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황선구 / 서울예술대학 사진과 교수, 디지털 이미지 컬럼니스트
▲ 서울예술대학 황선구 교수
섬 속에 갇힌 전통사진
“사진을 맡기는 사람보다 사진관의 전문가가 디지털 사진과 컴퓨터 지식과 상식이 더 없기 때문이다”
이 말은 사진관을 포기하는 분들의 이야기이지만, 현재 사진관련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해야지 어느 특정한 사진분야의 문제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즈니스사진은 인상, 웨딩, 베이비, 광고, 보도, 상업적 보도 사진, 스탁사진, 이미지사진 등과 학원, 대학 등 사진지식을 비즈니스로 연결한 많은 사진관련 산업이 위기를 맞고 쇠퇴기를 거쳐 사양길로 간다면 수 만에서 수 십 만 명에 해당하는 관련자들의 미래가 절망적일 수밖에 없다. 필자가 피부로 느끼는 것과 많은 사진관련 사람들을 통해서 전통사진은 이미 위기를 지나서 사양길로 급속히 진전되고 있는 상황이 되고 있다. 그 원인을 많은 사진관련 사람들은 경기가 불황인 경제적인 원인을 들고 있고 수요에 비해서 공급인 사진관련 종사자가 너무 많은데서 찾고 있다. 또한 사진의 디지털화에 따른 원인을 찾고 있다. 물론 그런 원인은 사진시장이 어려운 상황을 설명하는 상당히 타당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러한 이유는 사진가들에게 현재의 상황을 합리화하는 빌미를 얻거나 위로받자는 측면이 더 강하다고 생각한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사회가 발전한 만큼 사진가가 따라가지 못한 문화적인 측면에서 찾아야 한다. 디지털 정보화 세상이 되면서 사진의 수요와 소비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필름카메라에 비해 4배 이상의 촬영을 한다고 하고 디지털카메라는 이제 휴대폰, 캠코더, PDA 등에 부착되어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사진이 촬영되고 있다. 그 많은 사진은 개인 컴퓨터의 하드 속에 또는 CD, DVD 등에 데이터로 저장되거나 인터넷 등을 통한 어딘가의 서버에 정보로 기록, 보관, 정리, 활용되고 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사진 동호인과 모임은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고 zoomin, dcinside, slrclub, raysoda.com 등 그들이 운영하는 사이트는 하루 수십만에서 수만 명이 접속하고 무언가 흔적을 남기고 정보와 지식을 얻고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디지털화된 사진은 국내에 머물러 있지 않고 인터넷 등의 사이버 공간에서 더욱 자유롭게 공유되면서 세계인 누구나가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되어 급속히 퍼져가고 있다. 디지털 사진을 포함한 사진 전체로 보면 이제 전통사진은 사진의 바다 위에 떠있는 섬에 갇힌 느낌이 든다. 전통사진의 전문가들은 사진의 홍수 속에서 반대로 수입이 급속히 줄고 있고 사진가의 위치 또한 과거에 비해 가치를 잃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그 원인은 사진가 스스로 그렇게 만든 것이고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역행했기 때문이고 첫째도 둘째도 공부를 게을리 한 사진가에게 있다.
스페셜리스트(Specialist)와 상식 이하
1950년 이전에는 자동차 운전수의 위치가 지금의 비행기 파일럿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위치에 있었다고 한다. 운전을 하는 것은 상당한 기술이었고 또한 아무나 배울 수 있지도 않았기 때문에 수입도 많았고 좋은 직업으로 여자들에게 인기도 많았다고 한다. 1970년대까지 자가용에는 대부분 운전수가 있었고 지금은 없어졌지만 운전 면허증을 따기 위한 필기시험에 엔진구조학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운전하기 까다로운 구조와 고장이 많았기 때문에 운전자는 엔진 구조학을 알아야 고칠 수 있었다. 과거 운전이라는 기술과 운전수라는 직업은 상당한 스페셜리스트였으나 지금은 누구나 운전을 해야 좀 더 세상을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기본기술이고 운전수라는 직업은 평범한 많은 직업 중 하나일 뿐이다. 사진도 자동차 운전과 비슷한 상황이다. 최인진 씨가 쓴 ‘한국사진사’를 보면 초기의 일본인 사진사들은 한국에서 상당한 위치에 있었고 또한 돈을 많이 벌어갔다고 한다. 황철, 지운영, 김규진 등 초기의 사진을 시작했던 우리나라 분들은 일본에서 사진을 배웠고 모두 상당히 재력이 있었던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사진기술은 초기의 운전처럼 아무나 배울 수 있는 기술이 아니었다. 일본인들은 한국 사람들에게 사진기술을 가르쳐 주지 않으려 했고 어렵게 사진관에 들어가서 제대로 노출을 맞추는데 7년 정도가 걸렸다는 기록도 있다. 그만큼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스페셜리스트였던 것이다. SLR 카메라에 오토 노출이 적용된 것이 불과 30년 전이기 때문에 그 전의 사진가들은 어려운 경험을 쌓아야만 어느 정도의 사진을 만들 수 있었다. 그때까지 사진내용이 좋든 나쁘든 사진이 어느 정도 예쁘게 나오게 만드는 것 만으로도 스페셜리스트 취급을 받을 수 있었다. 지금은 프로용 카메라이든 보급형이든 아주 특별한 조건이 아니면 프로그램 모드로 설정하고 촬영하면 대부분 사진이 잘 나온다. 과거에는 수년간 노력을 해야 했던 일을 요즘에는 불과 몇 분이면 배울 수 있다. 이젠 사진을 촬영하여 예쁘게 만들 수 있다고 하여 스페셜리스트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 더욱 디지털 사진 쪽에서는 동호인과 아마추어가 경우에 따라서는 사진 전문가 보다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갖고 있고 사진을 실제적으로 더 잘 찍기도 한다. 그들이 만든 디지털 사진 책을 전통사진에 익숙한 전문가들이 사서 보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에는 스페셜리스트였으나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에 제너럴리스트(Generalist)가 되고 그리고 또 머물러 있으면 일반적인 상식조차 없는 사람이 되는 세상을 살고 있다. 지금 사진으로 나를 찾는 사람이 없다면, 나의 수입과 위치가 자꾸만 축소된다면, 새로운 세계를 뛰어들 용기가 부족하다면,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불안하고 자신감이 없다면, 새로운 사진을 보고 판단할 능력이 없다면 나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가 한번쯤 생각해 보고 미래를 설계해야 할 것이다.
1년에 배씩 늘어나는 사진정보와 지식
인텔(Intel)의 공동창업자 무어(Gordeon Moore)는 1965년,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집적되는 트랜지스터 수가 대략 2년마다 두 배로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무어의 법칙(Moore’s law)’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컴퓨터업계의 급속하고도 지속적인 발전을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 후 무어의 법칙은 정리되어 18개월 마다 하드웨어와 정보가 두 배씩 늘어간다는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는 법칙으로 정리되어 컴퓨터 관련 뿐 아니라 경제문화 등에 적용하여 쓰였다. 사진도 예외 없이 적용되어 1990년대 초반 불과 수 만 화소로 출발한 디지털카메라는 진화하여 이제 2200만 화소의 디지털카메라가 팔리고 있고 4000만 화소대의 디지털카메라가 발표되었다. 디지털카메라 관련 산업과 문화의 보급과 발전 속도는 사진 전문가와 도구를 생산하는 기업의 예상을 훨씬 앞서서 발전 진화되고 있다. 우리의 현실은 필자의 생각으로는 처음부터 폐기처분된 지식을 배우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2학년을 마치고 군에서 2년을 보내고 오면 과거에 배운 지식은 거의 쓸모가 없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필자가 가르치는 학교의 학생들 중 군에 다녀와서 도저히 적응을 못해 방황하는 학생들을 자주 본다. 1년에 배씩 지식과 정보가 늘어간다는 것은 언뜻 생각하면 별것 아닌 것으로 느낄 수 있으나 2년이면 현재의 4배, 3년이면 8배, 4년 이면 16배가 되어 머물러 있다면 4년 후에는 10% 이하로 지식과 정보가 줄어들게 되는 것을 말한다. 즉 10년 전에 훌륭한 혁명적인 사진가가 있었다고 가정했을 때 그가 그때의 생각과 지식과 정보를 아직도 유지하고 더 이상 발전이 없었다고 하자. 그의 다른 인간성과 감성 등 훌륭함을 제외한 단순한 지식과 정보만 이야기 할 때 지금 시점에서는 전문가는 고사하고 이미 오래 전에 상식 이하의 지식과 정보를 갖고 있는 사진가가 된 것이다. 사진관의 전문가가 맡기는 사람보다 사진에 대한(특히 디지털 사진) 지식과 정보가 더 없는 이유가 바로 공부를 하지 않고 여러 가지 이유로 과거에 정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광고사진 하는 사진가가 오래 전부터 컴퓨터를 써온 디자이너들 보다 포토샵 보정 수정, 켈리브레션, CMS 등을 더 모른다면 디지털 데이터로 납품해야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다. 하루 종일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등을 보고 인터넷으로 정보와 지식을 얻는 영상세대 학생에게 따분한 사진을 하라고 하면 설득력이 없을 것이다. 1년에 배씩 늘어나는 정보와 지식을 전부 다 따라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 흐름을 파악하고 죽을 때까지 공부를 해가며 살아 갈 수밖에 없는 세상은 확실한 것 같다. 전통적인 사진이 지금 사양길에 접어든 것은 세상의 변화에 어쩔 수 없는 흐름이지만 거기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것은 사진가의 책임이다. 미래를 예측하고 미리 대비를 하지 못한 것도 사진가의 몫이고 사진 전문가에서 평범한 사람으로 다시 상식 이하의 사람으로 되었다면 그것은 공부를 게을리 한 사진가의 몫이다. 현재, 상당한 사진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도 3년만 그대로 머물러 있다면 평범한 사람으로 되고 또 다시 3년을 그대로 머물러 있는 다면 그는 상식 이하의 사진가가 되는 것이다. 받아들이기 싫어도 사진세계 뿐 아니라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우리의 운명이다. 유일한 해결 방법은 공부를 계속하고 세상을 넓게 보는 안목을 기르는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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