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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영아티스트 지원 프로그램 선정 작가, 심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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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8-2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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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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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 하얀 백지와도 같아 더 많은 걸 담을 수 있다’는 심현지 작가를 만나 그녀의 작품 세계와 앞으로의 활동계획에 대해 듣는다.
“저를 규정짓기보다는 많은 걸 보고, 배워야 할 때인 것 같아요”
바람이 솔솔 불어와 설레는 날 시원한 테라스가 딸린 조용한 커피숍에서 심현지 작가를 만났다. 아직 앳돼 보이는 외모와 풋풋함이 묻어나는 말투의 그녀는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사회 초년생이다. 올해 대학을 졸업했지만 3월에 개인전과 그룹전을 모두 연 그녀는 ‘보다 영 아티스트 지원 프로그램’의 선정 작가다.
“보다 영 아티스트 선정 작가로 뽑힌 것은 제 실력이 출중해서라기보다는 운이 좋았어요. 개인전을 열며 뿌듯함과 동시에 나의 부족함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죠”라고 말하는 그녀의 사진 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 ‘보다 영 아티스트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된 심현지 작가
처음 사진을 시작한 것은 대학교에 들어와서부터 라고 한다. 그전부터 사진에 관심이 있어 ‘꼭 사진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게 아니라, 입시 준비를 하다 불현듯 ‘아~사진이 하고 싶어! 사진을 해야겠어!’라는 생각과 함께 그냥 사진이 하고 싶었다는 그녀. 그 뒤 부모님께 ‘엄마, 아빠 저 사진을 하고 싶어요. 사진학과에 갈 거예요’라며 그 뜻을 밝히고, 상명대 사진학과에 진학했다. 너무도 평범하고 착실한 인문계열의 학생이었기에 학교 선생님은 ‘사진은 취미로 하고, 영문과나 다른 쪽으로 진학해’라며 그녀를 설득했지만 이미 사진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난 심현지 작가에겐 그 말이 들리지 않았다.
“전 사진학과에 들어와 ‘아~ 정말 이 길이 내 길이구나’하고 느꼈고, 사진을 하게 된 걸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어요. 맨 처음 카메라를 드는 것부터 너무 재밌고, 셔터를 누를 때의 그 느낌, 찰칵거리는 셔터음 등 사진에 대한 모든 게 다 신기하고 마냥 좋았어요. 그리고 지금도 사진이 좋고, 사진에 대한 욕심도 있어요”라고 말하는 심현지 작가에게서 막연히 사진이 하고 싶어서 카메라를 잡았던 그 용감함이 이제는 사진에 대한 애정으로 변해 그녀의 삶에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진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며, 사진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는 그녀는 졸업을 앞두고 막연한 불안감을 느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 없었어요. 물론, 전 계속 사진 작업을 해 나갈 거지만 마냥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처럼 보여지는 게 싫었어요. 그래서 공모전을 준비했고, 운 좋게도 ‘보다 영 아티스트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된 거죠” 미래에 대한 알 수 없는 불안감을 사진으로 해소, 일종의 테스트를 거쳐 그녀의 사진이 인정받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보다 영 아티스트 프로그램 선정작가로 뽑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냥 뿌듯했다는 그녀. 4년간의 시간 동안 공들인 노력을 다 보상받은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개인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녀는 “‘내가 너무 성급했구나, 난 아직 준비가 덜 됐는데 너무 빨리 서둘렀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물론, 개인전을 치렀다는 것에 의미를 두면 더없이 좋은 경험이지만 제 스스로 만족스러운 전시는 아니었어요. 오히려 저를 더 채찍질하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졸업을 한 후에도 사진을 계속할 수 있을까?’, ‘나는 상업예술도 아니고 파인아트인데, 계속 사진을 해도 될까?’ 라는 고민을 많이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보다 영 아티스트로 선정된 후, 사진에 대한 욕심이 더 생겨 ‘그래, 일단 하자! 나는 지금 시작하는 단계이고, 하얀 백지상태니 더 많은 걸 담을 수 있어. 먼 훗날 내가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일단 카메라를 들자!’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한다.
그때의 다짐으로 더 많은 것을 배우고자 그녀는 지금 유학을 준비 중이다. 올해 말 새로운 곳에서 더 많은 것을 자기 속에 담기 위해 고군분투할 심현지 작가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Invisible project’ 개인전을 통해 틀 속에 갇힌 콤플렉스를 표현한 심현지 작가의 작품중에서
그녀가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된 보다에서 열린 ‘invisible project’ 개인전은 작품을 찍을 당시에도 참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심현지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틀 속에 갇힌 콤플렉스를 표현하고 싶었다.
“아크릴 투명 박스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억압일 수도 있고, 자신이 만들어낸 콤플렉스도 될 수 있는 그런 이중적인 매체로 작용합니다. 즉, 눌려진 살덩이와 억압된 공간 속에 갇힌 신체를 통해 미의 기준이라고 정해놓은 틀 속에 보이지 않는 억압을 나타내고 싶었습니다”라는 그녀의 작품은 모델을 구하는 과정에서 많은 애를 먹었다.
처음에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뚱뚱한 여자 모델을 구합니다. 노출도 어느 정도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올려 연락을 기다리기도 했다. 하지만 ‘뚱뚱하다’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이어서 날씬한 몸을 지녔음에도 모델을 자청한 사람, 신체를 서슴없이 표현하고 싶었던 그녀에게 ‘흰 티셔츠에 힙합바지가 아니면 사진을 찍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사람 등 다양한 경험을 한다. 그런 시간 속에 오기가 생긴 그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 모델을 찾기 시작했다.
“예전에 한국여성재단에서 ‘빅우먼 패션쇼’를 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거기에 전화해 당시 무대에 섰던 분을 소개받았죠. 그리고 지금 작품 속 모델을 만날 수 있었어요. 전 지금도 모델 언니가 참 고마워요. 전문 모델도 아닌데 제가 올 누드로 찍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언니가 선뜻 ‘좋아~네 생각이 그렇다면 나는 기꺼이 벗어줄 수 있어. 그 대신 니가 표현하려고 하는 것을 주저 없이 완벽하게 표현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래서 언니 덕에 작품을 마무리하고 전시회도 치를 수 있었어요.” 모델이야기를 하는 그녀에게서 모델에 대한 고마움과 애정이 느껴졌다.
심현지 작가는 “‘Invisible project’를 시리즈로 생각하고 있어 작업을 마친 게 아니라 이제 시작하는 단계예요. 어떤 방법으로 표현할지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아크릴 없이도 억압됨을 표현하는 방법을 찾겠죠”라며 아직 끝나지 않은 ‘Invisible project’에 대해 말했다.
‘Invisible project’도 중요하지만 그녀는 요즘 흑백사진의 매력에 빠져있다. “흑백사진을 접해 볼 기회가 없었어요. 그렇지만 흑백사진이라는 것은 사진을 한다는 것의 기본이 되는 것 같아 배워보기로 했어요. 너무 편한 것만 찍는 것 같아 좀 다른 시도를 하게 된 거죠” 그런 그녀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전 일단, 열심히 사진을 찍을 거예요. 그렇다고 사진만을 하겠다는 건 아니에요. 올해 말 유학을 가면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면서 무엇을 할지 또렷해지겠죠. 아직 저는 뭐가 되겠다. 그렇게 되고 말 거다. 이렇게 저를 규정짓지 않아요. 저는 지금 막 시작하는 단계이고, 제 안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으니까요. 지금은 온통 사진에 빠져서 사진만 생각하지만 더 넓은 세계에서 많은 걸 보다 보면 또 다른 무언가가 하고 싶어져 그것을 시작하게 될 수도 있겠죠. 저를 규정짓기보다는 많은 걸 보고, 배워야 할 때인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그녀다.
처음 사진을 만났던 그때처럼 불현듯 또 다른 어떤 것에 빠져 자신의 온 열정을 다 바칠 그녀를 생각하니 그의 앞으로의 10년, 20년 후가 궁금해진다. 티 없이 맑은 눈으로 넓은 세상을 바라보며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마음을 다해 빠져들 그녀의 모습이 그려진다. 훗날 그녀가 돌아올 때는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을까?
취재 / 박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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