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레터, 스모크, 조페시의 특종 등 영화 속에 담긴 다양한 ‘사진 이야기’ 엿 보기
사진과 영화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매초마다 24개의 정지영상을 구현해 움직이는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 영화(Motion Picture)인 것. 찰나의 순간인 사진이 무수히 이어지면서 그 안에 아름다운 영상과 이야기가 담기게 된다. 그래서 일부 사진 관련 수업에선 영화 속에서 사진을 탐구하면서 그 역사와 기술적 요소를 이야기한다. 특히, 적지 않은 영화 속에서 사진이나 카메라는 이야기 전개의 중요한 매개체로 등장해 사진인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도 한다. 시대와 장르를 뛰어 넘어 그 원류인 사진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다른 시각에서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영화 속 사진 이야기를 소개한다. - 편집자 주 -
러브 레터(Love letter, 1995년)
▲ 영화에서 나온 카메라 폴라로이드 ‘SX-70’(좌)과 니콘 필름카메라 ‘F4’(우)
“‘러브 레터’의 영화 속 두 개의 카메라(폴라로이드 SX-70과 니콘 필름카메라 ‘F4’)는 각기 다른 용도로 이야기 전개의중요한 역할을 하며, 지나간 추억과 돌이킬 수 없는 옛 것에 대한 진지한 회상을 풀어낸다”
지난 1999년 한국에서 개봉한 ‘러브 레터’는 나카야마 미호(와타나베 히로코)와 도요카와 에츠시(시게루 아키바), 카시와바라 타카시(후지이 이츠키)가 출연하고, 이와이 슈운지 감독이 만든 아름다운 영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러브 레터는 ‘기억과 사랑이라는 일상적 소재를 아름다운 영상과 감미로운 음악으로 완벽히 조합해냈다’는 호평을 받으며 한국 개봉 당시 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이 영화로 하여금 폴라로이드 사진기(폴라로이드 SX-70)의 인기가 높아졌고,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죽은 연인을 그리워하며 졸업앨범에서 연인의 옛날 집 주소를 알아내어 편지를 보낸 주인공, 와타나베 히로코는 연인과 동명이인이자 중학교 동창인 후지이 이츠키로부터 뜻밖의 답장을 받게 된다. 이를 계기로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죽은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던 히로코는 자신이 전혀 알지 못하는 연인, 이츠키의 어릴 적 추억을 자신에게 들려 달라며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보낸다. 이츠키는 중학교 시절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고통의 세월을 보내야했던 시절을 반추하며, 폴라로이드로 추억이 서려있는 장소들을 더듬어 본다. 그 폴라로이드 사진은 히로코와 이츠키, 이츠키와 이츠키의 연결고리로 히로코가 느끼는 이츠키의 추억이자 두 이츠키의 어린 시절을 재생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현재의 사건이 아닌 과거 시점에서 투박한 폴라로이드가 기억을 전해주는 특별한 소품이 된 것이다. 또 중학교 시절 이츠키는 니콘 카메라 ‘F4’로 또 다른 이츠키를 ‘클로즈업’해 엿보는 장면이 있는데, 이러한 효과는 소년 이츠키의 어린 시절 관심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 영화 속 두 개의 카메라는 각기 다른 용도로 이야기 전개의 중요한 역할을 하며, 지나간 추억과 돌이킬 수 없는 옛 것에 대한 진지한 회상을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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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페시의 특종(The Public Eye, 1992년)
▲ 조페시의 특종에서 주인공 번지가 사용한 4×5 카메라
“‘조페시의 특종’에 나오는 번지와 실제 인물인 사진가 위지는 4×5 카메라로 F/16, 1/200초 그리고 플래시를 이용해 범죄 현장을 촬영한다. 아마 이 영화는 사진을 통해 한 인물의 일대기를 그리기보다, 각자의 삶을 되돌아 보기위한 동기부여를 더 바라고 있다.‘이것이 사진의 힘’이라고 영화 조페시의 특종은 말한다”
지난 1992년 개봉한 ‘조페시의 특종’은 하워드 프랭클린 감독의 영화로, 조페시(번지)와 바바라 허쉬(케이)가 출연하며 우리나라에서는 1993년 비디오로 소개됐다. 이 영화는 사진가 위지(Weegee)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으로, 사진가는 시대에 도래했던 회화적인 사진가가 아니라 범죄를 쫓아다니며 사건을 촬영한다.
범죄가 들끓던 1942년 뉴욕. 번지는 특종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집요한 사진기자로, 그의 꿈은 자신이 사건 현장에서 촬영한 뉴욕 시민들의 사진을 모아 사진집을 발간하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카페(소사이어트) 여주인 케이(바바라 허쉬)가 스폰서가 되어줄 것을 약속하며 자신의 남편이 사망한 후 사귀게 된 한 남자의 신원조사를 의뢰하고, 번지는 이 일에 착수한다. 이 과정에서 번지는 케이의 남편이 뉴욕 암흑가의 범죄 조직과 연계되어 전쟁터로 보내져야 할 군용물자를 중간과정에서 빼돌려 왔다는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번지는 이 일을 입증하기 위해 사진을 촬영한다.
이 영화에 나오는 번지와 실제 인물인 사진가 위지는 4×5카메라로 F/16, 1/200초 그리고 플래시를 이용해 범죄 현장을 촬영한다. 특정 부분만 밝게 하기 위해서 플래시를 사용했고 암실 작업을 통해 주변은 버닝을 했다. 보는 이로 하여금 보여주고 싶은 것만 집중하게끔 한 것이다. 그가 작품집을 내려고 할 때마다 퇴짜를 맞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그 당시 사진계의 동향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살인 현장의 모습을 외면당하지만 전시를 하면서 사람들의 냉정하고 차가운 시선에 대해서 위지는 놀랐다고 말한다. 이는 현실을 외면하고 싶거나, 죽음과 반대인 삶을 진지하게 성찰해 보는 계기가 됐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사진을 통해 한 인물의 일대기를 그리기보다, 각자의 삶을 되돌아 보기위한 동기부여를 더 바라고 있다. 이것이 사진의 힘이라고 영화 ‘조페시의 특종’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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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크(Smoke, 1995년)
▲ 영화‘스모크’에서 오기가 사용했던 캐논 필름카메라 ‘EF-1’
“ 주인공인 오기는 우연히 갖게 된 캐논 카메라 ‘EF-1’으로 매일 휴가를 떠나는 기분으로 한 장소에서 무려 4천 컷이 넘는 사진을 촬영하게 되는데, 이것은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삶은 이것이다’라고 정의하며 매일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촬영한 사진 속에서 많은 의미를 발견한다”
폴 오스터가 쓴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원작인 ‘스모크’는 웨인 왕 감독이 연출하고, 허비 케이틀(오기 렌)과 윌리엄 허트(폴)가 주연인 1995년 개봉작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오기는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촬영을 하지만, 그것이 주는 잔잔한 의미와 감동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오기는 우연히 갖게 된 캐논 카메라 ‘EF-1’으로 매일 휴가를 떠나는 기분으로 한 장소에서 무려 4천 컷이 넘는 사진을 촬영하게 되는데, 이것은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삶은 이것이다’라고 정의한다.
길모퉁이에 있는 담배 가게 주인인 오기는 입담이 꽤나 뛰어난 사람으로, 자신의 가게에 들르는 사람들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폴은 작가였지만 아내를 잃고 더 이상 글을 쓰지 않는다. 오기는 14년 동안 매일 아침 같은 자리에서 같은 풍경을 촬영해 4천 장 넘는 방대한 양의 사진을 가지고 있다. 어느 날 오기는 폴에게 자신이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는데, 폴은 대충 보고 지나친다. 하지만 오기는 폴에게 하나하나 세심히 볼 것을 권유하고, 그 사진 속에서 폴의 부인이 살아있었을 때 모습을 발견한 폴은 눈물을 흘린다. 이 영화는 크게 5가지 스토리로 전개 되는데, 오기의 담배 가게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오기의 일상에 갑자기 뛰어 들어서 그들의 삶에 영향을 주게 된다. 그들에게 사진이 갖는 힘은 크지 않지만, 매일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촬영한 사진 속에서 많은 의미를 발견한다. 그것은 영화 속 오기의 대사에 드러난다. “같아 보이지만 천천히 보면 하나하나가 모두 다르다. 밝고 어두운 아침… 여름과 가을 햇살… 아는 이가 있는 가하면 낯선 사람도 있어. 낯선 사람이 어느덧 이웃이 되기도 하지.” 정말 담배 하나를 물고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논제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만 같은 영화, 스모크는 여운이 오래도록 지속되는 영화다. 현재가 아닌 지난 날의 사진이지만, 그 사진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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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안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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