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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장애 1급 좌절 딛고 일어선 임성노 사진가, 사진에서 희망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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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6-04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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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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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제8회 서울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에서 ‘사진-실내’ 부문 동메달 획득한 임성노 사진가를 만나다 -
일반인들에게 있어 아름다운 풍경이나 기록하고 싶은 순간을 향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일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구도나 색감을 배제하고라도 기록이라는 카메라 본연의 목적을 사진에 담아내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이토록 쉬운 일도 도전이자 때로는 희망이 된다. 지난해 9월, 서울에서 열린 제8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이하, 장애인기능올림픽)에서 ‘사진-실내’ 부문 동메달을 획득한 임성노 사진가(지체장애 1급)는 원인 모를 중도장애를 가진 지체장애 1급 장애인이다. 비록 거동이 불편해 지금은 전동휠체어에 몸을 의지하지만 반평생 사진업에 종사해 온 그 이기에 중도장애의 고난을 사진 작업을 통해 이겨내는 중이다. 대구에서 서울까지 먼 길 마다않고 매주 한 차례 올라와 중앙대 지식산업교육원 인물사진콘텐츠전문가과정 수업을 듣는 그의 열정을 바탕으로, 비로소 어두운 터널을 지나 세상과 마주하고 있는 임성노 사진가에게 사진은 또 다른 인생의 서막이다. 사진에서 다시 한 번 희망을 찾아가는 임성노 사진가를 그의 삶의 멘토인 백승휴 사진가(중앙대 지식산업교육원 인물사진콘텐츠전문가과정 주임교수)의 스튜디오에서 마주했다. - 편집자 주 -
▲ 임성노 사진가는 지체장애1급 장애인이다. 전동휠체어에 의지해 다니지만 그 어떤 사진 활동에 제약은 없다.
우선, 제8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에서 ‘사진-실내’ 부문 동메달을 수상한 것을 축하한다. 불편한 몸으로 전 세계의 실력자들과 겨뤄 당당히 메달을 획득한 소감이 어떤가?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중도장애로 실의에 빠져 있을 때 우연찮게 알게 된 장애인기능올림픽이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던 나를 세상에 용기내어 나올 수 있도록 이끌어줬다. 세계대회의 전초전 격인 전국 대회부터 본 경기 때까지 일 순간도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오늘의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또 그 과정 중에 만난 백승휴 지도위원(실내 부문), 손영호 교수(순천대 사진과), 남창희·박종숙 부지도위원은 실낱같은 희망을 구체적인 현실로 이끌어 준 삶의 멘토이자 은인들이다. 백승휴 지도위원의 지도로 지난 한해 중앙대 지식산업교육원에서 정통 인물사진 과정을 수학할 수 있었고, 생판 모르는 나에게 카메라를 선뜻 내어 준 손영호 사진가 덕분에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스튜디오에 찾아오는 손님을 돌려보내면서까지 열과 성을 다해 사진 실무를 가르쳐 준 부지도위원들에게도 이 영광을 돌리고 싶다. 하지만 누구보다 사진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던 탓이었을까?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게 끝내 아쉽다.”
살아가다 장애를 얻은 중도장애인들의 고통이 선천성 장애보다 더 크다고 들었다.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나?
“중고등학교 때만해도 축구선수로 활동할 만큼 신체 건강한 남자였던 내가 현대의학으로 설명조차 할 수 없는 불치의 병으로 중도장애를 앓게 되면서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으로서, 한 남자로서 느끼는 상실감과 고통, 분노, 좌절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세상과 슬기롭게 소통하는 지금도 완벽히 그 좌절감에서 해방됐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복지관에서 나보다 더 어렵게 현실을 이겨내는 장애우들을 만났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촬영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홀로 전동휠체어를 타고 상경한 날의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나에게 더 이상 전동휠체어는 걸림돌이 아니다. 그 덕분에 내가 바라는 모든 것을 꿈꾸고 하나하나 실현해 나갈 수 있게 됐다.”
신체적으로 핸디캡이 있다 보니 카메라 조작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
“휠체어를 탄 후 처음 참가한 촬영대회에서 이전과 다른 나의 처지를 절감했다. 비록 움직임이 불편해도 이전에는 걷고, 카메라를 조작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는데, 이제는 원하는 구도는 물론이고, 카메라 조작마저 힘들다보니 그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극복하는 나만의 노하우를 터득했다. 우선, 휠체어 앞부분에 변형 삼각대를 설치해 카메라의 흔들림을 잡아준다. 나 같은 경우엔 일반적으로 카메라 앵글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낮은 곳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로우앵글도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남들처럼 원하는 위치에서 카메라 앵글을 잡을 수 없어 아쉬워하기보다 지금은 그들이 보지 못하는 나만의 앵글을 찾아 사물의 진면목을 볼 수 있어 행복하다. 그래서 요즘엔 전철을 타면 사람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웃음). 나 스스로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한층 성숙한 느낌이다. 인식의 전환이 불편함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 임성노 사진가(앞줄 왼쪽에서 세번째)는 지난해 9월,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11 서울 제8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에서 ‘사진-실내’ 부문 동메달을 획득했다. 사진은 그가 대회에 참가한 ‘사진’ 부문 동료들과 기념촬영을 한 것.
▲ 중앙대 지식산업교육원 인물사진 콘텐츠전문가과정 15기 과정을 수료한 임성노 사진가가 지난 2월, 동덕아트갤러리에서 열린 ‘15기 수료전’에 출품한 작품

▲ 임성노 사진가는 과거 영정사진(좌), 입양아 사진(우)을 촬영하는 다양한 봉사활동을 해 왔다. 휠체어를 타면서 잠시 봉사활동을 멈췄지만 곧 재개할 계획이다.
임성노 사진가에게 제2의 인생을 열어 준 ‘사진’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무엇일까?
“사진은 적어도 나에게 만큼은 ‘침묵’과 같은 존재다. 사진이 없었다면 장애인기능올림픽에도 나갈 수 없었을테고, 지금처럼 새로운 희망도 가슴에 새기지 못했을 것이다. 마치 지금의 상황을 예견이라도 했듯이 내가 그 옛날 학창시절에 취미로 사진을 시작하고, 일본에 건너가 사진을 공부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닌 운명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간혹 한다. 늘 내 옆에서 힘이 되어주는 가족만큼 소중하고 내 삶의 목표이자 근원이 바로 사진이다.”
지난해 1년 간 중앙대 지식산업교육원에서 인물사진을 정식으로 공부한 것으로 안다. 교과 과정을 이수한 후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중앙대 지식산업교육원 수업은 인물사진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것을 일깨워 준 오아시스와도 같았다. 지난 1년 간 마치 신세계를 경험하는 듯했다. 과거 일본에서 사진을 수학할 때 상업사진을 위주로 했고, 한국에 돌아와 스튜디오를 운영할 때도 간단한 인상사진 위주로 영업을 해서 늘 기술적인 아쉬움이 많았다. 백승휴, 김정대, 최의열 사진가 등 촬영, 편집, 출력 등 전 분야에 걸친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사진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되었다. 지금은 과거 움직임에 제한이 없던 때보다 적어도 사진만은 자신이 있다. 한편, 중앙대 지식산업교육원에서 만난 사람들도 큰 소득이다. 몸이 불편한 나를 강의실에 데려다 준 동료들이 없었다면 그 긴 수업 과정을 무사히 마치지 못했을 것이다.”
2010~2011년은 임성노 사진가에게 너무나 다사다난했던 해이기에 앞으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는데 중요한 잣대가 될 것 같다. 향후 계획은?
“현재는 나에게 용기를 준 복지관의 일을 도와주면서 사진 관련 강의는 물론 사진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구상 중이다. 기회가 된다면 입양아 사진, 장수사진 등의 봉사활동도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 앞으로는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라고 자책하기보다 ‘이 기회에 새로운 인생이 열렸구나’라고 자족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래야만 제2의 인생이 더 행복하고, 풍요로워질테니 말이다.”
인터뷰 / 김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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