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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교수 ‘사진의 존재론’ 09-07-06 09:37   
작성자 : 관리자 TEXT SIZE : + -

도상적 성격의 회화적 사진부터 미래를 표현하는 CG까지… ‘사진의 존재론’이 변하고 있다 !
- 디지털 시대에 살아가는 인문학자들이 이미지의 변화를 어떻게 설명하고, 이해하는지에 대한 사회문화평론가 진중권 교수의 강의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

여성사진가협회는 지난해 12월29일, 갤러리 라메르에서 협회 창설 10주년을 기념하는 ‘순간, 시간 그리고 시대’展의 부대행사로 사회문화평론가 진중권 교수 초청 세미나를 열었다. 진중권 교수는 ‘사진의 존재론’이라는 주제로 인문학자들이 말하는 디지털 시대의 사진이미지의 변화, 이미지와 대중의 상호작용 등 조금은 건조할 수 있는 사진의 미학과 역사적 변화를 특유의 입담으로 재치있게 풀어 나갔다. 비공개로 치러진 이번 세미나는 여성사진가협회 회원들과 소수의 갤러리 관객들을 대상으로 열렸다.
이에 본보에서는 진중권 교수의 ‘사진의 존재론’을 정리해 게재하니 관심 있는 독자의 많은 참고를 바란다. - 편집자 주-


▲ 여성사진가협회의 10주년 기념전의 부대행사로 진행된 세미나에서 ‘사진의 존재론’을 강의한 진중권 교수

회화적 이미지의 특징을 그대로 이어가는 초기 사진

이미지의 역사에서 1900년대까지 주도적인 이미지는 회화였다. 사진 또한 마찬가지로 그 당시에는 회화적 성격이 강했고, 이른바 ‘아우라’라고 하는 것이 존재했다. 당시 사진사들은 사진의 기술적 측면을 감추고, 예술적 측면만을 나타내는 사진을 찍었는데, 이는 19세기까지 사람들의 보는 눈이 회화적 지각 방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사진가들 자체도 예술적인 배경 즉, 파인아트 배경을 가지고 있는 예술가들이었고, 초상화가 사진을 따라갈 수 없어서 사진으로 전향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사진 자체도 파인아트의 시각과 전통, 다시 말해 회화를 바라보는 관점으로 찍었고, 사물을 보더라도 시적 분위기에 둘러싸여 보는 시지각의 관습들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사진가들이 사진을 찍을 때도 파인아트의 지각론 속에 갇혀 있었다. 당시의 사진은 예술적으로 연출을 해서 찍거나, 미학적, 예술적 효과를 노리는 사진들이었고, 이것이 당연하게 생각되었다.

발터 벤야민, 사진의 페러다임의 변화! ‘사진은 기술이다’

사진기술이 예술에 적용된 1840년대 이후, 90년이 지난 후에야 사진에 대한 철학적인 성찰이 시도되었다. 발터 벤야민(독일, 철학박사)의 ‘기술 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은 그 내용을 직설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90년 사이에 사진에 대한 기술적 조건이 완전히 변한 것을 인식하고, 초기사진이 가지고 있는 낡은 지각의 관성을 겨냥하고 있다. 벤야민은 논문에서 ‘사진은 이제 자기 매체성을 인식해야 한다. 스스로 변한 매체성을 인식하고 매체에 충실할 때 비로소 사진은 자기 미학성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노출이 필요했던 초기 사진은 시선의 마주침이라는 것이 있었고, 그 작용이 일종의 ‘아우라’를 불러 일으켰는데, 노출시간이 짧아지면서 촬영자와 피사체 간에 시선의 마주침이 사라져버려 당시 보편적인 시각으로는 무정한 사진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우구스트 잔더의 사진은 당시 독일에 존재했던 각종 직업 군인들을 촬영했는데, 당시까지 존재했던 초상화가 아니라 유형학적인 측면으로 접근하게 된다. 이는 당시 독일사회에 대한 냉정한 해석이자 해부학이었다. 일종의 사회 심리학적 해부의 성격을 갖는 것인데, 여기서 사진의 목적이 달라진다. 이전 세대의 사진 모델이 회화였다면, 90년대는 사회과학과 자연과학 같은 ‘과학’으로 변한 것이다. 항공사진이나 천문사진, 의학사진 등 이러한 사진들은 그냥 이미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를 보고 읽는다’ 라고 할 수 있다. 사진 자체가 독해가 되는 것이고, 진리를 말하는 사진으로 변화됐다.

사진의 세 번째 패러다임, 팩트/기억/지표의 사진 ‘푼크툼’

초창기 사진은 ‘보이는 것과 유사한 것’이라는 도상적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회화에서 도상적 기능을 빼앗아 간 것으로 풀이되며, 2세대 사진에서는 상징적 의미를 갖게 된다. 사진이 언어와 마찬가지로 텍스트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무언가 현실을 해부하는, 눈에 보이는 것 아래에 모종의 읽을거리를 제시하는 것이 사진의 중요한 임무였던 것이다.
이후 1950년대에 들어서면서 사진의 새로운 이론이 등장한다. 바로 롤랑바르트(프랑스, 문학이론가)의 ‘카메라 루시다’이다. 3세대 사진들 즉, 사진은 다시 한 번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하게 되는데, 바로 ‘팩트(Fact)가 있는 사진’이다. 롤랑바르트는 ‘사진은 조작이나 왜곡이 없어도, 이미 프레임이라는 것만으로도 무수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이것 자체가 추상적인 의미의 재생이다’라며, 이것을 ‘스튜디움(stu dium)’이라고 부른다. ‘스튜디움’은 사진 속에서 읽어낼 수 있는 텍스트이고, 같은 스튜디움을 가지고 똑같은 메시지를 전하려고 해도 보는 이에게 기억되는 사진과 기억되지 않는 사진이 존재하게 된다. 사진이 담고 있는 메시지, 똑같은 메시지를 담아도 사람들을 자극하는 자극제가 될 때 비로소 자극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 에이전트로써 우리를 자극하는 ‘푼크툼’을 만드는 것이 사진사의 새로운 과제가 되는 것이고, 이것이 사진의 존재론적 가치와 성격에서 지표가 되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나타난 ‘사진의 2차 모더니즘’이 바로 지표적 성격이 강화된 이미지로써의 역할인 것이다. 촉각적이고, 자극적인 지표적 성격이 강조되면서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효과 등이 강조된 것이다.

앤디 워홀과 척 클로스, 20세기의 주도적인 이미지는 ‘사진’

1960년대에 들어서 사진과 회화의 역전이 일어난다. 이전에는 회화의 원본을 사진이 복제했는데, 이 시기부터 사진을 보고 회화가 복제하는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시대를 주도하는 이미지가 회화에서 사진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앤디워홀(미국, 팝 아티스트, Andy Warhol)과 척 클로스(미국, 초상화가, Charles Thomas Close)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는 프로토 타입의 제1 생산물을 대량 복제하는 생산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생산 자체가 복제로 이루어진다. 앤디워홀은 “내가 하는 것은 예술(Art)이 아니라 비즈니스이고, 나의 작업실은 아틀리에가 아니라 공장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예술의 영역도 대량생산과 그래픽 광고, 전단 등으로 범람하게 했다. 또한 ‘아틀리에가 아니라 공장이다’라는 말 역시도 중요한 포인트이다. 아틀리에를 전형적인 수공업 생산 시스템을 갖춘 예술가들의 ‘작업실’로 해석한다면, 공장은 자본주의 시장을 대표하는 대량 생산 시스템이다. 앤디워홀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원본에 대한 지각이 아니라 복제에 대한 욕망을 공공연하게 표현했다.
한편, 20세기를 주도하는 이미지가 회화에서 사진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또 한명의 예술가로 척 클로스가 있다. 흔히 생생함에 있어서 회화가 사진을 따라갈 수 없다고 말하는데, 척 클로스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뒤집는 작품들을 내놓게 된다. 회화를 이용해 사진보다 더 사실적인 이미지를 그려낸 것이다. 여기에서도 회화가 사진을 따라간다는 것을 알 수 있고, 20세기의 주도적인 이미지가 사진으로 변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디지털 이미지 시대, 이미지가 가야 할 길과 남아있는 과제

회화는 피사체가 없어도 상상해서 그릴 수 있지만, 생생함이 떨어지고, 반면에 사진은 사실적이지만 반드시 피사체가 있어야 한다. 회화와 사진에 이어 등장한 CG(Compu ter Graphic)라는 것은 그 앞에 존재했던 회화와 사진을 종합한 것이다. 사실상 그림이면서 사진과 같은 생생함으로 표현되고, 피사체가 없어도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렇게 변하다 보니 가상과 실제의 구별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 디지털 이미지 시대이고, 화가와 사진가의 과제가 겹쳐지게 되는 현상이 나온다. 실제로 이러한 현상들은 사진 전시회 곳곳에서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프랑스, 사진작가, Henri Cartier-Bresson)처럼 결정적인 순간, 즉 오랜 시간 기다리다 우연성을 포착하는 사진을 이제는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인공적인 설정이 가능하다 보니 사진이 다시 초창기의 사진과 비슷해지고 있다. 다만 사진이 자신의 매체성을 충분히 인식한 후에 회화와 비슷해지고 있기 때문에 당연하고 자연스러울 수 있다.
작금의 대중들은 실제하느냐, 실제하지 않느냐를 따지려 하지 않는다. ‘사진의 존재론’ 자체가 변했기 때문이다. 사진의 존재론이 변하고, 대중들의 취향이 바뀌었기 때문에 사진가들도 결국 대중들의 취향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앤디워홀이 1960년대 변화된 대중들의 미감을 반영한 것처럼 앞으로의 변화가 어떤 식으로 일어날지 생각해 보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다. 이미 대중들은 감상과 지적 대상으로서의 이미지가 아니라 섞이고, 융화되며, 각자의 개성으로 해석하고 캐릭터화시키고 있다. 사진을 비롯한 회화적 요소들이 이러한 변화에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관습들이 아직 강하지만, 사진에도 픽션의 요소들이 결합되면서 사진이 가지고 있는 사실성과 회화가 가지고 있는 허구성이 합쳐져서 픽션이라는 취향이 생기는 것들도 이미지 세계의 변화에 따라 자연히 생겨나는 것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는 분명히 공존해 갈 것이고, 어떠한 형태로든 상호 작용을 할 것이다. 디지털이 아날로그의 감성을 못 따라가는 시대는 이미 지나버린지 오래다. 이미 디지털에서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합쳐졌고, 여러 이미지에서 넘칠 만큼 사용되고 있다. 사실은 사진가의 작업을 과거, 현재, 미래에서 찍는 순간 현재에서 과거가 돼버리는 것이었다면, 앞으로 사진이 디지털적인 측면과 만나서 미래라는 것도 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주 미묘하게 나타나고 있는 이런 변화들이 사진에 어떻게 나타날지 예의 주시하고, 분석하고 적용하는 것이 앞으로 남아있는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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