을 할 수 없다. 무드가 들어가면 콘트라스트가 강해지는 것이 디테일이다. 콘트라스트가 없으면 사진이 담백한 반면, 심심할 수도 있다. 그래서 사진가들이 자꾸 콘트라스트를 넣는 것이다. 하지만 콘트라스트를 넣으면 디테일을 잃는다. 중요한 것은 상업사진에서는 그 디테일을 놓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어떤 방법을 동원하던지 디테일을 살려야 한다. 나같은 경우 시간이 지나서 디테일을 끌어내는 방법을 찾았고, 그 디테일을 활용해 예전에 찍었던 스타일을 다시 찍어봤다.

디테일을 찾기 위한 노력
사진하는 사람은 좀스럽다. 다시 말해 아주 조잔하다. 그 조잔함을 느껴야만 디테일을 찾을 수 있다. 사진은 큰 차이가 무엇을 결정짓는 것이 아니다. 미묘한 차이를 내가 인식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디테일의 성패가 좌우된다. 미묘한 라이팅의 차이를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연구를 해야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어시스트를 오래했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사진 공부를 수십 년 동안 했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만큼 내가 중요하다고 느껴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사진할 때 만큼은 조잔해져 보는 것도 좋다. 그렇게 사진을 촬영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느낄 수 있다. 많은 사진을 촬영하되 세밀한 것에도 관심을 갖고 찍어야 한다.

패션사진에서의 포트레이트
인물사진이든 뭐든 10년 이상은 찍어야 한다. 애기가 예쁘다고 2~3년 찍고 말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카메라를 가까이에 놓고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찍어라. 그렇게 계속 찍다 보면 조금씩 주제가 생긴다. 쉽게 찍을 수 있는 사람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사진작업을 할 때는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쉽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몸이 안 움직이고 생각만 하게 된다. 생각만 해서는 절대 작업을 할 수 없다. 인물사진을 쉽게 찍다 보면 뭐가 좋은지 알 수 있다. 또한 인물사진을 촬영할 때 제일 어려운 것이 사진을 싫어하는 사람을 촬영하는 것이다. 빨리 찍고 이 자리를 뜨기를 원하는 사람을 촬영할 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찍어야 한다. 교감이 되지 않는 사람을 촬영하기가 제일 어려운 법이다. 라이팅 세팅은 둘째 치고, 피사체와 원활히 교감만 해도 좋은 인물사진을 얻을 수 있다.
한편, 사진하는 사람에게 스승만큼 좋은 것은 없다. 사진을 좋아하는 이상, 스승의 사진도 흉내내보고, 따라한 작품을 스승에게 보여주면 그 누구라도 기꺼이 평가해 줄 것이다. 호평이던, 비평이던 그 어떤 평가를 듣게 되면 흥이 나고, 그 과정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게 사진도 좋아질 것이다.
패션사진계에는 사진을 전공한 사람보다 사진을 전문적으로 수학하지 않은 사진가들이 더 많다. 사진 전공자는 기술적인 면에 치중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사진에는 정답이 없는데 자꾸 기술적인 것만 배우려고 한다. 사진가라서 사진만 찍는 것이 아니라 그림도 그릴 줄 알고 여러 분야를 섭렵해야 한다. 그것이 정답 없는 사진의 정답인 것이다.

취재 / 김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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