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7일 한국HP 20층 세미나 룸에서 동호회 회원과 사진인 등 2백여 명 참석 -
강사 :  김수혁 대표/사진아트센터 보다

프로사진가로 가는 길은 참 어렵고 험난하다. 그만큼 영역 또한 넓다. 사진관에서 촬영하는 사진이나 과학사진, 순수사진, 다큐멘터리 사진 등도 모두 프로사진가의 영역에 포함된다. 요즘에는 흔히 ‘전업작가’라고들 한다. 사진아트센터 보다의 김수혁 대표는 전업작가가 되기를 원하는 이들을 위해 특강을 실시했다. 과거에 한 매체에 기고된 바 있는 ‘가슴으로 사진을 찍자’라는 주제의 이번 특강은 지난 4월7일, 한국HP 20층 세미나 룸에서 진행됐다. 한국HP가 지난 4월6일부터 4월11일까지 여의도 벚꽃 축제를 맞아 진행한 ‘여의도 벚꽃 피고, HP와 함께 웃음꽃 피고’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특강에는 동호회 회원과 사진인 등 2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진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에 대한 흐름과 포스트모더니즘 사진이 어떻게 변천해 왔고 2007년에는 어떤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가의 내용으로 진행됐다. 이를 통해 사진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코자 한 것이다.
이에 본보에서는 이날 있었던 강의 내용을 정리해 게재하니 사진 애호가들의 창작 활동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 - 편집자 주 -


▲  사진아트센터 보다 김수혁 대표가 ‘가슴으로 사진을 찍자’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 사진의 발달 과정과 역사
- 1839년 8월19일, 프랑스의 사진 발명가 Daguerre는 프랑스 왕립 학술원에서 이미 세상을 떠난 사진제판 발명가 Niepce의 연구 실적과 자신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독자적인 사진 현상 방법인 ‘Daguerreotype’을 공표해 사진 발명의 특허권 획득과 함께 사진술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이들의 연구 결과가 지금의 디지털카메라가 있기 위한 토대가 되었다고 보면 된다. 결국 최초의 카메라는 프랑스에서 발명됐고, 최초의 사진관은 1841년 뉴욕 맨하탄 거리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 후 지금까지 1백6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사진기의 기계적 개발과 기술적 발전은 물론 사진적인 개념과 표현의 많은 변천으로 사진은 대중문화의 독창적인 매체로써 예술의 한 표현, 창작 수단으로써 우리 사회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1880년대~1900년대 (회화적 영향을 많이 받은 살롱사진의 전성기)
  초기의 사진술은 화가의 손을 빌리지 않고 렌즈를 통해 재현된 인물이나 풍경의 상을 고정시킬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의미는 대단했다. 특히 Daguerreotype의 발명은 화가들이 그려주는 값비싼 초상화를 저렴하고 빠른 시간에 있는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상업적으로 사진술이 전 세계로 퍼지도록 했다.  아울러 직접 볼 수 없던 다른 지역의 풍물과 풍경을 사진의 완벽한 기록성과 재현성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실용적인 목적으로의 기록 사진은 더욱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 1900년대 초 (Alfred Stieglitz의 사진 분리파 운동)
  사진을 미술에서 분리하자는 소위 ‘사진 분리파 운동’이 시작됐다. 사진을 미술처럼 표현하라는 방법에 반기를 들고 렌즈의 특성을 찾자는 운동으로 사진의 기계적 기록성을 되찾자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사진으로써의 독자적인 시각과 시각 예술의 독창적 표현으로 ‘순수 사진의 반란’이라는 이정표를 세운다. 이는  Paul Strand에 의해 정립된다. 이후에 이 운동의 영향은 Edward Western에서 Ansel Adams로 이어지는 순수 풍경 사진과 Waker Evans, Dorothea Lange로 이어지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개념으로 발전된다.

- 1930년대에는 인쇄술의 발달로 ‘Life’나 ‘Look’ 등 사진을 수록한 잡지와 신문이 널리 보급되면서 대중 매체로써의 사진은 중요한 위치를 갖게 된다.

- 1960년대로 들어서면서 Robert Frank의 ‘The American’과 William Klein의 ‘New York’ 등의 사진집은 사진이 영상 언어로써의 새로운 시각적 획을 긋는 계기를 갖게 했으며, 60년대 말 Lee Freidlander, Diane Arbus, Garry Winogrand의 3인전이 뉴욕 현대 미술관의 기획으로 이뤄진 ‘New Documents’ 전시회로 이어받는다.

- 1970년대에는 혼란스럽고 육감적인 컬러의 색감을 거부하면서 William Chrostenberry, Joel Meyerowitz, John Pfahl 등의 낭만적인 작가들은 ‘New Color’라는 개념을 만들게 된다. 이로써 컬러 작업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새로운 작가들의 등장으로 작업의 핵심은 컬러로 돌아섰지만 ‘역시 예술작품은 흑백으로 찍어야 제맛’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다.

- 1980년대의 Jan Groover, Barbara Kasten 등의 구성 사진작가들은 ‘New Wave’ 개념, 그리고 Cindy Sherman, Kenda North 등은 ’Post Modernism’에 의한 사진 예술 개념으로 발전시키기에 이른다.

■ 포스트모더니즘의 3대 요소 - 이 세 가지를 알아야 현대 사진을 즐기고 이해할 수 있다.
1. The Real(현실) - 아날로그 시대에는 사실에 대한 전제와 재현이었지만 지금의 현실은 가상 공간적인 현실, 꿈에 그리지 못했던 현실, 남의 작품을 촬영해 자신의 작품처럼 쓰는 현실, 사진적인 전통적인 생산 방법을 쓰지 않고 비전통적인 창작법을 사용하는 것이 해당된다. 최근 초콜릿, 먼지, 시럽을 섞어 사진을 만드는 작업이나 350m의 실을 사진에 합성해 작업하는 과정 등이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이다.
2. Identity(정체성) - 1970년대에 이민이 많아지고 세계가 좁아지면서 민족의 정체성의 변화가 심했다.
3. Domestic(일상) - 요즘에 일상의 사진으로 자극을 많이 한다. 가정이나 어머니, 아기 등의 가족 구성원에 대한 표현이 많아지고 있다.   

■ 자신만의 영상은 무엇인가? - 예술의 필수 조건
자신만의 영상을 위해서는 ‘예술의 필수 조건이 무엇인가’를 우선 생각해봐야 한다. 작가의식, 표현방법, 창작행위 등이 그것인데 작가의식은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출생지, 가족관계, 선호하는 것들 등이 모두 포함되는데 하나씩 하나씩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이 중에 무엇인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사진으로만 의식을 갖고자 하지 말고 음악회나 미술전, 혹은 좋은 책을 통해 새로운 것을 이해하고자 해야 한다. 작가의식은 절대 한 곳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표현방법에 있어서는 개성적인 표현이 힘든 것이지 표현하는 자체는 어렵지 않다. 사진을 처음 접하면 기술적인 표현법을 배우게 되는데 이는 어떻게 초점을 맞추고 구도를 결정하는가, 조리개와 셔터 등은 어떻게 조작하는가 등의 방법을 말한다. 예술을 표현하기 위해 기술은 필요하며 기술의 습득은 반복과 노력을 통해 어느 정도 만족스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창작행위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재미있게 하는 행위를 가장 편하다고 느낄 때 비로소 탄생한다. 그 다음으로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것이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자기 인생과 경험을 통해 사진적으로 무언가를 표현하고자 하는 본능은 누구나 갖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창작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더 나은 사진을 창작해내면 큰 감동을 느끼곤 한다. 이러한 세 가지 요소를 통해 스타일(Style)이 만들어지는데,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이는 비단 기술적인 표현만으로 가능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자신만의 영상은 어떻게 창조해낼 수 있을까?
첫째로 사진적인 눈, 즉 ‘Camera eye’를 갖는 훈련이 필요하다.
사진기가 없더라도 눈으로 공간을 봤을 때 ‘이게 내 사진이야’ 라고 결정할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순수 사진작가가 되고 싶다면 이 방법을 따라야 한다. 망원계열의 줌 렌즈를 많이 사용하면 시각 훈련을 하는 데 방해가 된다. 즉, 각각의 특성이 있는 렌즈이므로 자신의 스타일 있는 사진, 일률적인 사진을 만들지 못한다. 시각 훈련을 위해서는 카메라 1대, 단렌즈 1대, 조리개를 한 곳에 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몸을 많이 움직이는 활동적인 사진이 되고 화각이 일정하므로 화각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일정 기간 훈련을 하면 어느날 우연히 피사체를 바라보다가 ‘저건 내 사진이야’라는 생각이 사진기 없이도 결정된다.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조리개를 많이 열면 심도가 약해지고 해상도가 떨어진다. 또한 선예도와 콘트라스트의 경우도 떨어져 사진에서 말하는 언어가 상당히 틀려진다. 따라서 자신의 스타일, 자신의 색깔과 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조리개를 한 곳에 고정해 이미지의 퀄리티를 통일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사진적 상상력을 갖는 훈련이 필요하다. 사진가가 되고자 한다면 최소 6개월 이상 흑백사진을 촬영해야 한다. 요즘의 디지털 사진은 편리하고 신속해 바로 찍고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사진가가 되기 위한 훈련을 위해서는 이는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다. 사진학과 학생보다 미술과 학생이 사진을 더 잘 찍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상상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사진은 사진의 기록성 때문에 공간을 잘라내 사각 프레임 안에 담아낼 뿐이다. 사진가는 직관력과 센스를 갖추고 있다면 미술가는 상상력을 갖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아날로그 사진을 습득해야 한다. 아날로그가 사진의 기계적 기록성, 즉 사실성과 진실성, 믿음을 대변한다면 디지털 시대의 사진은 진실성을 거부한다고 할 수 있다. 아날로그의 경우 36장의 필름을 예로 들면 현상할 때까지 이미지를 볼 수 없다. 디지털 사용자라면 매우 불편하겠지만 이는 사진가로서 필수 작업이다. 가슴 속에서 현상될 때까지 해당 이미지를 그려보고 메모리를 암기하게 되는 첫 훈련이라고 할 것이다. 상상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사진을 찍기 위해 왜 이 자리에 사진기를 설치했는가 하는 물음을 쉬지 않고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로써 사진작업은 작가의식, 개성적 표현, 창작 행위가 조화를 이룰 때 자기만의 영상으로 승화되는 것으로 눈으로 찍는 사진이 아니라 가슴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다.



취재 / 김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