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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사진의 고정 관념에서 탈피해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생명의 기적’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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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07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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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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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그넘 소속 사진가 8인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생명의 기적’ 세계순회전, 오는 3월4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려 -
세계적인 명성의 매그넘 소속 사진가 8명이 들려주는 감동의 사진전 ‘생명의 기적’이 전 세계에서 10번째로 한국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12월3일 개막해 오는 3월4일까지 장장 3개월여에 걸쳐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3층)에서 열리는 이번 사진전은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등 질병으로 고통 받는 지구촌 이웃을 돕는 지원 단체 ‘글로벌펀드’와 그 이름만으로도 사진인들의 동경의 대상인 ‘매그넘’이 공동 기획한 글로벌 프로젝트다. 지난 2010년 한국에서 한 차례 개인전을 열었던 스티브 맥커리를 비롯해 파올로 펠레그린, 짐 골드버그, 알렉스 마졸리, 래리 타웰, 요나스 벤딕센, 일라이 리드, 질 페레스 등 8명의 매그넘 사진가들은 총 9개 국에서 에이즈 환자들의 치료 전과 후의 삶을 기록해 전시 제목처럼 기적 같은 극적인 변화상을 사진에 담았다. 세상을 바꾸는 사진의 위대한 힘과 그로 인한 사고의 전환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생명의 기적’ 세계순회사진전을 이기명 전시 총감독이 직접 소개한다. - 편집자 주 -
스티브 맥커리 - 베트남
전시장 첫 면을 장식한 스티브 맥커리는 갈등, 해결 등 한 편의 포토 스토리를 보여준다. 4개월 동안 에이즈 치료를 받아가며 새 삶을 찾아가는 사람들을 서사적으로 촬영했다. 그의 사진은 이야기를 구성하는데 있어 모범 답안이다. 여러 사진 중 응웬 번 륵과 그의 아내가 논두렁을 걷는 모습에서 그들 앞뒤에 개를 배치해 리듬을 살렸으며, 아내와 남편의 키스 장면은 ‘가족이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보듬을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파올로 펠레그린 - 말리
매그넘 사진전 포스터에 소개된 파올로 펠레그린의 사진은 남편으로부터 에이즈를 옮은 여성과 태어날 때부터 에이즈에 걸린 아이의 모습을 숭고하면서도 담대하게 담아냈다. 일부다처제인 말리는 남성의 성생활이 문란하고, 그로 인한 질병은 많은 여성들을 괴롭힌다. 파올로 펠레그린은 이러한 어두운 상황을 강렬한 라이팅으로 빛과 그림자를 조화시켜 표현하고 있다. 특히, 그는 환자의 회복단계를 직접적이지 않고 은유와 상징을 부여해 표현했다.
일라이 리드 - 페루
직접적인 묘사와 상징적 이미지를 동시에 보여주는 일라이 리드는 가족의 유대 관계를 중시하는 페루에서 작업했다. 페루 사람들은 에이즈 감염 사실을 숨겨서 그 확산속도가 매우 빠르다. 일라이 리드가 촬영한 후안 까를로스 우아만은 동성애 성향이 강한 남자다. 그런 성향을 이해하지 못한 가족들에게 외면당하고, 상처받은 그는 여장을 하고 매춘을 일삼다 에이즈에 걸린다. 그러나 에이즈 치료를 받으면서 그는 다시 남성으로 돌아왔다.
질 페레스 - 르완다
질 페레스의 전시 공간은 사진 위주의 다른 작가들과 달리 동영상으로만 구성됐다. 3개의 슬라이드 화면과 함께 환자들의 음성이 나온다.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차분하게 작품에 녹아들어간 소리를 만날 수 있다.
짐 골드버그 - 인도
짐 골드버그는 의도적인 스토리 구조에서 벗어나 시적으로 표현한다. 이번 사진전에서도 페인팅을 하거나 촬영 대상으로 하여금 사진에 글을 쓰도록 했다. 이를 통해 피사체는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이는 기존 매그넘의 사진과는 다른 형태다. 한편, 사진과 더불어 비디오 작업도 진행해 영상과 사진의 절묘한 조화를 보여준다. 이와 함께 환자의 기념사진과 짐 골드버그가 촬영한 사진, 의료 기록이 한 공간에서 전시된다. 즉, 피사체와 촬영자가 함께 작업하는 새로운 시도인 것이다. 사진과 의료기록은 건강의 회복을 통해 이전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과도 같다.
알렉스 마졸리 - 러시아
벽면 전체를 작품으로 꾸민 알렉스 마졸리는 환자의 사진과 소품을 모두 보여준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러시아에서 에이즈가 발생한 요인을 은유적으로 말한다. 알렉스 마졸리의 사진 디스플레이는 프로 뿐 아니라 아마추어에게도 좋은 공부거리다. 또 그는 환자의 어린시절 기념사진을 다시 촬영했다. 그 모습을 통해 환자가 살아 온 과거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현재를 촬영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과는 또 다른 형태다. 바로 은유와 상징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과거를 어떻게 재구성할 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다. 에이즈라는 분명한 소재를 촬영했지만 그의 사진에는 아트적인 기법이 가미되어 있다.
래리 타웰 - 스와질랜드 /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프리카는 절대적인 빈곤 때문에 에이즈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불투명한 미래로 인한 좌절감과 일자리가 없어 대낮부터 빈둥거리는 젊은이들. 래리 타웰은 그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그곳에서 가져온 에이즈약과 약통 등을 함께 전시했다. 작품 상·하단에는 래리 타웰이 평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자필로 직접 적었다.
요나스 벤딕센 - 아이티
독특한 디스플레이가 눈에 띄는 공간으로, 즉석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이 시간별로 정돈되어 있다. 요나스 벤딕센은 즉석카메라를 환자들에게 나눠주고 촬영 방법을 알려 주었다. 시간이 흘러 회복되어 가는 사람도 있지만 죽어가는 마지막 모습을 기록한 환자의 모습을 통해 피사체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인터뷰
이기명 대표 (주)유로크레온/한국매그넘에이전트
“‘생명의 기적’은 다큐멘터리 사진의 접근법과 소통법을 알려주는 배움의 장이 될 것입니다”
▲ (주)유로크레온 이기명 대표
= 다큐멘터리 사진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동안 다큐멘터리 사진은 강력한 매체를 통해 발표되고 사회를 변화시켰다. 그러나 ‘생명의 기적’展은 새로운 모델이 되고 있다.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은 사진과 일대일로 관계를 맺고, 이런 관계가 사회를 변화시킨다. 전시는 더 이상 전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신문, 잡지, TV, 소셜미디어 등 이전과 다른 더 다양한 매체와 소통한다. 가장 아날로그적인 형태의 전시가 다양한 매체와 조우하는 것이다. 또한 이전과 달리 더 많은 사람들이 전시를 공유하게 되면서 소통의 의미가 강조되고 있다.”
= ‘생명의 기적’展을 기획한 배경이 궁금하다.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시작해 지금은 기획자로 일하고 있지만 인간과 사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같다. 전시는 흥행을 생각해야 하지만, 의도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동시에 예술적인 접근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번 사진전은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을 이야기 한다. 이미 전 세계 5억6천만 명이 미디어를 통해 ‘생명의 기적’ 전시를 경험했으며, 조성된 기금은 에이즈 환자 수백 명에게 새 삶을 선사해, 사진을 통해 인류는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 관람객들이 ‘생명의 기적’展을 통해 무엇을 얻기를 바라나?
“한국에서 하루 평균 약 40명이 자살한다. 생명 경시 풍조가 심화되고 나눔이 사라져가며, 경쟁과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동료는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시기와 질투의 표적이 되고 있다. 물질만능주의에 무방비로 노출된 현대인들이 전시를 통해 ‘생명과 인간애’에 대해 다시한 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인류는 공동체다. 어려움 속에서도 나눌 수 있다. 사진은 단순히 재미와 쾌락의 도구가 아니라 인간에게 감동을 주고 세상과 사회를 생각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생명의 기적’展은 다큐멘터리 사진의 접근법, 소통법 등을 알려주는 자리다.”
취재 / 이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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