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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사진가 백승휴, 사진의 새로운 방법론을 모색하다! 13-05-29 16:40   
작성자 : 관리자 TEXT SIZE : + -

- 곤지대왕의 흔적을 찾아 떠난 여행에서 ‘환영(Illusion) 사진’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돌아온 백승휴 사진가에게 환영사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다 -

중앙대 지식산업교육원 인물사진컨텐츠전문가과정의 백승휴 주임교수가 인상사진을 기반으로 사진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모델학과·메이크업 아티스트·사진가가 협업한 사진 워크숍을 시작으로 중앙대 지식산업교육원 내 인상사진 교육의 새 장을 연 백승휴 사진가는 지난해 12월20일 3박4일의 일정으로 일본 오사카에 졸업여행 겸 역사기행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백승휴 사진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찾아 떠나는 여행, 또 그것을 탐구하고 사진에 포착하려는 노력 ‘환영(Illusion) 사진’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올해도 동일한 사진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인상사진가의 시각으로 이역만리 오사카에서 곤지왕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여행에 매료된 사진가 백승휴가 얻고자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그의 글과 인터뷰를 통해 알아봤다. - 편집자 주 -

“환영(illusion), 헛것이 보일 때까지 찍어라”

기력이 쇠하면 헛것이 보인다. 때로는 아이들의 장난처럼 눈동자의 밑 둥을 손가락으로 누르면 피사체가 두 개의 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분명 이것도 헛것, 환영(Illusion)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의 눈으로 환영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한 번 크게 놀라면 비슷한 것만 보더라도 놀라게 된다. 최소 한 두 번의 환영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사람의 눈과 다르게 카메라는 그 광학적인 철저함이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헛것을 만나러 여행을 떠났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 김영하의 단편소설 「피뢰침」에 등장하는 벼락을 맞고도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천연덕스러운 거짓말로 들릴 수 있다. 나는 학생들과 함께 환영을 만나러 졸업여행을 떠났다. 때는 고대의 오사카. 만날 인물은 백제 계로왕의 동생인 곤지왕이다. 놀랍게도 오사카의 아스카베 신사에서 그곳 주민들이 곤지왕을 모시고 있었다. 짧은 역사 지식으로 신사와 곤지왕을 접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으나 열정적인 학생들과의 동행, 그리고 오사카 상업 대학의 양형은 박사님의 도움으로 모든 것이 가능했다. 환영을 찍는다는 것은 경험하고 준비한 만큼 가능한 일이다. 흔들림·빛의 산란·색깔의 변화가 어울려야 하니 말이다. 카메라의 광학이 감성의 자유로움을 만났을 때, 꿈으로만 꿀 수 있는 이미지는 현실이 된다.
마치 레이어의 겹침 속에서 반투명이 온갖 상상을 불러일으키듯 나는 곤지왕이라는 존재를 빛과 새로 형상화했다. 태양 빛과 하늘을 나는 새가 가진 절대자로서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어느 공원에서 조용히 모이를 먹던 비둘기를 쫓아다니며 만들었던 영상이다. 빛이 가진 힘을 이용해 비둘기들의 이동을 마치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표현할 수 있었다.
나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시점을 찍는다. 빛과 새의 이미지를 통해 곤지왕의 환영을 만나고자 한 것이다. 현실에 없는 색감으로 이상 세계를 표현하고자 했다. 빛을 중심으로 경계가 흐려지고, 그렇게 물체의 변환이 이루어지는 이미지를 통해 고대로의 회귀를 꿈꾸는 갈망이 드러난다.
곤지대왕을 만나기 위해 신사로 향했다. 신사 앞에 포도밭 비닐하우스에서 왕궁처럼 신성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햇빛 때문이 아니라 그 강렬한 기운에 눈을 뜰 수는 없었다. 왕을 대하는 신하의 마음으로 고개를 숙였다.
신사 안으로 들어갔다. 대낮인데도 하늘이 어두워지며 신사 안쪽으로 점차 붉은 색깔이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이것이 무슨 의미일까? 일행들은 신성함 이전에 두려움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우리는 참배를 하고 뒷산 묘지로 향했다. 묘지 안쪽에선 푸른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푸른색은 백제를 상징한다고 했다. 하늘도 같은 색깔을 하고 있었다. 그 영험함, 그 기운이 나에게 색으로, 빛으로 다가와 말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위엄과 신비로움으로 비춰졌다. 이처럼 강력한 빛은 위력, 붉은색과 분위기는 위엄, 푸른 빛깔은 신비로움으로 절대자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었다.
사람들은 길게 늘어진 동아줄을 잡아서 종을 쳤다. 자신이 왔음을 신에게 알리고, 자신의 고함을 들어 달라는 의식이었다. 마침 구름이 해의 강렬한 빛을 드러냈다. 사천왕사의 대문 앞에는 중 모형들이 놓여 있었다. 샤워를 하듯 빛이 골고루 비춰지고 있었다.
마당 한 가운데 큰 나무에 매달린 종이가 시선을 끌었다. 갑자기 종이에 뭔가가 적히기 시작했다. 푸른빛을 띠던 종이에 따스한 빛이 스며들었다. 고대의 문자는 텍스트가 아니라 느낌이라는 비언어가 아니었을까.
사천왕사는 백성을 위해 지어진 절이다. 건물은 백성이요, 나무는 왕이다. 처음 지어질 무렵의 나무그림은 똑바로 하늘을 향해 그 당당함이 보였다. 그러나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듯 북쪽을 향한 나무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것은 백성에 대한 배려였다. 빛과 몸짓으로 보여 지는 곤지대왕의 환영이 나에게 친근한 미소처럼 보였다.

여행 마지막 날 찍은 사진이다. 블랙홀처럼, 사람의 몸이 빛이 새어나오는 길 저편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현실과의 경계는 점점 불분명해졌다. 낯설어 두려우면서도 새롭고 즐거운 감각에 몸서리를 쳤다. 환영이란 보이지 않는 세상을 스스로 느끼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환영을 만난다. 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낯선 것들이 나타나곤 한다. 어쩌면 환영은 일상에서 우리의 삶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자연의 제안이 아닐까? 오늘도 나는 또 다른 환영을 만나기 위해 셔터를 누른다.




▲ 환영(Illusion)은 빛의 방향이나 크기, 대비, 색감에 따라 여러 형태로 표현이 가능하다. 사진은 백승휴 사진가가 빛으로 곤지대왕의 느낌을 표현한 것이다.

글 / 백승휴 사진가

인터뷰 백승휴 사진가
“사진가가 살아남으려면 미래를 내다보고 인물사진을 도구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야만 한다”

▲ 백승휴 사진가

인상사진과 환영, 독특한 조합이다. 곤지대왕의 흔적을 찾아 촬영 여행을 감행한 이유는 무엇인가?
“보이지 않는 환영을 찍는 졸업여행에서 상상하는 행위를 통해 촬영을 유도했다. 지난해 역사기행 졸업여행은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는 단순한 생각에서 비롯됐다. 여행지인 오사카와 사진으로 연결된 백제 곤지왕을 주제로 하다 보니 송파구청이나 일본과도 새로운 관계가 형성됐다. 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함께 한 중앙대 지식산업교육원 인물사진콘텐츠전문가과정 16기생들은 관련 행사가 있을 때마다 촬영을 하게 됐다. 다시 말해 작은 시도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사진적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과거 인상사진 방식으로는 현재의 사진 흐름을 따라 갈 수 없다. 이번 여행은 인상사진을 통해 확대되는 영역을 발견해보는 뜻 깊은 자리였다.”

곤지대왕의 흔적을 찾아 떠난 역사 기행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중앙대 지식산업교육원 인물사진콘텐츠전문가과정 16기 졸업여행에서 촬영한 사진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각 지자체나 일본과 교류를 하게 된 발판이 되었다. 뜻하지 않은 결과다. 앞으로 지속적인 활동을 한다면, 역사박물관에 이 사진들이 걸리지 말란 법도 없다. 전혀 관계없어 보이던 일에서 사진가로써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한 것이다.”

인상사진이 새로운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했다. 무엇을 의미하나?
“이제 인물사진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사진을 도구로 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서 자신의 영역을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 사진가는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곳에서 셔터를 눌러야 한다. 강의·집필·협업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즉, 남들과 다르게 바라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사진은 사람과 관계를 맺는 도구다. 소비자는 더 이상 사진으로만 작가를 평가하지 않는다. 그 사람의 이력, 행위를 통해 평가하기 시작했다. 변화하는 시대에 인상사진가들도 스스로 행동해야 한다.”

인터뷰 / 이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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