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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작가 김한준‘성공한 사진가 요건 30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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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0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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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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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족시키는 사진과 타인의 만족을 위해 찍는 사진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지난 2002년 제1회 워크숍을 시작으로 올해 8회째를 맞는 동강사진워크숍은 평소 쉽게 만나기 어려운 국내 최고의 사진 전문가들로 구성된 강사진과 그들이 전하는 알찬 주제의 강의로 일찍이 유래 없던 교육의 장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5백여 명 이상의 교육생이 참석해 동강국제사진제와 함께 전국 사진인들을 위한 정보 공유의 장으로, 이론과 실기에 대한 사진적 경험의 폭을 넓히는 만남과 소통의 장으로 거듭난 2009동강사진워크숍이 지난 7월24일부터 7월26일까지 강원도 영월군 영월여성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2009동강사진워크숍에서 ‘성공한 사진가가 되기 위한 30가지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냉철한 현장의 세계를 알려 준 김한준 사진가의 주요 세미나 내용을 소개한다. - 편집자 주 -
강사 : 김한준 사진가
프로필
김한준은 광고사진과 패션사진을 촬영하는 사진가로,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사진학과 강사와 The Galleria Magazine 포토디렉터, Cosmopolitan Korea 포토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보그, 보그걸, W, 엘르, GQ 등의 패션잡지 촬영을 진행했으며, 디올과 슈에뮤라, 웰라, 태평양, 외환은행, 제일제당 등의 광고사진을 촬영했다.
한국 사진시장의 안타까운 현실 ‘포토 컨설턴트의 부재’
사진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을 즈음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뉴욕 유학길에 오른 김한준 사진가는 브룩스사진대학에서 학부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사진으로 돈을 벌어보자고 마음을 먹는다.
“사진시장 자체가 워낙 큰 뉴욕에는 사진 관련 직업 중에 사진가를 위한 컨설턴트가 있습니다. 그들은 사진으로 돈을 벌고 싶어하는 사람을 상담해 줍니다. 포트폴리오를 분석해 조언도 해주고, 스타일에 맞는 매거진을 추천하는 등의 일을 하는 직업입니다. 포토 컨설턴트와 한 시간 가량 상담하는데 15만 원이 듭니다. 저도 학생시절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고, 뉴욕에서 사진으로 돈을 벌고 싶어 상담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유명한 패션잡지에는 모두 김한준의 사진이 실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김한준 사진가는 한국 패션 및 광고 사진계에서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사람이다. 그런 김한준 사진가도 갓 졸업 후, 첫 상담에서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경험이 없던 초보 작가가 클라이언트를 전혀 모른 채 엉뚱한 포토폴리오를 만들고 있다는 조언과 함께.
“그때 그 컨설턴트의 이야기가 큰 힘이 됐고, 스스로를 다시 한 번 돌이켜 볼 수 있는 시간이 됐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한국 시장에는 아직까지 그런 상담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나 사진가 지망생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줄 수 있는 창구가 미흡하다는 점이 선배로써 안타깝습니다. 지금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가장 아쉬운 부분이죠.”
유학 VS. 어시스턴트
‘학생들이 만드는 포트폴리오는 사회에 나가서 쓸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라고 김한준 사진가는 강조한다. 그리고 그 무기를 날카롭고 크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클라이언트와 마주한 경험이 없는 학생들은 그들이 원하는 사진이 무엇인지 모르고, 그들에게 어떤 사진을 보여야 득이 되는지조차 알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김한준 사진가는 졸업이 임박한 학생들에게 어시스턴트를 추천한다. 졸업생들은 유학과 어시스턴트 사이에서 늘 고민을 한다.
“유학을 다녀오면 실력이나 경험적인 면에서 자신을 조금 더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어시스턴트처럼 바닥에서 시작하지는 않죠. 또한 조금 더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시각과 방식으로 사진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올바른 작가관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유학이 100%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실패할 확률도 높다.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유학을 갔다 와서 어시스턴트를 하기에는…’과 같은 심리적인 면이 필드에서 가장 크게 작용하는 요소 중 하나다. 시간과 비싼 돈을 들여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감조차 잡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유학이라는 굴레로 인해 더 많은 갈등을 하고 고민하는 것이다. 무턱대고 시작한다고 해서 되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학생들은 다시 국내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졸업 후 어시스턴트를 경험하면 필드에서 활동하는 작가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명등의 기술적인 부분을 배울 수도 있겠지만, 클라이언트와 미팅하는 방법이나 고객을 유치하는 기법,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노하우 등에 대한 실무를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어시스턴트의 공급이 수요보다 훨씬 많았는데, 요즘은 턱없이 모자라는 것이 현실입니다. ‘일이 힘들면서 급여도 적고 고생만 한다’고 생각해서겠죠.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2~3년 정도 용돈을 받는 대학원에 다닌다고 생각하라’고 조언합니다. 유학을 다녀와서도 다시 대학원에 가는 것이 현실인데, 그들보다 시간을 절약하면서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습득해야 하는 경험들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작가의 데뷔 = 샴페인
김한준 사진가는 사진가로 데뷔하는 것을 ‘샴페인’에 비유한다. 뻥 소리와 함께 뚜껑이 높이 올라가는 만큼 그 위치에서 시작하게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높은 곳에서 시작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 주변에서 포트폴리오를 조금 더 보강하라고 말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어떻게든 사진가로 데뷔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행여 우연한 기회에 조금 부족한 포트폴리오가 통과되어 데뷔한다 해도 그 다음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작가의 실력에 대한 소문과 평가는 이 좁은 사진계에 한순간에 퍼지게 된다. 데뷔하자마자 재기를 꿈꿔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인데, 다시 처음으로 도전하는 것은 결코 쉽지가 않으며, 이미 자신을 평가한 클라이언트와 관계자들에게 새롭게 다시 평가해 더 높은 점수를 받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멋진 파괴력을 가진 포트폴리오가 완성되지 않았다면 조금 더 인내를 가지고 충분히 생각하고 보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데뷔도 중요하지만 그 다음이 더 중요한 직업이 사진가입니다.”
포트폴리오 50 : 인간성 50
좋은 사진을 찍더라도 선택받지 못하면 커머셜 사진가는 활동할 수 없다. 좋은 사진을 찍는 것이 사진가의 기본이지만, 그 기본에 인간성이 더해져야만 한다.
“얼마 전에 제가 포토디렉터를 맡고 있는 ‘코스모폴리탄’의 화보 촬영에 사진이 좋은 친구를 소개해 함께 작업했습니다. 작업이 끝난 후, 잡지사 측에서 ‘다음엔 다른 친구와 작업하자’고 전화가 왔습니다. 사진은 잘 찍지만 에디터와 스태프들을 너무 힘들게 한다는 것이 이유였죠.”
사진을 잘 찍으면서 주위 사람을 힘들게 하는 사진가보다는 사진을 조금 못 찍더라도 촬영장의 분위기나 성격을 잘 파악하고, 작업 스타일을 인정받는 포토그래퍼가 더 환영 받는것이 현실이다. 특히, ‘고집이 세고, 사람을 힘들게 한다’라는 평가를 받으면 그 포토그래퍼는 당장 다른 직업을 알아봐야 할지도 모른다. 좋은 소문은 나지 않지만, 이상하게 나쁜 소문은 정말 빨리 퍼지는 것이 세상 이치다.
기 싸움의 달인이 되어야 해
화보 촬영 시 에디터를 비롯해 스타일리스트, 메이크업 아티스트, 모델, 조명 및 세트팀 등 수많은 스태프들과 함께 작업을 하게 되는데, 이들은 한결같이 기가 센 사람들이다. 개성도 뚜렷하고, 주장도 강하다. 그 속에서 기가 눌리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하다.
“사진가는 큰 배의 선장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하는데 스태프들에게 기가 눌리면 계획했던 방향으로 작업을 진행할 수 없습니다. 포토그래퍼가 원하는 데로 사진을 찍을 수도 없고, 모델과 스태프들을 지휘할 수도 없어집니다. 결과물이 나와도 당연히 내 사진 같지 않죠. 그래서 작업할 때는 여러 스태프들과 동등하지만 조금 더 높은 위치에서 진행할 수 있어야 하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스태프와 모델, 클라이언트를 컨트롤할 수 있는 작가가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태프를 진두지휘할 수 있는 자신감
‘난 잘해, 난 유능한 포토그래퍼니까’라는 자신감 또한 사진작가가 갖춰야 할 중요한 점이다.
“어떤 클라이언트가 30분 동안 5컷의 결과물을 요구한 적이 있었어요. 속은 타들어 가는데도 ‘난 잘 찍으니까 걱정하지마’라고 되내이자 정말 5컷을 30분 만에 찍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나와 작업하는 모두를 안심시킬 수 있도록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그 이면에 자신감이 필요합니다.”
포토그래퍼는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해야 하며, 광고주와 스태프들에게 당황하거나 긴장한 모습을 보여줘서는 안 된다. 포토그래퍼가 당황하면 스태프들도 당황하고, 결과물 또한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모든 스태프가 걱정해도 포토그래퍼가 그들을 안심시키고 작업을 하면 스태프들도 거짓말처럼 금새 안정을 찾게 될 뿐만 아니라 결과물도 좋아지게 된다. 이것은 다른 의미에서 스태프들에게 믿음을 주게 되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스태프가 포토그래퍼를 믿고 따라 가는 것이 이상적인 작업장의 모습이며, 뛰어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요소다.
‘나 아니면 안 된다’ 경쟁력을 갖춰라
클라이언트는 일을 주고 포토그래퍼는 결과물을 창조한다. 이 둘은 전형적인 ‘갑’과 ‘을’의 관계이므로 클라이언트에게 이익을 주지 못하면 가차 없이 포토그래퍼를 교체한다. 수많은 포토그래퍼가 클라이언트의 간택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내 수명을 어떻게 연장시킬까’에 대한 고민은 늘 따라 다니는 숙제죠. 제 스튜디오에는 대형 수조가 있습니다. 이미 수조가 있기 때문에 수조를 만들어야 하는 만만치 않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죠. 여름철에 물에 들어가야 하는 장면이 필요한 광고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내가 아니면 찍을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춘 셈이죠. 그것을 잘 이용할 줄 아는 작가들은 대부분 성공 가도를 달립니다.”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음식점들이 있다. ‘왜 저 음식점은 사람들이 줄을 서 기다리면서까지 먹으려고 할까?’라고 생각해 보면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로 하여금 그 음식점 아니면 먹을 수 없는 맛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포토그래퍼도 마찬가지다. 인기가 많은 포토그래퍼는 하루도 편히 쉴 날이 없다. 아니 쉬게 가만 내버려두질 않는다. 클라이언트가 찾고, 모델이 찾고, 광고대행사가 그를 찾는다. 그가 아니면 찍을 수 없는 사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연예인과의 친분 역시 같은 맥락이다. 물론 실제로 마음이 통하고 개인적인 친분이 있겠지만, 종종 업무에서도 그 부분이 크게 작용할 때도 있다. 대부분 클라이언트는 연예인이 지목한 포토그래퍼를 거부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연예인이 거부하는 포토그래퍼와 마지못해 일을 한다고 해도, 커뮤니케이션의 난조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결과물에 그 기량이 발휘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또한 포토그래퍼의 경쟁력이기도 합니다. 나만의 장점을 많이 만들어서 클라이언트가 스스로 찾아오게 하거나, 나를 지목할 수 있게끔 노력해야 합니다.”
“커머셜 사진가로서 가슴이 많이 아팠던 것은 ‘대학 때부터 또는 그 이전부터 많은 돈이 들어가는 사진 장르에 투자한 만큼 결과를 내기 힘들다는 것’이었죠.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한국 커머셜 사진시장이 그런 이유는 방법론을 몰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강의 내용처럼 커머셜 사진시장의 생리나 원칙을 누가 가르쳐 주지 않기 때문에 열정과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하는 사진가들이 많다. 또한 생각하지도 못했던 엉뚱한 곳에서 막히면, 문을 두드릴 창구가 없는 것 또한 한국 커머셜 사진시장의 현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커머셜 사진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의 모든 사진계가 반성하고 개선해 나가야 할 문제점인 것은 분명하다.
김한준 사진가는 “학교를 졸업하고 유학을 다녀왔다고 해서 커머셜 사진시장에 뛰어들 준비가 끝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조금 더 차분하고, 꼼꼼하게 준비하고 자기 스스로를 다듬어야 합니다”라고 당부했다.
▲ 지난 7월24일, 김한준 사진가가 2009동강사진워크숍 참석자들에게 ‘성공한 사진가가 되기 위한 30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오른쪽 사진은 강의가 끝난 후 강의 참석자들과 김한준 사진가가 기념촬영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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