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전, ‘THANATOS-polis’전에서 김영수 작가를 만나다! -

지난 9월27일부터 오는 10월10일까지 인사동 거리에 위치한 ‘갤러리나우(www.gallery-now.com)’에서 첫 번째 개인사진전, ‘THANATOS-polis’를 개최한 김영수 작가를 만났다.


▲ 김영수 작가의 첫 개인전, ‘THANATOS-polis’에 출품된 작품들 중에서.

검정색 안경을 쓰고 검정색 양복을 입은 김영수 작가의 모습은 일상적인 모습이었을 것임에도 사진전의 중요 소재가 ‘묘지’라는 점 때문인지 어딘지 모르게 그의 모습 자체가 컨셉에 맞춰 꾸며 입은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해맑은 웃음을 지닌 그의 이면은 이번 사진전이 품고 있는 ‘묘지’ 풍경에 대한 또 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는 듯 했다. 15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이나 사진작업을 해 왔음에도 이제야 첫 개인전을 갖게 된 신인 아닌 신인 사진작가인, 김영수 작가를 만나 그의 사진작업과 이번 사진전 ‘THANATOS-polis’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의 해맑은 웃음을 지닌 김영수 작가.

■ 사진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지요.
“사실 저는 사진은 돈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때 저는 음악, 작곡 공부에 매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음악적 재능에 대한 의식을 하게 돼 방황을 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때 한 친구가 사진을 함께 해 보자는 제안이 있었고 그렇게 우연한 기회로 사진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때가 1991년이었으니 사진을 시작하게 된지도 어느 덧 15년여의 시간이 흘렀네요. 현재는 감사원에서 사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 이번 사진전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2004년도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사진을 공부하면서 2년 간의 작업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명인 ‘THANATOS-polis’에서 ‘타나토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죽음의 신으로 한국의 저승사자를 생각하면 될 겁니다. 심리학 용어로는 ‘에로스’와 대비되는 죽음으로 상징되는 단어기도 합니다. ‘폴리스’는 도시라는 뜻의 단어로 저는 이 용어를 죽음의 도시로 사용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속에서 벌어지는 죽음들을 자연스럽게 일상 속에서 겪어가는 모습들을 담은 셈이죠. 제 작품인 ‘황사가 낀 날 봄나들이 나온 가족 그리고 연인’에서 보듯 63빌딩이 보이는 한 복판에서, 벌어지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 도시 한 가운데에서 벌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들을 담았습니다.”

■ ‘묘지’라는 소재를 담아낸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처음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있습니다. 레퀴엠(진혼곡)과 같은 음악을 즐겨 듣는데, ‘묘지’는 그런 음악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고, 남들과 조금은 다른 주제로 찍어보자는 의도에서 시작한 겁니다. 그렇게 처음에는 단순히 묘지가 있는 곳만을 찾아 다녔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다니다 보니 묘지 주변의 모습들이 제가 생각하는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묘지 옆에서 살고 있다든지, 묘지 옆에서 빨래를 널고 있다든지, 가족들과 나와서 봄날 한때를 즐기는 모습은 제가 생각했던 암울하고 부정적인 모습이 아니었거든요. 지금 현재 전시한 작품들은 2년 동안의 작업 중 후반부 작업들의 결과물들입니다.”

■ 사진 설명과 같이 긴 제목을 붙인 이유가 있나요.
“처음에는 ‘사육신묘’나 ‘망우리 공동묘지’ ‘노량진’ 하는 식으로 지명이나 묘지명을 달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제목을 붙였을 때 제가 사진을 담을 때의 느낌과 맞지가 않아서 차라리 상황을 풀이해 보자 해서 이렇게 긴 제목들이 됐습니다. 관람하는 사람들에게도 제가 찍었던 상황이나 느낌 등을 함께 전달하자는 의도도 있습니다. 그로 인해 자세히 사진을 보게 될 수 있는 효과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 제목이 ‘황사가 낀 날 봄나들이 나온 가족 그리고 연인’일까를 생각하게 되면 그 작품에 등장한 인물들을 보면 쉽게 인식할 수 있게 됩니다. 마스크를 끼고 봄나들이를 나온 가족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테니까요.”

■ 첫 전시를 ‘죽음=마지막’이란 의미를 부여한 점은 무엇 때문인지요.
“사진 전시는 처음이지만 발표를 하지 않았을 뿐 많은 작업들을 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제게는 이번 사진전의 주제인 ‘죽음=마지막’이란 의미는 그렇게 큰 작용을 하진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 ‘지정(智淨)’이란 호는 어떻게 붙여지게 됐나요.
“‘THANATOS-polis’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했습니다. ‘죽음에 대한 종교적 해석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거든요. 그래서 조계사를 4년 간 다녔는데, 거기서 ‘지혜로울 지(智)’자에 ‘맑을 정(淨)’자를 더한 ‘지정’이란 수계명을 받게 된 겁니다. 그리고 유독 김영수라는 제 이름에 ‘지정’이란 호를 붙였냐면, 사진계에 제 이름과 같은 동명이 많은 이유 때문에 붙이게 됐습니다.”

■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에 대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진 찍으며 다니다 우연히 불상에 주목하게 된 이후, ‘아이콘(형상)’을 염두에 두게 됐습니다. 신성하게 모셔져 저마다 다른 모습과 표정을 하고 있는 불상들을 담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러다 우연히 불상을 만드는 공장에 가게 됐다가 완성도가 떨어진 불상들이 버려진 모습을 보았습니다. 목이 잘리거나, 팔이 잘린 불상들을 말입니다. 그때 ‘절에 모신 불상과 버려진 불상의 차이는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이라 확연하게 말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불상이라는 게, 아이콘이라는 게 이런 것이었구나!’라는 데까지 귀착하게 되었고, 그런 제 생각들을 정리해서 앞으로 작업 해 볼 예정입니다.”


▲ 전시장 모습.

김영수 작가는 ‘개인 혼자서는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 사진가다. 그러다보니 사회에 대한 탐구, 사회의 다양한 모습들, 그중에서도 사회적 언더그라운드라고 할 수 있는, 분명히 사회에선 존재하고 있지만 주목받지 못해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풍경들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의 말처럼 아이콘이라고 하는 주제를 가지고 2년 후에 다시 한 번 사진전을 마련하게 될지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겠지만 이후 김영수 작가의 발전을 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 인터뷰를 마치고 인사동 거리로 나온 후, ‘THANATOS-polis’ 사진전 포스터가 붙어있는 갤러리나우의 한 벽면 풍경. 행인들을 대상으로 특정 소품을 파는 중간, 잠시 진열대 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한 소녀(?)의 모습이 시선을 끌고 있었다.

취재 / 김정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