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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또 다른 나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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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28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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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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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또 다른 나를 찾는다!”
- ‘시각장애’의 어려움을 딛고 당당하게 사진작가로 일하고 있는
김태훈 작가의 사진 인생 스토리를 듣는다 -
편안한 캐주얼에 야구모자를 눌러쓰고 뿔테안경을 쓴 평범한 청년. 그리고 밝게 웃는 표정과 미소가 아름다운 그 청년은 바로 사진으로 또 다른 나를 찾아가는 김태훈 사진작가다. 사진을 하는데 있어 눈은 정말 소중하다. 하지만 김태훈 작가는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사진을 찍는 것은 물론 다른 시각장애인들을 가르치기까지 한다.
‘사진을 찍는데 눈이 제대로 안 보인다면 사진을 어떻게 찍을 수 있을 지’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아해 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김태훈 작가 본인은 의연하다. 그의 눈은 남들보다 세상을 맑게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그의 마음의 눈만큼은 어떤 사람보다 순수함이 틀림없다.
이에 본보에서는 시각장애라는 어려움을 딛고서도 당당하게 사진작가로 일하고 있는 김태훈 작가를 찾아 그의 사진 인생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 편집자 주 -
“살아야할 운명”
6급 경증에 해당되는 시각장애를 가진 김태훈 사진작가. 그는 가변시력이어서 컨디션이 좋고 맑은 날에는 가끔 0.6까지도 시력이 올라간다. 그에게도 그렇게 잘 볼 수 있는 운 좋은 날은 있다. 하지만, 평소에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흐려도 무척 흐리다. 어떤 시각장애인은 터널처럼 딱 그 안만 선명하게 보이는 좁은 시야를 가진 이도 있고,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여 쉽게 피곤해지는 사람도 있다.
김태훈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은 술을 잔뜩 마시고 흠이 많이 난 안경을 쓴 채 걷는데 누군가가 눈앞에 플래시를 움직이며 빛을 쏘는 듯한 느낌이다. 이게 바로 시각장애를 지닌 김태훈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이다. 보이는 것이 그러하다 보니 우울감이나 절망감에 빠져 산 날도 많았다.
김태훈 작가는 사고로 시력을 잃었다. 5명이 함께 사고가 났는데 그만 살아남았다. 다행이었지만, 그는 한동안 절망 속에서 살아야만 했다. 그래서 자살을 무려 7번이나 시도한 적도 있다.
“멀쩡하던 사람이 장애인이 되었다는 건 엄청난 상실로 다가왔고 또한 직업, 명예, 커리어, 여자친구, 그리고 어쩜 그동안 내가 살아왔던 존재 이유와 가치에 대한 혼란도 오래 지속되었습니다.”
김태훈 작가는 사고 이후, 아무도 없는 길목에서 차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붙여 자살을 시도했는데, 그때 다행이도 수방사의 군인들이 구해줘서 살게 되었다. 하지만 김태훈 작가는 또 죽음의 길목으로 자꾸만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가 욕실에서 동맥을 끊어 죽으려던 순간, 여자친구가 그를 찾아와 살렸다. 김태훈 작가의 자살 시도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병원에서 처방 받은 마약 성분이 든 약을 다량 복용하고 또 자살을 시도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평소 그를 알고 지내던 모 방송사 직원이 그를 살려냈다.
그 후로도 김태훈 작가는 죽으려고 여러 번 자살을 시도했지만, 살아야할 운명이었던지 번번히 누군가에 의해 자살이 차단되었다고 한다.
▲ 김태훈 사진작가(사진). 그는 ‘시각장애’의 어려움을 딛고 당당하게 사진
작가로 일하고 있다.
“사진, 절망에서의 탈출구… 사진으로 또 다른 나를 찾는다”
사고가 난후, 14개월 동안 무의식 상태로 있다가 의식을 회복한 김태훈 작가의 일상에 찾아온 불편은 그를 무척 힘들고 절망적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탈출구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사진’으로 인해 가능했다. 사고가 나기 전부터 사진 작업을 해왔던 그였기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생각보단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사진에 대한 생각 자체가 많이 바뀌었다. 그는 장애가 있기 전 까지는 주로 과시용 사진을 좋아했다. 콘트라스트나 채색이 강하고 임팩트가 강한 사진을 주로 찍었던 그가 이제는 워딩사진을 주로 찍는다. 워딩사진은 사람의 취향이나 시각에 따라 약간의 성향 차이가 있어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기도 한다.
김태훈 사진작가는 ‘사진전을 개최하는 과정에서 정말로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고 전한다.
한번은 한 소녀가 부모님의 이혼을 비롯한 여러 가지 상처들로 인해 가출을 하고 자살을 하러가던 중에 김태훈 작가의 사진전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소녀는 김태훈 작가의 사진을 보고 그 자리에서 펑펑 울고 다시 자신의 엄마에게 전화를 했던 적이 있었고, 그 후에는 김태훈 작가의 모델이 되어 주기도 했다. ‘어느 비가 오던 추운 날에 김태훈 작가가 그 소녀를 촬영하는 모습을 보았다’는 사람이 우연찮게 김태훈 작가의 블로그에 들어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김태훈 작가의 사진은 자전적인 워딩을 담은 작품들이 많다. 그가 추구하는 사진은 무척 간단하다. 작가 자신이 사진을 통해 대화한다는 것, 이게 그의 중심마인드다.
김태훈 작가는 ‘사진 또한 문학처럼 화자가 있고 청자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장애가 있기 전부터 글을 써왔다. 일본에서 소설집을 출간했었고 현재도 집필을 하고 있다. 그는 문학과 사진이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김태훈 작가는 사진의 어떤 화려한 기술보다는 사진 속에 담겨진 사람의 마음을 바라보는 눈을 갖게 된 것이다.
김태훈 작가는 종종 포토 케어 프로그램을 개최하곤 하는데, 그럴 때 마다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전과자, 차상위 계층, 장애인, 독거노인 등 다양한 생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구도, 컬러, 로케이션 등을 따지지 말고 사진에서 자신을 찾으라’고 전한다. 그리고는 자기 자신과 대화하며 사진으로 치유받는 과정을 알려주기도 한다. 다시 말해 ‘지나가는 길에 버려진 종이컵을 보면서 그 속에서 내 모습을 발견한다면 바로 그것을 찍으라’고 사람들에게 이야기 한다. 이것이 바로 김태훈 작가가 사진을 대하는 모습, 자세, 마인드다.
김태훈 작가의 사진전이나 강의에 참여하면서 그를 알게 된 그의 친구이자 팬이 된 사람들 역시 아픔이 많은 사람들로, 그들은 김태훈 작가의 사진을 공감하며 치유를 받기도 하고 진로를 바궈 사진작가가 된 사람도 있다. 또한 김태훈 작가는 ‘자신의 사진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볼 때 마다 가슴 한 구석이 뭉클해진다’고 한다. 아마도, 슬픔은 슬픔을 서로 알아보는 것이 아닐까?
“열정이 좋은 사진을 만든다”
사진을 한다고 하면 ,우선 그 어떤 것보다도 피사체를 바라보는 좋은 눈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김태훈 작가에게는 시력이 나쁘다는 게 커다란 핸디캡이다. 이런 핸디캡을 극복하고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김태훈 씨는 그만의 핸디캡 극복 비법이 있다. 바로 근성과 끈기다. 안되면, 될 때까지 촬영 컷 수로 승부수를 두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많은 사진을 찍어도 포커스가 안 맞는 사진이 많이 나오기도 하지만, 김태훈 작가는 포기하지 않고 사진을 계속해왔다. 이것이 그가 사진작가로 자리 매김 할 수 있었던 비결이자 노하우이다.
한편, 김태훈 사진작가는 사진 촬영 외에도 지체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진교육을 진행한다. 이는 김태훈 작가가 평소 ‘사진을 하는데 장애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요즘은 장애인용 장비들이 많이 시판되고 있어 본인의 의지만 있으면 어떻게든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김태훈 작가는 전한다.
“휠체어나 삼각대 등에 카메라를 매고 음성 인식 셔터를 장착하는 사람이 있다. 또한 어떤 사람은 목발에 카메라를 달아 사진을 찍었는데 오히려 그 사진이 독특한 시각으로 촬영해 더욱 매력적인 작품이 되었고 전문가들에게도 호평을 받은 적이 있다”고 김태훈 작가는 전한다.
“카메라가 좋다고 사진을 무조건 잘 찍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 폰으로 찍더라도 어떤 것을 담아내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러니 어떤 누구도 사진에 대한 열정만 있다면 좋은 사진을 촬영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의지가 중요합니다. 요즘은 차상위 계층이나 장애인들을 위한 여러 교육프로그램이 각종 단체나 복지관마다 개설되어 있고, 저 또한 시각장애인을 위한 사진과정을 오픈하고 있어 블로그로 신청하면 쉽게 사진을 배울 수 있습니다. 맘만 먹으면 사진을 배울 수 있는 루트는 다양하게 있습니다.”
김태훈 작가는 “사진을 찍는 것에만 의의를 두기 보다는 장애인을 넘어 사진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히려는 노력도 해보라”고 전한다. 아울러 김태훈 작가는 “그저 셔터를 누르는 것이 아니라 빛을 느끼고 소리를 듣고 바람을 느끼고 머릿속에 그리고 찍으라”는 말도 잊지 않고 전한다.
피사체가 잘 보이지 않아도 빛과 바람을 느끼고 소리를 듣고 그것을 머릿속에 그리며 마음의 눈으로 촬영한 김태훈 작가의 사진은 세상 그 어떤 사진보다 가치 있어 보인다.
▲ 김태훈 작가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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