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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사진가, KT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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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1-31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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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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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KIM, 세계 패션의 모든 것…카메라 한 대로 이야기하다 !
동경 신주쿠에서 처음 산 콘탁스 167MT 바디에 표준렌즈를 끼우고 흑백필름을 넣은 후 “잘 부탁한다! 나도 열심히 할테니”라고 읊조리듯 말하며 카메라 바디에 키스한 32살의 KT KIM(본명 김경태, 이하 케이티 김). 10여년이 지난 지금, 그의 이름 앞에는 ‘세계를 휘어잡는 쟁쟁한 패션 피플들을 모두 만나 본 단 한 명의 대한민국 포토그래퍼’ 혹은 ‘톰 포드와 아르마니가 작품집에 넣을 사진을 요청할 정도의 사진작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에게 비결을 묻자 “무작정 사진을 찍은 결과”란다. 카메라는 애지중지해야 할 소장품이 아니라 아이디어가 생기는 즉시 셔터를 눌러대야 하는 도구라고, 그래야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하는 패션사진계의 거물, 케이티 김을 만나기 위해 스튜디오 KT를 찾았다. -편집자 주-
▲ 패션사진가, KT KIM
케이티 김, 32세가 되던 해 사진가가 되기로 결심하다
케이티 김이 운영하는 스튜디오KT, 규모는 작지만 그만의 멋이 난다. 스튜디오 곳곳에서 그가 만나온 조르지오 아르마니, 케이트 모스, 나오미 캠벨 등 쟁쟁한 세계 패션 인물들을 사진 작품 속에서 만날 수가 있다. 그는 초등학생시절부터 사진과 음악을 좋아했다. 사진은 영화 브로마이드 수집으로, 음악은 라디오를 통해서 작은 꿈을 키워갔다. 성인이 되어 그의 삶에서 먼저 선택한 것은 사진이 아니라 음악이다. 디스크 쟈키 일을 하면서 음악을 믹스하고 첨단 조명을 다뤘다. 서울시내 클럽 곳곳을 돌며 많게는 하루 여덟 곳 이상을 출입하기도 했다. 남부럽지 않게 돈을 모을 수 있었지만 사진을 찍고 싶다는 욕망은 눈덩이처럼 커져만 갔다.
32세가 되던 1992년, 사진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카메라 안에 자신의 생각을 담기 시작한다. 1998년 청담동의 갤러리 샘터에서 서울을 주제로 한 개인전 <나의 1990년대>를 시작으로 2002년 한일 월드컵 기념 <일본 대 한국 고양이 화보>를 통해 대중에게 한걸음 다가섰다. 1년 후에는 뉴욕에서 발행하는 세계적 아트 무크지 <비저네어>에 한국사진가 최초로 스티븐 마이젤, 마리오테스티노, 피터린드 버그 등과 함께 크레딧을 올렸으며, 2004년 <보그코리아>와 손잡고 8주년 기념집 을 발간했다. 그리고 2007년 5월, 그가 직접 다녀온 세계 패션의 현장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책 <올 댓 패션>을 출간하기에 이른다.
▲ KT KIM의 저서 ‘올 댓 패션’
세계 패션 리얼 스토리 <올 댓 패션>
<올 댓 패션>은 케이티 김이 세계 패션을 움직이는 디자이너, 모델, 언론, 스타일리스트, 포토그래퍼를 A에서 Z까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담아낸 책이다. 대형 패션쇼들의 백스테이지부터 런웨이까지 모두 표출해 패션쇼를 만들어 내는 것이, 단지 캣워크
를 하는 모델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카메라를 통해 말해주고 있다. 책에는 파리와 뉴욕, 밀라노에서 펼쳐진 아르마니, 샤넬, 구찌 등의 오트쿠튀르 행사장에 참석해 원하는 컷들을 얻어낸 일, 출입증을 취득했지만 동양인 외모를 가졌다는 이유로 촬영을 저지당해야만 했던 황당한 경험, 입장 후 15분 후에 반드시 퇴실해야 하는 촉박한 순간들이 기록되어 있다. 또한 사진과 함께 실린 케이티 김의 짤막한 글들은 현장의 순간들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해 준다.
“패션사진가로서 운 좋게 세계 최고 패션 피플들이 모이는 곳에서 작업하며 느꼈던 것들을 왜곡없이 보여주려고 쓴 글들입니다. 뉴욕, 파리, 밀라노 등의 패션현장은 어떠하며 패션화보가 어떻게 촬영되는지, 탑 모델들은 어떻게 생겼고 패션 에디터들은 어떻게 지내며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실제인물인 보그 아메리카의 편집장, 안나 윈투어는 진짜 악마인지 등 있는 그대로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글을 쓰기 전에는 머릿속에 있는 내용들을 펜으로 쓱쓱 적어 내려가는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느냐 싶었지만 A부터 Z까지 키워드를 설정해놓고 글을 쓰려고 하니 여기에 붙이면 저쪽내용이 빠지고 이쪽으로 옮겨놓으면 저기에서 중복되고, 이렇게 고심하면서 두어 달을 보낸 것 같습니다(웃음).”
카메라는 소장품이 아닌 도구
누구에게도 사사받지 않고 독학으로 사진을 배운 그는 “누군가에게 기술을 물어 본다는 것은 그들의 스킬을 훔쳐가는 것 같았고, 스스로도 창의적인 사진을 찍기 어려웠을 것 같았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수많은 사진 관련 책자를 뒤졌고 무작정 셔터를 눌러댔다. 그에게 카메라는 애지중지해야 할 소장품이 아닌 그를 성장시킨 도구 역할을 톡톡히 해준 셈이다.
그의 첫 전시<나의 1990년대>는 그렇게 무수히 찍어낸 사진들의 컬렉션이었다. 전시를 준비하기 위해 유년시절부터 그가 지나쳤던 서울의 모든 장소를 카메라에 담았다. 일 년 반 동안 촬영했고 두 달에 걸쳐 프린트 했다. 당시 그는 서울을 잘 찍을 수 있으면 뉴욕 5번가나 파리도 잘 찍을 수 있다고 믿었단다. 그렇게 스스로를 성장시켰고, 현재는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되었다.
“나는 ‘공간 재단사’입니다”
“패션은 대기 중에서 천을 재단해 시각적인 미학을 보여준다면, 사진은 그 공간을 재단하는 것과 같습니다. 패션을 작품에 담는 사진가인 나는 ‘공간 재단사’가 아닐까요?”
스스로를 공간 재단사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이 즐거워 보인다. 사진을 찍는 일이, 게다가 항상 관심대상 1순위였던 ‘패션’관련 일을 하는 현재가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런 그에게 패션 거장들을 만나는 것 또한 커다란 즐거움이다.
“애쉴리 주드,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기네스 펠트로, 팀 로빈슨과 수잔 서랜든 부부 등 많은 유명 인사들을 만나왔습니다.
그 중 <올 댓 패션>이 완성될 즈음 안타깝게 운명을 달리한 영원한 스타일리스트 이사벨라 블로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이 분의 삶은 럭셔리 그 자체였습니다.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럭셔리를 포함해서이지요.
알렉산더 맥퀸의 졸업 작품들을 모조리 사들이고 돈을 갚는데 힘들었지만 늘 필립 트레이시의 모자를 쓰고 다니며 패션을 몸으로 행하고 정신적인 호사가 진정 무엇인지 아셨죠.”
그는 자신이 만나온 패션 거장들은 그들의 명성에 맞는 그레이드와 품위를 내뿜으며 애티튜드를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었다며, 역시 지구상의 최고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한다. 케이티 김이 생각하는 사진가는 늘 일관된 시점을 갖고 작업에 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는 점, 선, 면 등 가장 기본적인 기하학적 요소로써 작품을 완성하고 싶단다. 이러한 구성요소가 일관된 관점으로 작용한다면 찍히는 피사체가 무엇이든 ‘KT KIM’식 작품으로 연출 될 것이라고. 그는 오늘도 한 분야의 정점을 이루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 2003년 파리의 ‘라지펠트 갤러리’
에필로그 - ‘SEND ME BY E-MAIL’
케이티 김의 포토에세이집 <올 댓 패션>은 현장 느낌을 살린 글뿐만 아니라 그가 평소에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도 포함되어 있다.
그 중 ‘SEND ME BY E-MAIL’ 이라고 타이틀을 단 짤막한 글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들은 “거 사진 좀 뽑아주세요”라든지 “이메일로 넣어주세요”라고 한다. 이런 경우 정말로 곤란하다]
그는 말한다. 디지털화가 되면서 사진을 주고받는 일이 무척 간편해졌지만 동시에 일회성 사진이 남발하게 되었다고, 교환하는 일이 쉬어졌다고, 사진작가들도 쉽게 사진을 찍는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말이다.
▲ 2002년 뉴욕에서 촬영한 ‘미아로싱’(Mia Rosing)
취재 / 오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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