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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승 사진가 12-11-05 12:33   
작성자 : 관리자 TEXT SIZE : + -

눈에 보이는 것 보다 그 이면의 사유 세계를 고찰하는 정희승 사진가를 만나다!
- 박건희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제11회 다음작가상 수상자, 정희승 사진가로부터 수상 소감과 다양한 작품 활동에 대해 듣는다 -

박건희문화재단은 매년 사진을 매체로 작업하는 만 40세 이하의 예술가 중 역량 있는 작가 1명을 선정해 다음작가상을 시상하고, 총 5천5백만 원 상당의 후원금을 통해 그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한다. 재단은 작품 개념에 대한 심도 있는 모색과 시각적 완성도, 과거와 현재 작업간에 논리적 연계성을 두루 살펴 작가 개개인의 잠재성을 평가하는데, 지난 11회 다음작가상 수상자로 정희승 사진가가 선정됐다. 한 심사위원은 정희승 사진가에 대해 “사진적 특성을 대상의 안과 밖의 문제를 통해 긴장감 있게 제시하고 높은 프린팅 퀄리티와 대상 본질에 집중한 조형적 시각언어를 구사해 지금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사잔가다”라고 호평했다.
제11회 다음작가상 수상자이며, 눈에 보이는 것보다 그 이면에 숨겨진 본질을 탐구하는 진지한 사진가, 정희승을 만났다. - 편집자 주 -

▲ 정희승 사진가

‘Fire and Ice’를 통해 공간을 표현

지난 2008년,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 ‘인간풍경’展 ‘Secition 1:(안을)바라보다’에 전시된 정희승 사진가의 작품은 하얀 벽 앞에 앉아 있는 여인의 슬픈 표정으로 많은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12년 여름, 정희승은 박건희문화재단이 주관하는 ‘다음작가상’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정희승은 겉모습에 집중하는 단순한 인물사진보다 그 이면의 심리 상태나 내면을 보여준 ‘Persona’를 시작으로 ‘Reading’, ‘Ghost’, ‘Spiral Rind’, ‘Folly’, ‘Still Life’ 등의 작업을 꾸준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번 다음작가상에 소개된 작업계획서에서 그는 사진 작업실과 식물원이라는 두 공간의 인테리어를 소재로 한 ‘Fire and Ice 불과 얼음(가제)’을 출품해 심사위원 전원에게 호평을 받기도 했다.
“현재 작업실로 사용하는 공간은 남편이 결혼하기 전에 20년간 살던 곳으로, 시어머니가 직접 디자인했다. 20년이 넘도록 한 가족의 역사가 잠재되어 있는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도 작업실을 정리하다보면 과거 기억의 잔재들이 나온다. 물론, 이번 작업을 통해 가족의 이야기를 기술하고자 한 것은 아니다. 작업실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을 심리적, 내면적 공간으로 재해석하고, 이와 대비되는 식물원이라는 공간을 통해 공간의 잠재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기존 시리즈의 연장선상에서 이번 작품을 준비한 정희승 사진가는 이처럼 폐쇄된 공간을 통해 관계 맺음, 내면의 표현 등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정희승 사진가는 이번 다음작가상을 수상한 이후 새로운 작업을 준비 중이다.
“단순히 내 작업을 보여주고자 지원했는데,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어 기쁘다. 기쁨 이면에 부담감도 있지만 결국 작업은 작가 스스로의 몫이므로 몇 일간 마음을 정리한 후 새로운 작업을 준비할 계획이다. 꼭 1년 후 새로운 작업을 더 많은 사람 앞에 공개할 때는 작가로서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 정희승 사진가가 제11회 다음작가상 공모전에 출품한 작품중 ‘Reading’의 Untitled #04 from the series Reading, Archival Pigment Print, 180×136㎝, 2010

▲ 정희승 사진가의 ‘Still-life’ 중 Untitled, Archival pigment print, 119×148㎝, 2009

인물·사물·공간의 내면을 들여다 보다
정희승 사진가는 런던 컬리지 오브 커뮤니케이션 사진석사 과정 중 ‘Persona’ 작업을 통해 처음 인물사진을 촬영했다. Persona는 런던의 한 연기학원에서 만난 배우들이 비극적인 대목을 연기하며 극중 인물에 동화되어 가는 실재의 현실, 가상의 무대에서 개인적인 감정과 섞여가는 모호한 경계를 보여주고 있다. 또 국내에서 작업한 ‘Reading’은 Persona의 연장으로, 배우들이 극중 인물과 융합되어 가는 과정의 대본 읽기다. 배우들은 하나의 캐릭터를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담아 분석하고 표현하며 심리적으로 극중 인물이 되어가는 것이다.
“Persona에선 가면 속의 인물을 표현하고 그 연장선인 Reading은 배우들이 반복하는 대본 리딩 행위와 캐릭터를 분석한다. 대본 리딩 과정 속에서 배우들은 캐릭터를 분석하기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심리적·육체적으로 끊임없는 긴장 속에서 점점 생명력을 얻어가는 것이다.”
Reading은 무대 한 가운데서 독백하는 배우처럼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어두운 방에서 진행됐으며, Persona는 중립적 상태에서 극적 드라마틱한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하얀 방에서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리적인 한편 분석적인 이 과정을 촬영하기 위해 배우 한명 당 최대 1천 컷을 촬영하기도 했다. 그 과정 중에 배우들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고, 작업에 부합되는 사진을 선택한다. 예측 불가능한 찰나의 순간을 담아내는데 집중했다.”
배우 오달수를 촬영한 ‘Folly’는 동영상과 사진으로 구성됐다. 8분 분량의 동영상은 정상 속도 보다 2배 느리게 재생된다. 비록 웃음이 소재지만 그것이 고통, 긴장, 불편함으로 다가오는 Folly는 정체성 붕괴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Folly를 작업할 때 배우 오달수에게 웃어달라는 요구를 한 적이 있다. 그 웃음은 모든 감정을 제외한 순수 그 자체의 웃음이며, 자아 붕괴가 녹아들어간 웃음이다. 감상자는 영상과 사진을 통해 자기를 반영하며,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사진 속 대상이 외부와 내부의 제약과 관계를 맺는 한 순간을 포착하고 있으며, 그 변화 속에서 찰나의 순간을 징후로서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정희승의 사진에는 설명이나 의도가 담겨있지 않으며, 특정 순간만 표현했다.
두 개의 렌즈로 시차를 두고 촬영하는 스테레오스콥(Stereo Scope)을 이용한 ‘Ghost’는 2개의 이미지가 미묘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스테레오스콥은 실험적인 작업이다. 3D처럼 보여 자칫 비현실적으로 보이게 하며, 모순적인 느낌을 보여주고 있다. 두 이미지는 보이는 것의 환영이며, 물리적 연속에서 떨어져 있다. Ghost 제목처럼 스테레오스콥이 재현하는 환영의 불안정과 결핍을 보여주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표면을 탈피해 대상이 표현하는 감정, 느낌을 정직하게 표현한 정희승은 인물이 아닌 사물에서도 동일한 작품 경향을 보여준다. ‘Still Life’는 사물이 외부와 만들어내는 긴장감을 담고 있다. 인물이 내면적으로 발생하는 긴장상태와의 관계를 보여주는 과정이 사물에도 그대로 옮겨진 것이다. 각 사물들은 일정한 순간, 찰나의 불안정을 보여 긴장감을 유도한다.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는 상태를 담은 ‘Still Life’는 잠들어 있는 것과 깨어있는 것, 상승과 하강, 표면과 내부가 구별되지 않아 위태로워 보인다. 이와 함께 무한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Still은 정리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지속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 번에 하나씩 작업하기보다는 다양한 방식을 실험하는 것이 좋다’는 정희승 사진가는 인물에서 사물, 공간으로 작업 영역을 확대해가면서 보여 지는 것 외에 내면의 사유 세계를 탐구하고 있다. 그가 바라보는 사진은 재현이 아닌 보이지 않는 저편을 담아내는 도구다. 따라서 향후 정희승 사진가의 행보에 기대를 거는 것도 단순히 다음작가상 수상자라는 타이틀 보다는 사진을 통한 그의 다양한 작가적 관점 때문이다. 정희승 사진가의 작업실과 식물원이라는 공간의 탐구 결과는 2013년 6월 경 아트선재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취재/이효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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