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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사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하는 김정대 사진가를 만나다! 13-09-2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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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사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하는 김정대 사진가를 만나다!

사진가 김정대의 손가락은 무겁다. 쉴 새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여느 상업사진가와는 무언가 다른 모양새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절대 셔터를 누르는 일이 없다. 그래서 그 결과물은 더더욱 낯설다. 현재 작업 중인 한복사진은 새로운 패러다임이라 할 만큼 기존 사진과 차이가 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룬 한복사진은 세련된 패션사진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김정대 사진가의 철학이 내제된 사진 예술이다. 이러한 작가적 성향은 버드나무나 여러 오브제 시리즈에서도 두드러진다. 최근들어 김정대 사진가는 그토록 바라던 작가 중심적인 파인아트에 집중하고 있다. 피사체는 달라도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생과 사, 무와 유, 현실과 비현실 등 다소 어두운 상반된 의미들이다. 잘 나가는 웨딩사진가 대신 외롭지만 정체성 뚜렷한 예술사진가의 길을 택한 김정대 사진가를 압구정동 작업실에서 만났다. - 편집자 주 -


▲ 김정대 사진가

= 예전처럼 강의 현장에서 만나기 어렵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특별히 강의가 줄지는 않았다. 대상만 바뀌었을 뿐, 사진에 대한 기술이나 예술적 미학 등 어찌 보면 예전보다 교육주제나 대상은 더 다양해졌다. 과거엔 스튜디오를 경영하는 프로사진가 대상의 교육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경영자, 예술가 등 특정 집단을 위한 사진 인문학 강의가 많다. 이와 동시에 개인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수 년 전 부터 해 오던 어셈블리지(Assemblage) 시리즈를 비롯해 한복·버드나무 사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음으로 전해지는 감흥을 담다보니 느리지만 온전히 내 생각과 의식을 표현할 수 있어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최근 집중하고 있는 한복사진이 기존 상업사진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한복사진과 그 안에 담긴 의미가 궁금하다.
“한복은 오랫동안 웨딩사진에 몸담았던 내게 친숙한 소재다. 신랑신부의 한복 컷을 찍을 때야 어쩔 수 없이 소비자 기호에 맞춰 현실에 타협할 수밖에 없지만 늘 마음 속에는 작가 의식이 반영된 한복사진을 갈망하고 있었다. 인물과 자연, 배경 그리고 한복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한복사진은 분명 새로운 시도이자 패러다임이다. 요즘 상업사진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작가 주도의 예술성과 배경이 강조된 동양의 미적 기준은 사진의 중요한 표현 요소다. 한 나라의 복식은 그 나라의 자연을 닮는다. 한복의 유유한 선이 우리 주변의 산등성이를 닮은 것도 다 그래서다. 그래서 내 한복사진은 인공의 부산물이 철저히 배제된 채, 자연이라는 위대한 세트에서 태양의 에너지를 빌려 순수하게 담아낸다. 나의 모든 한복사진에는 파도, 소나무 등 피사체에 의한 경계가 존재한다. 이승과 저승, 삶과 죽음, 탄생과 소멸, 유(有)와 무(無)를 결정하는 분계선이지만 한편으론 유무상생(有無相生)의 공존인 것이다.”

= 한복사진을 찍을 때 전문 모델이 아닌 일반인을 섭외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한복이 우리나라 고유의 의복이다 보니 서양 체형에 가까운 전문 모델들은 오히려 한복의 아름다움을 반감시킨다. 비록 인물이 부각되는 한복사진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에 어울리는 한복 모델이야 말로 작가가 말하고 싶은 사상과 생각을 부각시키는 요소다. 그 나라의 복식은 그 나라 사람들이 가장 잘 어울리게 마련이다. 결코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행동과 모습은 자연의 순리를 그대로 따라가는 한복사진과 잘 부합한다. 지난해 여름 촬영을 시작해 지금까지 네 차례 야외 출사를 다녀왔는데, 모두 일반인을 모델로 기용했다. 앞으로도 이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 김정대 사진가가 새롭게 시도하는 한복사진(모델: 임귀주)은 작가의 의식과 피사체 본연의 의미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김정대 사진가의 한복사진은 관련 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불릴 만큼 특이하다.

= 웨딩과 같은 상업사진에서 출발해 점차 파인아트적인 성향의 사진작업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웨딩사진을 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게 언제나 웃고 예쁜 모습만 찍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들의 기호에 맞는 사진을 양산해야 하는 상업사진가로서의 내적 갈등은 나를 너무 힘들게 했다. 돈을 벌기 위해선 예쁜 사진, 화사한 사진을 추구해야 하지만 그 당시엔 어떤 길로도 갈 수 없을 만큼 가난했고 혼돈스러웠다. 주변 지인들도 이런 나를 보고 ‘언젠가 파인아트의 길을 갈 팔자’라고 말 할 정도였다. 상업사진을 일부러 멀리 하고, 파인아트를 맹목적으로 신봉하는 것이 아니다. 의식있는 사진, 생각이 담긴 사진을 추구하고, 철저하게 그 믿음을 따를 뿐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업사진의 비중은 서서히 줄고,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느끼며 찍는 순간이 많아지고 있을 뿐이다.”

= 한복사진 말고도 현재 진행 중인 어셈블리지(Assemblage) 시리즈나 버드나무에서도 남다른 철학적 사유를 품고 있는 듯하다. 자신의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에게 궁극적으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사진가에게 있어 피사체와 소통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한복이나 버드나무를 찍는 것이지만 나의 아픈 사연을 지금 들어내놓고 싶지는 않다.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했던 힘든 경험에 의한 자연스러운 끌림으로 대상을 찍었고, 훗날 알게 된 피사체의 의미는 촬영의 당위성과 잘 부합됐다. 버드나무도 마찬가지다. 밤낮 없이 밝은 도시의 환경 탓에 자연의 법칙을 거스른 채한 겨울에도 잎사귀를 부여잡고 있는 그 간절함이며, 어떤 연유인지 모를 상처 때문에 외롭고 쓸쓸함이 묻어나는 버드나무의 고즈넉함이 촬영의 이유라면 이유다. 실제로 버드나무는 예로부터 사랑과 이별의 상징이었다. 어느 눈 내리던 날 한강에서 마주했던 버드나무는 그렇게 카메라에 담겨지기 시작했다. 굳이 사람들에게 나의 생각과 의식, 철학적 사유를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내 작품을 보고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그게 창작의 만족이고, 즐거움일 것이다. 나의 작업은 철저하게 의식하고 사진을 담는 방식이다.”

= 작가로서의 의식은 타고난 것인가? 아님, 지속적인 교육과 경험에서 비롯되는 것인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책 중에‘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것이 있다. 사진이나 그림이나 모두 언어다. 사진을 보고 느끼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 인상사진을 찍는 작가라면 인물에 대해 우선 알아야 하고, 해부학이나 데생 등 관련 학문을 익힐 필요가 있다. 강단에서 사진을 가르치는 나조차도 여전히 새로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스스로 그 해법을 찾는다. 그러나 대다수의 상업사진가들은 노력 없는 대가만 바란다. 그 결과가 눈에 보이는 사진기술에만 집중할 뿐 정작 작가로서의 자질과 성향에 영향을 주는데는 소홀하다. 나의 젊은 시절을 돌이켜보면 작가로서의 의식이 완전히 후천적이라고는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사진 이전에 체험한 수많은 예술적 경험들과 사진 입문 후 계속된 학문적 습득이 그 의식을 온전히 작품에 반영하는데 큰도움이됨은분명하다.”

= 현재 작업 중인 연작들의 결과물은 언제쯤 공개할 예정인가?
“한복, 버드나무, 어셈블리지(Assemblage) 시리즈까지 현재 네 가지 작업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 모두는 기약이 없다. 최소 12점이 되었을 때 전시하겠다는 내 나름의 기준은 있지만, 작품 하나하나에 의식을 담아 찍어야 하므로 그 시기는 유동적이다. 강의 중 학생들에게 늘 사진가로서의 양심(착한 사진가)을 지켜달라고 당부한다. 무작정 찍고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처음부터 의식있는 작품을 창작하라는 뜻이다. 그런 내가 준비도 되지 않은 작품을 서둘러 공개한다면 너무 비양심적이지 않겠나?”


▲ 김정대 사진가가 현재 작업중인 다양한 작품 중 버드나무

= 국내 사진인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린다.
“미국에 리처드 아베돈(Richard Avedon)이란 패션사진가가 있다. 상업사진을 지향하지만 개인의 의식과 사상을 사진에 담아낼 줄 아는 파인아트 성향의 작가다. 나 또한 지금은 파인아트에 몰두하고 있지만 상업사진을 배제하지는 않을 것이다. 단, 소비자 위주의 영혼 없는 작품 대신 작가의 뚜렷한 정체성이 묻어난 사진을 창작하겠다는 의미다‘. 마치 후려치 듯이 셔터를 눌러대고 그 가운데 몇 장을 거지처럼 줍는 사진가가 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느끼지 않고 찍은 사진은 가치도 없을 뿐 더러 프로사진가라는 자부심도 부끄럽게 만든다. 이는 사진가라면 누구를 막론하고 반드시 의식하고 되짚어 볼 문제다.”

= 앞으로 더 자주 볼 날을 기대한다. 향후 계획은 어떤가?
“개인적으로 어셈블리지(Assemblage) 작업을 좋아한다. 그 동안 멸치, 못, 성냥 등의 오브제를 찍었는데, 다음은 깡통이다. 녹슬고 찌그러진 깡통, 더 이상 제 역할을 다 할 수 없는 그 오브제를 통해 생과 사의 절대적인 무언가를 그려볼 생각이다. 지금도 수시로 작품을 구상 중이다. 기구를 타거나 비닐로 폭포를 만드는 등 다소 스케일이 큰 작업들인데, 반드시 실천할 것이다. 한편, 그 동안 다방면에서 강연했던 교육 내용을 토대로 디지털 워크플로우를 총체적으로 정리한 책을 집필 중이다. 내년 봄 시즌에 출간될 이 책에는 Input(입력)에서 Output(출력)에 이르는 다소 방대한 양의 디지털 워크플로우정보가수록될예정이다.”

취재 / 김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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