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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오미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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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백자의 미학을 카메라 렌즈를 통해 관조적 태도와 섬세한 터치로 재해석한, 구본창 사진작가를 만나 그가 추구하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 지난 7월7일부터 오는 7월30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백자’전 개최 -
지난 7월7일부터 오는 7월30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백자’전을 개최하는 구본창 작가는 2년여 동안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조선 백자들을 촬영한 근작으로 처음으로 국내에 선보였다. 이번 전시회는 조선시대의 백자의 미학을 카메라 렌즈를 통해 재해석한 작품들로 구본창 작가 특유의 관조적 태도와 섬세한 터치로 한국미술의 중요한 요소인 ‘빈 공간’을 다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창 작가는 1980년대 중반 무렵 사진 매체를 통해 작가의 내면세계를 드러내는 소위 ‘만드는 사진’을 선보임으로써 이전까지 현실의 기록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사진에 익숙해 있던 한국사진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구본창 작가는 미국와 유럽, 일본 등에서 수 차례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열면서 국내외로 많은 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섬성미술관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 독일, 호주 등 해외 유수 미술관에 소장돼 국제적인 작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이에 본보에서는 구본창 작가를 만나 근작 ‘백자’전에 대한 내용과 그가 추구하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구본창 사진작가
▲지난 7월7일부터 오는 7월30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개최되는 구본창 작가의 ‘백자’전 작품 중에서
■ 먼저, 지난 7월7일부터 오는 7월30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전시하는 ‘백자’전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17년 전 어느 책자에서 보게 된 한 장의 사진이 평소 박물관에서 무심히 보던 백자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준 계기가 됐습니다. 사진 속 오스트리아의 도예가 루시 리(Lucie Rie)옆에 놓인 조선시대 백자를 본 순간 그 큰 볼륨감과 완만한 선에 감동하게 됐습니다. 또한 백자의 하얀 속살 같은 표면 위에 시간의 상처를 통해 긁힌 흔적들은 고향을 떠나 낯선 외국인 옆에 놓여있는 서글픔을 강하게 느끼게 했습니다. 그 후 15년이 지나서야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백자를 촬영하게 됐습니다. 3년간 국립중앙박물관과 삼성미술관 리움, 호림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등 국내 박물관과 미국과 일본, 독일, 호주, 프랑스의 7개의 박물관 수장고나 유리관 속 백자들을 촬영했습니다. 조선백자는 표면적으로는 아무런 무늬가 없어 한눈에 봤을 때 눈에 띄지 않지만, 그 단아함 속에 내면적 이야기를 담고 있어 비우면 비울수록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 여러 백자를 촬영하면서 화려한 색감이나 무늬에서 주는 아름다움 보다는 공간에서의 여백의 미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백자’전을 통해 제가 바라보는 대상의 사적인 역사와 세계관을 다른 사람과도 교감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그동안 진행한 작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리고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제 작업은 각 각 테마가 다르지만 모든 작품에 제 자신의 느낌과 경험을 통해 살아온 생활을 기본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하나의 작업만을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긴 오후의 미행’은1985년 귀국 당시 한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심리적 불안감과 방황에 대한 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죽음에 직면한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보고 만든 ‘숨’ 연작에서는 생명체의 이미지와 죽음의 분위기를 혼합한 작업으로 삶과 죽음에 관한 고민을 강하게 표현했습니다. 이후 죽음에 관한 고민보다는 자연의 흐름과 순환에 대한 관심으로 ‘시간의 그림’을 작업하게 됐습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가 좀 더 관조적이며 단순하고 절제된 아름다움을 추구하게 됐습니다. ‘백자’전 또한 드러나지 않고 숨겨져 있는 아름다움을 간결한 형태로 표현했습니다. 특히 이번 ‘백자’전은 도자기의 형태에 집중시키기 위해 도자기 특유의 광택을 없애고 초점을 흐려서 이면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려 했습니다. 또한 가장 밝은 ‘백자’부터 어두운 것까지 일렬로 전시된 장중한 달 항아리들은 달이 뜨고 지는 것처럼 밝은 달이 어둡게 변하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 구본창 작가님은 어떠한 계기로 사진을 시작하게 되었는지요.
“학교를 졸업한 후 회사에 취직했지만, 조직생활이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던 중 유럽에서 근무할 기회를 얻어 유학생들과 괴테 인스티튜트에서 독일어를 배우면서 학생으로 돌아간 기분을 느꼈습니다. ‘이때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독일 함부르크 미술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디자인을 함께 공부하던 독일인 친구가 사진과목을 수강하기에 친구와 함께 수업도 듣고 촬영도 다니곤 했습니다. 그런데 교수님으로 부터 사진에 소질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돼 저 자신도 사진에 점차 매력을 느끼게 되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 구본창 작가님이 추구하는 사진관은 무엇인지요.
“앞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모든 작품에 저의 느낌과 경험을 통해 살아온 인생을 기본적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현실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사진보다는 극히 사적이고 내면적인 세계를 작품에 표현하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작가라면 ‘가면’ 촬영 시 표면적으로 들어나는 ‘가면’의 외형적인 모습이 중요하지만 저는 ‘가면’ 작업을 통해 밖으로 들어나는 ‘가면’의 모습이 아니라 세월의 때가 묻은 가리움의 막 앞의 표정 하나 하나를 살아나게 하는 ‘가면’을 표현한 것입니다. ‘백자’ 또한 어느 나라 어느 박물관의 소장품으로 촬영된 것이 아니라 ‘백자’ 가 평소에 감추고 있던 숨어있는 매력과 느낌을 나타내는 것이 저의 작업의 즐거움입니다. 이렇게 피사체의 숨어있는 매력을 사진 속에 담기 위해서는 아무도 없는 고요함 속에서 화면에 담고 싶은 대상에 몰입해 피사체와의 교감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혼자서 대상과의 시간을 통해 몰입하고 고독한 사랑에 빠져야만 대상이 숨어있는 모습을 저에게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 구본창 작가님은 우리나라 사진가 중 해외진출에 성공한 대표적인 작가라고 봅니다. 우리나라 사진가들의 세계화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 사진작가들이 해외에 진출하기에는 우리나라 사진계의 역사는 짧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진계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 인정받는 작가가 되려면 작품에 대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작가들의 해외 활동이 활발해 지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역부족입니다. 해외에서 전시회도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겠지만, 출판업계의 유통망이 세계적으로 변화돼야 할 것입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출판업계는 국제적인 판매망이 구축되고 있지 않습니다. 사진전으로 작품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진집 또는 책으로써 소장해 작품을 보는 부분도 중요한 매체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해외에서도 전시회를 통해 사진을 접하고 도서를 통해 사진이 오래도록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도록 국내 출판업계가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향후 준비 중인 작업 및 전시 계획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평소에 화려하기 보다는 일상생활에서도 눈에 안 띄고 버려진 것들을 좋아합니다. 지금 ‘백자’전과 같이 텅 빈 공간의 내면적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을 계속 가지고 있어 공간에 대한 작업을 1년 정도 계속 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사진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요즘 디지털화로 인해 사진인 뿐만 아니라 사진 비전공자들도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의 결과물을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사진의 즉흥적 표현이 표면적인 부분에 쉽게 만족하는 것으로 사진의 전부를 표현했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젊은 사진인들은 유행하는 한 가지 시각으로 반복된 사진을 촬영해 작품들이 거의 비슷한 스타일로 치중되는 것이 아쉽습니다.
처음 사진을 시작 할 때 한 작가를 따라하면서 자신의 사진기술을 높이고 나면 그 한계를 넘어 자신이 방향을 찾아야 합니다. 사진을 접할 때 대상물에 대한 관심과 그것을 표현하는 테마의 다양성, 각자의 새로운 시각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색깔을 찾아 사진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표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전혀 다른 시각에서 다양한 사진인들이 많아질수록 사진계의 볼거리가 풍부해지고 미술 등 다른 분야에서도 사진의 존재성을 인식할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사진인들이 여러 사람과 함께 동행하면서 똑같은 피사체를 똑같은 상황에서 촬영하기 때문에 소재의 다양성이 부족합니다. 여러 사람과 동행했을 경우, 지금 현실에 빠져 촬영하는 대상과의 이야기를 만들어 낼 기회가 없어 단지 대상물의 겉모습만을 기록하는 사진으로 남게 됩니다. 촬영하는 대상물과의 소통을 위해서는 아무도 없는 고요함 속에 피사체와의 교감으로 촬영에 몰입해야 합니다. 그러면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는 제 3자들에게도 자신의 메시지가 전달될 것입니다.”
인터뷰/오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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