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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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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어 사진은 본능이기에, 사진의 바다에 나를 던진다”
- 양재문 작가를 만나 그의 근황에 대해 듣는다 -
양재문 작가는 지난 9월6일부터 9월12일까지 서울 관훈동에 소재한 갤러리룩스에서 ‘4인의 시각전’이라는 단체전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오랜만에 사진인들에게 선보였다. 1994년 개인전 ‘풀빛여행’을 시작으로 2년마다 사진전을 열었던 그가 2002년 이후 잠적한 것 마냥 조용히 지냈던 이유가 궁금하다.
이에 본보에서는 양재문 작가를 만나 그의 근황과 그의 사진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편집자 주 -
▲ 양재문 작가
■ 우선 사진을 시작하게 된 동기를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처음 카메라를 손에 잡은 건 중학교 때였습니다. 가난했던 그 시절에 당시 교장선생님 아들인 친구의 카메라를 빌려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찍은 사진은 제가 보고 찍은 것이 그대로 재현이 되니까 재미도 있고, 신기하기도 했어요. 사진에 대한 매력을 느꼈던 거죠. 제가 그리고 싶은 것, 표현하고 싶은 것을 재현해 주는 신기함에 사진을 좋아하게 됐고, 사진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콤팩트카메라를 구입하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마음먹은 대로 표현이 잘 되지 않아, SLR 카메라를 구입하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가 1972년이었으니까 어느덧 30여 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러 버렸습니다.”
■ 일전에 개최한 ‘4인의 시각전’에 대한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지난번 단체전에서 함께 한 이들은 20여 년 전 사진을 통해 알고 지냈던 고향 친구들입니다. 사진이라는 공동 관심사가 우리를 지금에 이르게 했고, 지난 1991년에 그러한 우정을 다지는 의미에서 이미 단체 사진전(‘5인의 시각전’, 예총화랑)을 가진 바 있습니다. ‘4인의 사진전’은 ‘더 나이가 들기 전에 한 번 더 전시회를 갖자’는 의견이 결합돼 이번에 다시 열게 된 일종의 ‘우정의 사진전’인 셈입니다.”
■ 첫 개인전이 늦었던 편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 지요. 또 이후 2년마다 개인전을 열다가 최근에는 개인전을 열지 않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사실 그저 사진을 찍는 것이 좋았을 뿐 전시라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1994년에 저와 절친했던 미술하는 한 친구의 죽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덧없이 가는 것이 인생이구나, 그런 관점에서 보면 사람이란 갈 준비를 해야 되는구나’하는 등의 생각을요. 결국 그러한 생각들의 귀결은 ‘정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진에 있어서의 정리란 전시’라는 생각에까지 이른 것이죠. 그 후 ‘2년마다 전시를 하자’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했습니다. 하지만 2002년까지 제 스스로와 한 약속을 지키다가 최근에는 디지털사진 연구다, 교육이다 하는 이런 저런 핑계로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꼭 개인전을 열 생각입니다. 정리라는 의미에서 시작을 했던 사진전에서 저는 또 다른 것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난 할 수 있다’는 것과 ‘해야겠다’는 것은 다르거든요. 특히, 사진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보통사람들도 특정 사진을 보고 ‘나도 저거 찍을 수 있어’라고 흔히들 말을 합니다. 하지만 막상 하라고 하면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진전을 통해 ‘나는 정말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내 스스로의 발전과 반성을 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 같습니다.”
■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에 사진은 양재문 작가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이미 제 인생에서 사진을 생각하지 않고는 제가 있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것을 돌이켜 생각한다면, 40대 중반 이전 시절의, 젊었을 때는 사진이 아니면 죽을 것 같았는데 지금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사진은 제게 인생의 전부이자 일부분인 셈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진이 예전보다 덜 중요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그전에는 사진을 위해서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포기한다고 해서 다른 관심사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죠. 만약 누군가 그럼 ‘왜 사진을 찍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안 찍고는 못 배기니까 찍는다고 답할 것입니다.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습니다. 이미 내 삶이 사진의 바다에 던져진 이상 이제 사진은 제게 있어서는 본능일 뿐입니다.”
■ 초청특강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주제로 강의를 하는지요.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가장 기본적인 주제는 ‘디지털’입니다. 그 중에서 ‘디지털카메라를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초청특강이 가장 많습니다. 그동안 디지털 사진을 연구하고 강의해 오면서 느낀 점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디지털카메라도 멀지 않은 장래에 현재 디지털카메라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한 전혀 새롭고 획기적인 매체가 등장하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매체가 변한다고 사진이 변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특강을 통해 전하는 것들은 무엇보다 ‘디지털 마인드’에 더해진 ‘아날로그 마음’입니다. ‘아날로그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매체가 바뀐다 해도 사진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나 특성을 발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첫 개인전 ‘풀빛여행’에 대한 평에서 김영태 시인은 ‘이미지의 천착’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어떤 의미인지요.
“흔히 사진이라는 것을 정의할 때 ‘재현이냐?’ ‘표현이냐?’라고 하며 대립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저는 두 의견에 대해 중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기록도 될 수 있고, 표현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풀빛여행’ 사진에는 한국적인 정서의 한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진들을 찍기 전, 저는 사진은 찰칵하고 찍지만 분명히 필름에는 잡히지 않는 여운이 있을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한국무용을 택해서 사진이 찍히는 여운을 담고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그 사진들은 사진 찍는 순간의 느낌을 찍는 것이지 그 순간을 단순히 자르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그 당시 사진에서는 느린 셔터 속도로 후막동조를 가미한 촬영기법을 썼습니다. ‘1초에 담겨지는 여운의 미학’이라 할까요. 그렇게 하여 제 가슴속에 응어리진 한을, 사진에 전이시키는 과정에서 그 여운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제 작업의 결과물에 대해 좋은 평을 해 준 김영태 시인에게 감사합니다.”
■ ‘양재문 사진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사진교육 일선에 서 계신데, 사진을 배우는 이들을 보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10여 년 전 아날로그 시대와 현재의 디지털 시대의 사진을 배우려는 이들의 자세가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사진을 연구하고, 찍으면서 완성된 사진이 나오기까지의 시간이 필요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사진을 배우더라도 진득하게 배우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와이포토 연구생 출신 중에는 현재 어느 정도 일가를 이뤄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반면, 디지털 시대에 와서는 무엇보다 사진을 배우는 시간이 과거에 비해 많이 단축된 것이 사실입니다. 디지털카메라로 찍어서 바로 볼 수 있으니까 금방 자신도 잘 찍는다는 생각을 쉽게 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매체가 바뀌어서 사진 전체적 수량은 많아졌지만 작품이 많아진 것은 아닙니다. 사람은 순간에 끌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필름카메라로 찍을 때는 실패를 염려해 최선을 다했지만, 디지털카메라는 찍고 나면 바로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최선이라는 부분이 조금은 희석된 것 같습니다. 요즘 사진 찍는 사람들을 가만히 지켜보면 사진을 계속 찍어야 하는 순간에도 자신이 찍은 사진을 확인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그것은 디지털카메라의 좋지 않은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카메라도 사진을 찍으면서 과거 필름카메라처럼 완성사진에 대한 예견된 스케치를 해 낼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 그렇다면, 디지털카메라 사용자들이 안 좋은 습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그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관록을 쌓는 것입니다. 사진을 모니터에서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말고 출력을 해야합니다. 출력한 결과물을 봄으로써 비로소 사진의 올바른 가치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출력한 사진을 벽에 걸어 보고 그 사진을 보면, 그 사진이 좋은지 아닌지를 알 수 있습니다. 하루도 못돼서 떼고 싶다면 그건 안 좋은 사진이거든요. 일주일이고 한 달이고 두고 봐도 좋다면, 그건 좋은 사진인 거죠. 디지털 시대에는 자기 스스로의 절제와 정화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 마지막으로 사진인들에게 전하는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사진의 수단이나 목적을 떠나서, 사진은 즐거움을 주는 것 중의 하나입니다. 유능한 사진가란 보편 타당성의 논리 안에서도 ‘자기표현’이라는 창의성을 발견하고 이를 사진적인 시각으로 재창조할 수 있는 작업을 끊임없이 추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물이 흘러가는 소리를 듣고 음악가가 작곡을 한다고 했을 때, 녹음기로 녹음해서 틀면 전위예술처럼 음악이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건 아닙니다. 작곡한 사람의 음률을 듣고 물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 디지털 시대의 사진 영역은 지금보다 더 표현의 영역을 폭넓게 강화시켜야 합니다. 사진으로 자기를 표현하는 분 모두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사진을 찍는다는 마음가짐으로 디지털시대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사진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 ‘4인의 시각전’을 통해 선보였던 양재문 작가의 작품
인터뷰 / 김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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