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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경희 사진가, <생의 터, 사이의 공간> 13-06-25 19:04   
작성자 : 관리자 TEXT SIZE : + -

“내게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았는지, 사진을 통해 또 다른 차경희를 만드는 것 같아요”
- <생의 터, 사이의 공간>으로 첫 개인전을 연 차경희 사진가를 만나다 -

사진을 시작한 스물아홉, 차경희 사진가는 사회가 외면한 사람들에게 시선을 보냈다. 정신요양원에 있는 사람들, 원치 않는 사람들과 차를 마셔야 하는 다방 아가씨들, 그냥 무의식적인 시선이었다. ‘사진가로서 그들의 삶을 보며 그들을 돌봐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차경희 사진가는 ‘정말 순수하게 그들을 이해하고 있을까, 다만 사진을 찍기 위해 그들의 삶 속에 들어가 있는 건 아닐까’라며 다른 사람의 삶을 순수하게 이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에 빠진다. 매일같이 이어지던 사진 촬영, 이는 차경희 사진가에게 있어 사람을 찍는 것에 대한 고민이었다.
2005년, ‘아이포스’ 제 7회 사진비평 우수상을 수상한 차경희 사진가의 <生, 바다풍경>은 그렇게 시작됐다. “다 끝났다고 생각한 척박한 간척지에서, 아무것도 살지 못할 것 같은 그곳에서 바닷게가 틈을 파 살아갈 터를 만들고 염분을 먹고 자라는 칠면초가 억척스럽게 꽃을 피우는 것을 봤어요. 생(生)의 의미를 찾고 자연이 주는 편안함에서 위로를 받았죠.”
그러나 갑작스럽게 맞이한 동생의 죽음은 차경희 사진가를 또 다른 문제와 마주하게 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 생(生)과 사(死)를 고민했죠. 늘 함께 있었지만 함께하지 못했던, 이제는 함께 할 수 없지만 동생은 항상 곁에 있는 것 같아요.”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동생을 잃은 차경희 사진가는 다시 전국을 누볐다.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자연 속에 뉘인 무덤을 찾았다. 버려진 것만 같은, 그러나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 잠든 무덤에 갔다. 그곳에서 차경희 사진가는 대형 필름카메라를 펴고 천천히 그들과 마주했다. 이름 모를 주인이 잠든 무덤 사진을 찍기 시작한지 7년이 지난 2013년 5월, 차경희 사진가는 첫 개인전을 연다. 부산 토요타포토스페이스의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인 ‘靑사진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주제는 ‘차이로서의 사진’. 차경희 사진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바다 풍경과 무덤을 함께 내 걸었다. <생의 터, 사이의 공간>展은 그렇게 시작됐다. - 편집자 주 -

▲ <생의 터, 사이의 공간>으로 생애 첫 개인전을 연 차경희 사진가

바다풍경, ‘생(生)’을 찍다
스물아홉, 남보다 늦은 나이에 카메라를 쥔 차경희 사진가는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으며 ‘세상에 정의가 있고 진실이 살아있다’고 생각했다. 정신요양원에 갇힌 사람들, 물건처럼 돈을 주고 사고 파는듯한 다방 아가씨들이 그랬다. 밖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그들이 차경희 사진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들을 찍음으로써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자신의 사진이 언젠가는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작업을 이어갈 당시만 해도 그들의 일상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사진을 찍기 위해 또다시 다른 사람의 아픔을 들춰야 하고, 그것이 어쩌면 그들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고민에 빠진다.
“정신요양원에 가서 하루 종일 같이 밥도 먹고 얘기도 하면서 생활했어요. 매일매일이 촬영이었죠. 그러다 백제예술대학을 졸업할 무렵, 사람을 찍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됐어요. 앞으로도 전 계속 사진을 찍을 거잖아요. 사진을 포기할 수 없어, 사진을 찍기 위해 또다시 누군가의 아픈 삶 속에 들어가야 하는 건지…”
그러다 우연히 차경희 사진가의 눈에 든 대상이 있었으니, 경기도 남양만 쪽에 펼쳐진 붉은 풀, 과거에 바다였다 간척지로 매립된 척박한 땅이었다. 아무것도 살지 못할 것 같은 땅에서 작은 생물과 풀이 살아가고 있었다. 바닷게가 그 틈을 파 살아갈 터를 만들고, 염분을 먹고 자라는 칠면초가 억척스럽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사람과 삶에 지쳐가던 차경희 사진가는 생(生)의 의미와 자연이 주는 편안함을 배웠다. 간척지를 찍은 바다풍경으로 2005년 ‘아이포스’ 제 7회 사진비평 우수상을 받았다.

지속된 시간과 지속된 관계, ‘터’
사진으로 생(生)을 배운 차경희 사진가는 다시 삶을 고민했다. 사진을 찍지 않고서 살아갈 수 있을까? 사진을 찍던 사람들 사이에서 벗어나 외국에 잠시 나갔던 사이 비보가 들려왔다. 동생의 억울한 죽음이었다. 2000년대 초반 작업에서 늘 사람을 생각하고 그들의 아픔을 고민했던 차경희 사진가는 ‘사(死)’, ‘죽음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동생의 존재는 더 이상 없지만 그리우면 동생이 누운 곳엘가는 것처럼, 문득 ‘누운 자리에서 뭐가 보일까’ 생각해봤어요. 그리고 주변부터 찍기 시작했죠. 무덤 작업은 비록 제 사적인 것에서 출발했지만 사진으로 하나의 맥락을 만들고 싶었어요. 예전에 죽은 땅이라고 생각하던 갯벌에서 생명을 본 것처럼, 죽음이란 공간을 찾아갔는데 내게 말을 거는 존재가 있었거든요. 동생을 제 사진 안에서 살리고 싶었어요.”
<터, 지속된 시간> 작업의 첫 시작은 차경희 사진가 본인이 누구에게 위로받을 수 없었고 동생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었던 것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작업을 잘 마쳐 동생에게 선물하고 싶은, 여전히 함께 한다는 것을 사진으로 보이고자 했다. 누군가에게 위로 받을 수 없을 때 자연을 통해서, 작은 생명체를 통해 위로를 받았던 기억을 되살렸다. 그래서 차경희 사진가는 다시 대형 필름 카메라를 메고 무덤을 찾아 전국을 다녔다.
“발길 닿는 대로 무덤을 찾아다녔어요. 무덤은 제가 선별했어요. 제 출신도 그렇고 동생도 서민의 삶을 살다가 떠났으니 호화스럽지 않은 무덤을 찾아다닌 거죠. 전국을 돌아다니다 시선이 머물게 하는 무덤들. 제 사진 속에 죽은 자의 무덤이 있지만 누군가 흔적이 있는 무덤들이에요. 무덤가 옆에 땔나무가 하나 있다면, ‘나무꾼이 나무를 해 자기 엄마 무덤가에 잠시 맡겨놨구나’라고 나름대로 현장을 촬영하며 상상해보는 거죠. 누군가 다녀간 흔적, 조금 후에 또 누가 다녀간 흔적들. 저는 그것들이 서로 맞물려 있다고 해석했어요.”
그러나 작업이 마냥 쉽지는 않았다. 작업을 시작한지 중반이 흘렀을 때까지도 차경희 사진가의 작품을 본 사람들은 ‘사진 안에서 죽음이 보이지 않는다’, ‘뻔한 무덤, 식상하다’란 비판을 서슴없이 내놓았다. 그럴 법도 한 게 기존에 (다른 작가들이) 죽음을 표현했던 방식과 차경희 사진가의 작업은 확연히 달랐다. 비판은 이것 말고도 또 있었다. ‘사적인 동생의 죽음으로 죽음이란 주제를 보편화하려 하느냐?’
차경희 사진가는 말한다. “아름다운 자연 안에 무덤이 있는 것은, 먼저 떠난 님을 그리워하는 살아남은 자들의 애틋한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은 죽음마저도 빼앗아 갈 수 없는 사랑의 마음이죠. 동생의 죽음으로 새로운 작업을 시작했지만, 저는 도시보다 시골을, 외국보다 한국의 자연 풍경을 더 좋아해요. 한국 풍경이 아름답고 다양하잖아요. 바다와 산, 삶과 죽음. 이런 것들이 능선을 타고 보여준 풍경 속에서 삶과 죽음이 자연과 하나가 된다는 것을 봤죠. 누구 하나가 도드라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각자의 색을 갖고 있는데, 그게 또 하나의 풍경이기도 했고요.”



▲ <생의 터, 사이의 공간>사진전은 지난 5월24일부터 오는 7월15일까지 부산 토요타포토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생의 터, 사이의 공간> 사진전에 전시된 사진 안에 담겨있는 촉촉한 바람, 아름답고 애틋한 무덤 풍경을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잠시나마 사색에 잠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차경희 사진가가 보여주는 ‘차이로서의 사진’
“무덤 사진을 찍는 데 예전 갯벌이 생각났어요. 바닷게며 칠면초며, 죽음이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을 봤거든요. 죽은 공간에서 생명들이 말을 건 거죠.”
삶과 죽음. 우리 삶에서 가장 확연하게 드러나는 ‘차이’가 아닐까. ‘존재한다’, ‘그렇지 않다’. 또는 ‘있다’, ‘없다’. 삶은 존재하고 있는 것인 반면, 죽음은 존재하지 않고 실체도 없다. 그래서 삶이 아니다.
“<生, 바다풍경>과 <터, 지속된 시간>을 함께 전시합니다. 이 두 작품을 함께 거는 이유가 ‘제 시선’이에요. 저는 큰 대상에서 큰 것을 보는 게 아니라 작은 것을 보거든요. 죽은 바다지만 그 안에 살아있는 생명체를 발견하고 삶의 이유와 희망을 찾는 것처럼, 무덤 작업에서도 죽은 무덤은 기피하고 싶은 대상이지만, 여전히 다녀가고 호흡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차이로서의 사진’. 차경희 사진가는 가장 확연하면서도 쉽지 않은 주제, ‘삶과 죽음’을 갤러리에 함께 내 걸었다. 척박한 환경(죽음)에서 다른 생명체(삶)를, 사적인 죽음을 아름다운 풍경으로 풀어낸 차경희 사진가의 작가노트엔 무엇이 쓰여 있을까?
“저를 가장 열정적이게 만드는 것은 작업이에요. 이번 전시를 통해 저의 30대 시절을 정리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좀 더 성실하고 집념 있는 사진가가 되고 싶다’는 욕심을 부려 봅니다. ‘차경희 답게’ 씩씩하게 일어서 깊고도 투명한 계곡물처럼, 깊이 있는 작업으로 40대의 삶이 담겨있는 또 하나의 차경희를 만들겠습니다.”

취재 / 연정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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