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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다큐멘터리 초상사진의 효시 ‘오형근 사진가’ 2011 동강사진상을 수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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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2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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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한사진영상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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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22일부터 9월25일까지 동강사진박물관 별관에서 동강사진상 수상자展 통해 <아줌마>, <화장소녀>, <소녀연기> 등 30여점 전시 -
지난 1999년, 특정 인물군의 유형을 다룬 <아줌마> 사진전으로 한국 사회에 아줌마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다큐멘터리 초상사진의 문을 연 오형근 사진가(현, 계원디자인예술대학 사진예술학과 교수)가 제10회 동강국제사진제가 시상하는 2011 동강사진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아줌마, 여고생, 소녀, 군인 등 다중적 성격의 인물군에서 규정되지 않은 불안감과 흔들리는 정체성을 표현한 오형근 사진가의 작업은 지난 30년 간 고도성장을 이루며 양극단의 사회성에만 주목해 온 한국 사회가 되돌아보고 깊이 고려해야 할 메시지를 담고 있다. 특히, 사건의 기록으로써의 다큐멘터리 사진과 인물의 유형학적 탐구의 의미를 담은 초상사진이 결합된 다큐멘터리 초상은 짧은 역사를 가진 한국의 사진 예술계가 주목해야 할 사진 장르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올해로 10년째 한국 사진 문화 발전에 매진해 온 동강국제사진제가 오랜 시간 일관된 방식으로 새 장르를 개척하는 오형근 사진가를 올해의 동강사진상 수상자로 선정한데 대해 한국 사진계는 주목하고 있다. 이에 본보는 2011 동강국제사진제 기간 중 동강사진박물관 별관을 가득 채울 동강사진상 수상자展 준비로 여념이 없는 오형근 사진가를 이태원 작업실에서 만났다. - 편집자 주 -
▲ 2011 동강사진상 수상자, 오형근 사진가
2011 동강사진상 수상 소감은?
“지난 2월부터 1년 간 방문 작가 자격으로 북경 소재의 중앙미술대학에서 강의하고 작업도 하면서 지내고 있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다보니 어려운 일도 많았는데, 뜻밖의 수상 소식에 조금 놀랐다. 초상이라는 일관된 주제와 방식으로 오랜 시간 한 길을 걸어 온 노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내심 기쁘기도 했다. 역대 동강사진상 수상자들의 면면이나 지난 10년 동안 동강국제사진제가 한국 사진 예술계에 기여한 공로를 생각할 때, 동강사진상은 나에게 커다란 동기 부여가 될 것이다.”
미국 유학 후 한국에 돌아와 아줌마, 소녀등 범상치 않은 대상만 다뤄 왔다. 이번 동강사진상 수상자展에선 어떤 작품을 전시하나?
“초창기 다큐멘터리 사진을 비롯해 ‘아줌마’로 시작되는 초상 사진 대다수가 한국 사회의 특정한 인물군의 유형을 다루고 있어서 시리즈마다 적어도 5점 이상을 전시해야 의도한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다. 또 작품 대다수가 초상사진치고는 대형이어서 지금까지 작업해 온 7개 시리즈를 모두 보여주기에는 무리가 있다. 여러 작품을 잡다하게 전시하는 것보단 적은 수라도 다큐멘터리 초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 다큐멘터리 초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아줌마>부터 <소녀연기>, <화장소녀>에 이르기까지, 여성 3부작 30여 점을 전시할 계획이다.”
작가적 관점이 초창기에는 사회적 풍경을 담는 다큐멘터리에서 90년대 말 이후 유형학적 다큐멘터리 초상으로 바뀌었는데, 그 배경이 궁금하다.
“1999년에 발표한 <아줌마> 시리즈 이전의 사진은 아주 사진적인 작업이었다. 예술적인 콘셉트보다는 길거리에서 채집하고 담아내는 기록 사진에 가깝다. 아줌마 이전의 작업 중 지난 1995년, 영화 ‘꽃잎’의 실제 촬영장을 배경으로 한 <광주이야기>는 영화 장면을 캡처해 기록하는 것이었는데, 그때 문득 다큐멘터리의 진실성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었다. 사진의 독창적인 의미인 기록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다큐멘터리도 촬영자와 그 대상의 연출에 따라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대형카메라로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다 보니 사물의 디테일이나 이미지의 조형성도 이야기 구성에 일조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부터 사건에서 야기되는 이야기를 줄이고 특정 인물군의 유형을 탐구하기 시작했는데, 그 첫 대상이 아줌마였다.”
아줌마, 여고생, 소녀 등 촬영 대상이 모두 여성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나는 그 동안 한국인의 얼굴에 서려있는 애매모호한 불안감을 기록해 왔다. 굳이 여성이라 찍는 것은 아니다. 아줌마와 작업하면서 아저씨도 찍어봤고, 화장소녀를 작업할 때 화장하는 소년들을 섭외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 활동의 이력이 많은 남성들은 여성보다 불안감을 감추는데 능숙했고, 그 불안감을 포착하려는 나로서는 상대적으로 불안감에 대한 방어력이 약한 여성, 그 중에서도 중간자적인 불안감을 내재한 아줌마, 여고생 등을 촬영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 2011 동강국제사진제 기간 중 동강사진상 수상자展에선 <화장소녀>, <소녀연기>, <아줌마>(사진 위에서부터) 등 30여 작품이 전시된다.
강렬한 색채가 대상의 특징을 단정 짓는 촬영을하면서도 대부분 흑백으로 작업을 한다. 그럼에도 작가적 진실이 잘 전달되는 것 같은데, 그 비결은 무엇인가?
“지금껏 단 한 번도 모델에게 촬영 콘셉트를 구체적으로 요구한 적은 없다. 사진의 진실성은 촬영자건, 관람자건 각자의 선입관에 의해 규정되어서 요즘 세상에 진실과 연출을 따지는 것만큼 허망한 일도 없다. 굳이 비결을 꼽자면 섬세한 프린트 기술과 극상의 카메라 해상도가 자칫 왜곡될 수 있는 작가의 주관적 관점을 잘 전달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또 <아줌마> 전시 때부터 촬영 대상의 유형을 연상케할만한 구체적인 설명을 작품 제목에 더했다. 예를 들면, '빨간 립스틱을 바른 아줌마', '호랑이 무늬 옷을 입은 아줌마'처럼 아줌마의 특성을 지시하는 요소들을 제목에 넣었다. 롤랑 바르트는 그의 저서인 ‘카메라 루시다’에서 사진의 푼크툼과 스튜디움을 언급한 바 있다. 작가나 관람자가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감성인 스튜디움과 달리 개인적인 생각 인 푼크툼은 조정할 수는 없지만 유도할 수는 있다고 생각했다. 관람자에게 개인적인 포인트를 지시해준 실험적인 방법이 인물의 공통된 유형을 형성하는데 효과적이었다.”
다큐멘터리 초상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한국 사진계에서 선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스스로 어떤 평가를 받고 싶나?
“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 외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 바라는 것은 ‘깊이’한 가지다. 흔히 사진 한 장의 미학이라는 말도 있지만, 현 시대는 사진 한 장으로 인정받는 세상은 아니다. 결국 사진은 오랜 시간 축적된 ‘깊이’와 ‘두께’로 평가받게 된다. 나 스스로도 그 잣대로 평가받고 싶다. 지금까지 나름대로 실험해온 사진의 미학적인 요소들이 많은데, 워낙 내가 다루어 왔던 주제들의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미학에 대한 평가보다는 선정적인 대상에 대해서만 평가하는 것 같아 아쉽다. 언젠가는 반복과 유형, 그리고 도감적 연출과 인물의 전면과 정면성 등에 대해서도 소개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10여년동안 전개해 온 유형학적 접근 방법을 이용한 초상 작업은 개인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었지만 특히, 한국 사회의 현실에서 아주 적합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사진가가 속해 있는 문화와 사회성에 부합한 작업이 가장 필연적이고, 훌륭한 것이다. 한국처럼 선입관적인 유형이 많은 나라도 드물다. 그래서 특정 인물군의 유형학적 이야기를 다루는 내 사진 작업이 한국의 사회 구조에 매우 필연적이라 생각한다.”
2011동강국제사진제에서 특별한 강연도 예정되어 있다. 어떤 강의를 기획하고 있나?
“이번 강연은 동강사진상 수상자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시간인 만큼 그 동안 하지 못했던 깊이 있는 미학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좀 어렵더라도 내가 추구해온 사진 미학의 통로에 대한 이야기들을 전하는 기회로 삼고 싶다.”
진행 중인 군인 촬영과 향후 중국에서의 작업, 그리고 추후 전시 일정은 어떤가?
“군인 작업의 가제는 ‘미들맨-중간인’이다. 이전부터 사회의 양극단에 속한 사람보다 이도저도 아닌 중간인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과거 군인은 철저하게 사회와 격리된 채 호국에 전념하는 군인 그 자체였다. 그러나 신세대 군인들은 각종 사제 물품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휴대폰과 인터넷을 통해 외부와 소통한다. 완벽한 군인도, 일반인도 아닌 그들의 모습에서 오히려 중간자의 불안을 보았다. 이런 모습을 국방부의 협조로 사진에 담고 있는데, 내년 5월2일부터 아트선재센터에서 전시할 예정이다. 한편, 10년 전 한국에서 그러했듯 중국에서도 중간자들의 불안을 다룰 것이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이태원은 문화적으로 혼재되어 있었고, 곳곳에 키치성이 내제되어 나에겐 보물창고와도 같았다. 지금 중국이 그 당시 이태원처럼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꼭 이루고 싶은 바람이 있다면?
“크던 작던 내 작품이 사회에 미친 영향은 분명히 있었을 테고, 앞으로 10년간의 작업도 예술적인 실험보다는 사회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아주 개인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 좀 더 나이가 들면 장비실에 고이 모셔 둔 소형 라이카 카메라를 가지고 다닐 생각이다. 별것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주변의 소소한 풍경이나 사물들을 찍으며 유유자적 하는 모습을 늘 꿈꾼다.”
인터뷰/ 김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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