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진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참가해 전문가들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배움의 장으로 거듭난 2007 동강사진워크샵의 주요 주제별 강의 내용 총 정리!

2007년 8월2일부터 8월5일까지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여성회관에서 동강사진축제 행사의 일환으로 사진워크샵이 열렸다. 유명 사진작가, 사진학과 교수, 편집 디자인 전문가 등 국내 사진계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이들이 강의를 맡은 이번 워크샵은 국내외 사진전공 대학생 및 대학원생, 사진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진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참가해 전문가들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배움의 장으로 거듭난 자리였다.  이에 본보에서는 각 세미나의 주제별 핵심 강의 내용을 정리한다. - 편집자 주 - 

■ 예술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법        강 사: 신수진 교수 / 연세대학교 연구교수(사진심리학)

▲ 신수진 교수 

사진 심리학자이자 연세대학교 연구교수로 재직 중인 신수진 교수의 강의 ‘예술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법’은 우리시대 다양한 분야의 사진가들의 작품세계를 통해 예술성과 대중성의 균형에 대해 이야기했다.
신 교수는 강의 첫머리에 ‘모든 사람의 사진은 모든 사람의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가?’ 또는 ‘궁극적으로 예술성은 누구에 의해서 부여 되는가’란 질문을 내놓았다. 
그녀는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한 해답은 대중성에 기반한 사진을 주된 표현 매체로 활용하는 모든 이들의 고민일 것”이라며, “예술적 가치나 예술 개념은 결코 고정된 것이 아니며, 시대와 그 시기를 살아가는 감상자들을 통해서 그리고 열정적인 작가들의 쉼 없는 성찰과 노동을 통해서 살아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신 교수의 견해는 ‘사진은 태생적으로 대중적 매체’라는 전제로 시작된다. 신 교수는 예술성과 대중성을 아우르는 여러 시도들을 작가의 사진작품을 통해 설명하면서 “예술사진을 하는 작가들도 대중적 호응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으며, 대중적인 상업사진을 하는 작가 역시 예술성을 추구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한다”고 말했다.
강의 말미에 신 교수는 “‘One Source, Multi Use’의 시대, ‘온 국민이 포토그래퍼인 시대’에 오리지널을 판매하는 것만이 예술작품을 소비시킨다고 생각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진정한 창의성은 예술적 가치, 대중적 가치를 구분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신 교수는 수강생들에게 ‘예술성과 대중성을 키우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하며 3시간 동안 진행된 강의를 마쳤다.

신수진 교수는 연세대학교에 연구교수로 재직 중인 사진 심리학자이다. 한국학술진흥재단 기초학문 연구과제(심미적 인상의 시각적 기초)의 연구책임자를 맡고 있으며, 한국사진학회 학술 출판 담당이사이다. 

■ 사진의 블루오션        강사: 구본창 사진가

▲ 구본창 사진가 

한국 사진계에서 사진가 구본창은 국내외 전시기획과 강연 등을 통해 자신의 사진세계뿐만 아니라, 아직 인지도를 확보하지 못한 한국 사진가들을 널리 알리는 데 큰 공헌을 해왔다.
최근까지 구본창 작가는 전 세계의 미술관과 박물관을 찾아다니며 뿔뿔이 흩어진 조선백자들의 아름다움을 앵글에 담았다. 아름답지만 서글픔을 품고 있는 조선백자를 사진에 담는 작업은 어찌 보면 절제된 감정을 묘한 매력으로 뿜어내는 그의 표현기법에 가장 어울리는 대상이다.
이처럼 사진을 처음 시작한 때부터 현재까지 한국 현대사진의 존재와 그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데 자신의 역량을 집중해온 구본창 작가의 이번 강의 ‘사진의 블루오션’은 ‘새로운 아이디어의 생성 과정과 사진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심도 있게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구본창 작가는 “외부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내려고 할 것이 아니라 ‘내 자신 안에 어떤 점을 개발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고, 자신만의 세계를 확립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의 중 구본창 작가는 ‘사람 간 인연의 중요성’에 대해 여러 번 강조했다.
과거 막 귀국한 시점에 일이 없어 집에서 칩거하던 중 생활을 위해 일을 해야 했던 그의 아르바이트와 오늘의 자리에 서기까지 초기 습작들을 돌아보고, 자신에게 도움을 줬던 인연의 소중함을 설명했다.
강의 말미에 구본창 작가는 “사진을 찍는 데 감각과 실력도 중요하지만 부단히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그것을 자기만의 세계관으로 재창조해 내는 훈련 역시 필요하다”며 “이것은 성실함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본창 사진가는 1980년대에 사진작가 활동을 시작한 후 약 20년 간 꾸준한 작업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왔으며, 지금도 활발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어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중견 사진작가이다. 


■ 허기와 호기        강사 :  변순철 사진가 

▲ 변순철 사진가 

변순철 사진가는 국내 사진계에서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패션ㆍ인물사진에서 나름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왔다.
변순철 작가의 강의 ‘허기와 호기’는 현대 예술가들의 사진, 패션, 회화 작업을 모아 이 작품들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짚어보는 시간이었다. 여기에 그가 취합한 여러 사진작가의 인물 사진을 소개하면서 보는 이들이 각자의 자아를 발견하고, 그들이 꿈꾸는 목표를 재발견해 보자는 데 중점을 뒀다. 
그는 강의 중 “인간을 주제로 다루는 작업은 미술의 역사이자 각자의 거울이기 때문에 더욱 아련하고 매력적인 주제”라며, “이러한 주제를 앞에 놓고 작품을 만들어내는 이들에겐 진실된 마음으로 작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어 변순철 작가는 “사진작가로 오래 살아남으려면 가공되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있어야한다”며 “사진 한 컷, 한 컷에 개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접근해야한다”고 말한다.
한 수강생의 ‘좋은 인물 사진이란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에 변순철 작가는 “셔터를 누르는 순간 긴장된 게임이라 생각해 그 순간만큼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에너지를 집중해야한다”며 “인물의 눈보다 낮은 시점에서 찍어야 긴장된 사진을 얻을 수 있다”고 그만의 인물사진을 찍는 노하우를 공개했다.

변순철 사진가는 1999년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 사진학부를 시작으로, 2000년 국제 사진 센터까지 다양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국제적인 사진작가로 한국 패션사진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최광호가 아직도 재밌고 즐겁게  사진하는 이유  강사 :  최광호 사진가 

▲ 최광호 사진가

“나는 사진가입니다. 사진기로 세상을 보는 방법을 터득해 왔고 그 터득한 세상이 내 가슴에 가득 차 있음을 느끼고 삽니다. 흔히 사진기를 ‘눈’이라 표현하지만 나에게는 바로 몸이요 마음입니다”
‘사진은 사는것’이라고 주장하는 사진가 최광호가 ‘2007 동강사진워크샵’ 강의를 위해 강단에 섰다. 강의 참석자들을 향해 연방 디지털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며 생활 속에서 쉽고 재미있고 즐거운 피사체를 찾는다는 최광호 작가는 ‘사진을 찍는 다는 것은 일상의 신화를 재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진을 통해 일상이 드러나며 일상은 사진이 된다고, 때문에 작가는 일상과 사진의 한 가운데 있는 것이란다.
“내 눈이 렌즈가 되어 내가 바라보는 세상을 찍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을 만나 술 한 잔 하듯 좋아하는 피사체 앞에 다가갑니다. 그리고 가까이 더 가까이 감동되어 셔터를 누르면 한 순간의 빛과 만나 필름에 그 피사체의 감동이 잉태 되는 것입니다.”
실제 최광호 작가의 포토그램은 삶의 일부분인 ‘몸’에서 시작됐다. 스무 두 살 때 할머니의 죽음을 목격한 그는 ‘사람의 몸은 죽음을 맞이하면 한 줌의 재가 되어버리고 마는 허망한 것’이라 생각했다. 육체의 실체를 표현하는데 기존 사진의 표현 방법에 한계를 느낀 그는 롤(Roll) 인화지를 펴놓고 전신에 사진약품을 바르고(한번은 인화 액, 다른 한번은 정착액) 뒹굴고 발버둥 치며 자신의 몸을 그대로 찍어 냈다. 이렇게 만들어낸 작품이 ‘포토그램 육체’이다. 이후에도 가족, 생활 용품, 꽃잎, 낙엽과 과일 등을 촬영하면서 일상의 모습 그대로를 카메라 안에 담아냈다.
“일상의 오브제가 나의 삶에 주는 감동을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모든 사물들이 있는 그대로 사진이 되어지는 즉, 생활 속 사물들이 작업으로 환원 되어지는 사진으로써의 생활의 발견을 주장하는 사진으로 이 일련의 작업을 통해 일상 속의 삶을 확인해 가는 과정이었지요.” 
과거 최광호 작가는 자신이 왜 꼭 사진가여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공부할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자신을 인정해 주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것도 중요했지만 스스로 사진작업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고. 시간이 흐르자 몇 몇 사람들이 자신을 인정해주었고 힘든 시기를 지나 현재의 최광호를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며 강의에 참석한 신진 작가들에게 ‘꿈’을 저버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또한 사진작업 과정을 즐기고, 사진을 통해서 살고, 사진 자체가 삶이 되라는 말도 덧붙였다.
“사진을 잘 찍는 방법이요? 글쎄 뭐 뚜렷한 노하우가 있을까요? 같은 것에서 같은 것을 더하면 늘어나고, 같은 것에서 같은 것을 빼면 없어지고, 하나에서 하나를 나누면 하나가 되고, 하나에서 하나를 곱해도 하나가 되는, 우리가 흔히 잊고 사는 기본적 진리에 충실하면 되지 않을까요?”

최광호 사진가는 1957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고 1973년 사진에 입문하여 1977년 이후 동경,  서울, 뉴욕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가졌다.


취재 / 본지 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