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진 찍는 걸 좋아하며 순수하게 누드를 좋아하는 사진작가입니다. 앞으로도 사진을 처음 시작할 때 가졌던 열정과 혼을 갖고 늘 사진을 대하고 싶습니다”

순수하게 사진이 좋아 사진을 시작한 신선건, 박균열, 김양희, 김승년 4인의 사진에 대한 열정은 남다르다. 매주 월요일마다 누드사진을 찍고, 서로 품평회를 하며, 본업과 동시에 사진 찍기를 게을리 않는 그들은 그동안 촬영한 작품을 관객의 눈을 통해 평가를 받고 새로운 도약을 하자는 마음으로 오는 4월30일부터 5월6일까지 갤러리 나우에서 ‘혼돈(Chaos)’展을 갖는다. 사진전 준비로 한창 바쁜 4인의 작가 중 김양희 씨를 만나 사진전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들어보았다. - 편집자 주 -

4명의 사진작가가 함께 모여 전시를 하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굳이 전시를 위해 모인 게 아니라 함께 작업을 해오다 전시를 기획한 것입니다. 작업을 하다 보면 그동안 찍은 작품을 ‘털어버리자’라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또 그렇게 해야만 다른 작품을 위한 기회도 생기구요. 그러다 보니 한 번쯤 세상에 우리 작품을 공개하고 그 평가를 통해 도약의 기회를 마련해보고자 사진전을 갖게 된 것입니다.”

오는 4월30일부터 5월6일까지 갤러리 나우에서 열리는‘혼돈(Chaos)’展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오랜 시간 동안 누드 작업을 해오면서, 누드사진을 단지 외설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사람들의 기본 마인드를 바꾸고 싶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찍어서 한 번씩 발표하는 작품을 통해 누드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을 환기시키고 싶은 사명감이 저절로 생기더라고요. 예술성과 조형성이 결합된 작가의 혼과 각고의 노력 끝에 발표되는 이번 ‘혼돈(Chaos)’展이 그런 바람을 이뤄줬으면 합니다.”

4명의 전시 사진작가 모두 누드사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데요, 누드사진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누드사진에 뜻을 두고 사진을 배웠다기 보다 우연한 계기에 누드를 접하고 그 매력에 빠졌죠. 저는 이미 경원대서 이필훈 선생님께 예술사진을 배웠고, 선생님이 강의하는 동아문화센터의 누드사진 강좌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습니다. 사진이 빛의 예술인만큼 평소 실내촬영을 통해 빛을 공부하고 싶었는데, 하다 보니까 누드가 너무 재밌더라고요. 빛의 방향이나 모델의 포즈에 따라 달라지는 몸의 곡선이 예술 그 자체였어요.
더욱이 이필훈 선생님의 지도가 많은 도움이 됐죠. 누드 촬영을 하면서 인체가 뿜어내는 예술성에 놀라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몸매가 좋아야만 예술이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게 너무 재밌어서 목숨 걸고 작업을 해요. 지금도 그 마음과 열정에는 변함이 없어요.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누드 작업을 앞으로도 계속 할 것 같아요. 우리 모두는 순수하게 사진이 좋아서 하는 거니까요.”

‘혼돈’展이 그룹전인 만큼 작품 선정에 신중을 기했을 줄로 압니다. 선정 기준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같은 날 같은 공간에서 작업을 하지만 각자 개개인마다 사진은 다 다르죠. 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작업을 하고 사진전을 함께 기획한 만큼 작품 선정에 신중을 기한 것은 사실입니다. 풍경사진은 촬영 포인트가 있어서 때론 작품이 비슷할 수도 있지만 누드사진은 그렇지 않아요. 한 모델로 작업을 하더라도 절대 같을 수 없습니다. 제 작품은 최근 촬영한 사진 중 세 작품을 선택했고, 다른 분들도 1년 내에 찍은 사진을 이번 전시에 선보이게 됩니다.”

금번 ‘혼돈’展이 전시 관람객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길 바라는지요?
“특별히 그런 건 없습니다. 제 작품의 제목은 다 ‘무제’에요. 작업을 할 때는 분명히 주제를 갖고 찍지만 작품마다 제목을 붙인다는 건 변명에 불과해요. 작품이 제 손을 떠나 전시장의 벽에 걸리는 순간 제 작품이 아닙니다. 사진을 보고 느낀 것은 매우 주관적이라 평가에 개의치 않아요. 평가를 신경 쓰게 되면 제가 원하는 작품을 할 수 없습니다. 호평과 비평 모두 제 작품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금번 사진전이 관람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기 보다는 그냥 누구든지 와서 편하게 볼 수 있는 전시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누드라는 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네’, ‘누드도 이런 느낌이 나네’ 이렇게 생각하며 봐주신다면 고마운 거죠.”

사진전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입니까?
“전시를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습니다. 평소 워낙 열심히 찍어서 자신들의 작품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이렇게 적은 작품만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게 아쉬울 뿐입니다.”

누드 모델을 선정할 때 특별한 기준이 있습니까?
“‘혼돈’展에 참여한 4명의 사진작가들은 어떤 모델과 같이 작업해도 얼마든지 아름다움을 찾아서 표현 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췄기 때문에 특별히 모델에 구애를 받지는 않습니다.”

이번 ‘혼돈’展이 끝난 후, 향후의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는 전시 계획을 따로 정해놓지 않습니다. 예전과 같이 사진에 대한 열정을 갖고 매주 함께 작업을 할 것입니다. 지금 확실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대중에게 선보이고 싶은 작품이 나오면 단체 또는 개인전을 통해 여러분을 만나 뵐 수 있을 것입니다. ”

▲ ①김승년, ②김양희, ③박균열, ④신선건 사진작가의 작품

인터뷰 / 연정희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