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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근 사진가

09-01-21 10:42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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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현실에 지쳐있다면 ‘박형근 사진작가가 만드는 상상 이야기’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2008년 6월, 갤러리 잔다리에서 ‘Imaginary Journey’ 사진전 열어, 작가의 상상 속 이미지를 초현실적인 공간에 표현

‘사진은 언어와 가깝다. 하지만 사진에 비해 언어는 얇다.’ 박형근 사진작가의 첫 마디다. 지나치게 설명적이거나 상징적인 메시지들을 감소시키는데 역점을 둔다는 박형근 사진작가는 작품에 대한 남다른 소통 방법을 보여준다. 메시지가 분명한 작품들도 있지만 박형근 사진작가의 작품은 뚜렷한 메시지가 아니라 그 어떤 막연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와 연작으로 구성된 ‘Imaginary Journey’ 사진전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묘한 매력, 프레임 너머로 이끄는 다른 차원의 세계 등 그 만의 매력들을 유감없이 발산한다. 지금 현실에 지쳐있다면 ‘박형근 사진작가가 만드는 상상 이야기’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 편집자 주 -

▲ 박형근 사진작가

■ 사진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정말 우연한 계기로 사진을 시작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어요. 하지만 부모님 세대가 대부분 그렇듯이 남자가 미술을 전공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계셨어요. 그러다 대학 진학에 실패하게 되고 잠시 쉬는 동안 아는 분의 권유로 카메라를 잡게 되었는데, 막상 사진을 시작하면서 형언할 수 없는 자유를 느꼈습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고 미래에 대한 확신도 생겼죠. 처음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시작했지만, 고향이 제주도다 보니 자연에 대한 감각이 조금 강한 편이었습니다. 한국은 자연이 화려하지 않고 단조로운 편입니다. 그렇게 환경적 영향을 많이 받다보니 지금의 작품 성향이 생겨난 것 같습니다.”

■ 예술을 하면서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한계점은 무엇입니까?
“물론 개인적으로 조금씩 다르지만 전 창작의 고통이 큽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지요. 현실적으로 한국 사진시장의 제도 안에서 작품과 예술성만으로 소통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작가 검증에 대한 문제도 있고요. 작가도 이젠 국제적으로 검증되어야 합니다. 이런 문제 말고도 가장 선행되어야 할 것은 바로 경제적인 어려움입니다. 작품이 팔려야 후속 작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데 사실 쉽지 않은 일이죠. 그런 연유로 작품 활동 외에 부업을 하는 작가들이 많습니다. 사진계에서 전업과 취미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때로는 취미로 사진을 하는 사람들이 보다 여유롭게 작품 활동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전업 작가들에 비해 자기 고집이 강하며, 결과물에 대해 현실과 그 어떤 타협도 하지 않죠. 이와는 반대로 전업 작가들은 보다 넓은 영역 안에서 소통되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고집만 내세울 수 없습니다. 이 점이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 국내외 사진계에서 인정받은 사진작가로서, 일반인 또는 사진가들에게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요?
“예술은 감동을 내재해야 합니다. 전 실제로 좋은 작품을 보면서 눈물을 흘릴때가 종종 있는데 그런 감동을 자아내는 작품을 하고 싶습니다. 또 이런 점이야 말로 예술가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고요. 아직 한국은 작가들에게 주어지는 거의 모든 상황들이 현실적으로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늘 서로 공유하고 많이 나눠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강의를 할 때도 학생들을 사제지간보다는 함께 작업하는 동등한 작가로 다가서려고 노력합니다. 앞으로 해외에서 한국의 작품을 많이 알리고 싶은 포부도 있습니다. 비단 저 혼자만이 아니라 능력 있는 다른 여러 작가들과 함께 말이죠.”

▲ 2008년 6월, 서울 갤러리 잔다리에서 열린 박형근 개인전 ‘Imaginary Journey’ 중에서

■ 지난해 6월에 전시한 ‘Imaginary Journey’ 사진전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한국에서 발표한 제 작품들은 학습된 느낌이 지배적이었죠. 하지만 영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면서 색채부터 전반적인 작품관이 많이 달라졌고 진정한 자유를 느꼈습니다. 지금까지도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Imaginary Journey’ 사진전에 화두를 던진 셈이죠. 많은 사람들이 제 사진을 풍경이라 말하는데 사실은 풍경이 아닙니다. 풍경과 밀접하지만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심리적인 것일 수도 있고, 재현에 대한 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저는 그런 요소들을 자연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입니다. 특히 ‘Imaginary Journ ey’ 사진전은 ‘Untitled’와 ‘Tenseless’ 시리즈의 연장선상에 있는 신작들로 구성됐는데, 제 자신을 비춰보기 위한 작업의 연장이며 위에서도 언급했듯 아직도 끝나지 않은 진행형입니다. 그 중에는 셀프작업도 있는데 완전한 ‘self-portrait’는 아니고, 작품 자체가 어떤 사건이나 상황으로 연출되어 있죠. 그 연출의 주인공은 물론 저 자신입니다. 하지만 작품 속에서 주인공이 하는 일은 실마리를 제시해주는 역할입니다. 내가 나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하면서 그림의 일부가 되는 거죠. 쉽게 말해, 상상 속에서만 등장할 것 같은 비현실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너무도 사실적인 상황입니다. 가령 여름해변에서 누워있는데 갑자기 눈이 펑펑 쏟아지는 상황, 지극히 비현실적이지만 누구라도 한 번쯤 꿈꾸고 상상해 봤을 법한 소재와 주제를 표현한 거죠.”

■ 독창적 아이디어의 비결이 궁금합니다. 또한 후배 사진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말씀 해 주십시오.
“끊임없는 자기 관리가 필요합니다.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탐구해야만 합니다. 저는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아, 이것 참 좋구나!’라고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좋은 것을 더욱 좋게 보기 위한 노력이죠. 시간이 날 때마다 작업노트에 드로잉이나 아이디어를 적는 일도 잊지 않습니다. 예들 들어, 아이디어가 떠오른 순간 구상한 사진에 맞는 배경, 색채 등 그 찰나의 감정들을 최대한 빠르게 적는 것입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다르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다만 장비에 대한 집착은 그런 사상적인 부족함을 가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형식에 연연하기보다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야 합니다. 그 어떤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주변에 작품의 대상이 되어줄 수 있는 것들은 무한정 많습니다. 다만 적당량의 학습과 통용되는 언어와 형식, 그리고 내용은 필요하죠. 자신을 출발점으로 하여 노력하다보면 반드시 답은 나옵니다. 때론 이런 작업 과정에서 그 어떤 개입도 원치 않기 때문에 외로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제 작품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그 어떤 것, 스멀스멀 올라오는 그런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사실 이것은 언어가 아닌 느낌입니다. 작품에는 그런 요소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저는 ‘너머의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현실과 사고, 시각의 너머일수도 있죠. 저에게 사진이란, 대상 혹은 사람과의 연결선, 혹은 중간자적인 역할입니다. 그저 이미지가 아닌 살아있는 또 하나의 생명체, 프레임 밖의 세상까지 담아내는 것이 바로 사진이죠. ‘이것은 이것이다’라고 정의되어지는 작품은 죽은 작품입니다. 작품으로 모든 것을 다 보여줄 순 없지만 제 작품을 편안하게 감상하면서 많은 것을 얻어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권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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