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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선 사진평론가가 말하는 ‘좋은 사진, 끌리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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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0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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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한사진영상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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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이하 P&I)은 다양한 기자재 전시와 함께 전문가와 사진애호가를 아우르는 폭넓은 사진 주제의 강의로 구성된다. 특히, P&I2010에선 일반 대중들에게 유명한 사진 서적 집필자들과 사진평론가 그리고 스튜디오 관계자들이 강사로 나서 세미나장은 연일 관람객들로 가득 찼다.
이에 본보에선 P&I2010의 19개 세미나 중 가장 큰 인기를 모았던 진동선 사진평론가의 ‘좋은 사진, 끌리는 사진’ 강연을 정리해 게재하니 본지 애독자들의 많은 참고 바란다. - 편집자 주 -
강의 : 진동선 사진평론가
▲ P&I2010에서 ‘좋은사진, 끌리는 사진’ 강연 전경
“이 세상에 나쁜 사진이란 없다”
사람들은 카메라가 발달하면서 기기에 따라 사진이 다르게 나온다고 여긴다. 하지만 카메라는 인간의 눈에 연장일 뿐이다. 즉, 인간의 눈과 마음을 통해서 사진이 촬영되는 것이다. 이는 악기를 다루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같은 악기라도 연주하는 사람에 따라 소리가 다른 것처럼 카메라도 마찬가지다. 전설의 명기인 카메라역시 그것을 다루는 사람에 의해 빛이 나는 것이지, 단순히 좋은 카메라여서 사진이 잘 촬영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사진을 촬영할 때는 어느 정도의 기술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사진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기술이 표현을 이끌고, 표현이 기술을 이끌기 때문에 기술과 표현, 두 가지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일반 사람들이 평범한 카메라로 일상을 찍을 때 의외로 주옥같은 사진들이 많이 나온다. 좋은 사진은 장비의 품질이나 촬영 기술에 상관없이 누구나 촬영할 수 있다. 좋은 사진과 잘 찍은 사진의 의미는 다르다. ‘사진을 잘 찍는다’는 것은 기술적 의미다. 설사 촬영 기술이 부족하다고 해서 좋은 사진을 찍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사진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 예로 앨범을 들 수 있다. 부모가 찍은 아이들의 사진을 보자. 초점이 맞지 않고, 구도가 어긋난 사진이지만 누구하나 그 사진을 버리지 않는다. 그 사진 속에는 마음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진은 좋은 사진이다. 좋은 사진, 더 좋은 사진, 더욱 좋은 사진, 더더욱 좋은 사진이 존재할 뿐 나쁜 사진은 없다. 좋은 사진에는 우열이 없다. 자신의 엄마와 남의 엄마를 비교할 수 없는 것처럼 좋은 사진과 나쁜 사진도 구별할 수 없다. 사진은 이미 흘러가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표상이자 다시금 돌이킬 수 없는 시간과의 만남이며, 시간과 의미의 깊이를 지닌다. 그래서 모든 사진은 나쁜 사진이 아니다. 사진을 잘못 촬영했다고 해도 지우지 마라. 시간이 지나면 사진을 보는 시각이 달라져서 지금 지우려고 했던 사진이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사진을 선택하되 지우지는 말라.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라”
타인의 사진을 볼 때는 단순히 참고만 하라. 그 사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의 틀에서 남의 사진을 평가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견해일 뿐이다.
사람들은 사진을 인터넷이나 사람들에게 배울 수 있는데 왜 사진학과에 가는지 궁금해 한다. 이는 우리말을 할 수 있으며, 글을 쓸 수 있는데 왜 국문과를 가느냐는 질문과 같다. 사진학과는 20~30년 간 사진적 노하우를 쌓아 온 교육자들을 만날 수 있는 장소다. 즉, 많은 사람들에게서 얻은 정보로 내 사진의 깊이와 폭을 넓혀갈 수 있다. 한 사람에게만 사사받은 경우 고정관념이 생겨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데로 표현할 수 있는 사진이 좋은 사진이다. 프로 사진가는 기술적으로 720도의 눈을 가져야 한다. 수평으로 360도, 수직으로 360도의 세상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사진의 구도는 내가 보고 싶은 만큼 담는 것이고, 초점은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말하는 것이다. 또 노출은 내가 현재 표현하고 싶은 밝기다. 하지만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들이 범하는 오류 중 하나가 적정 노출이다. 이 세상에 적정 노출은 없다. 행여나 실수에 대비한 하나의 기준인 것이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밝으면 밝게 노출을 주고, 세상을 어둡게 바라보면 어둡게 표현하는 것이다.
각자의 시선에 따라 달라지는 사진은 서로 다른 세상이다. 누군가 촬영을 하고 있다면, 그 사람이 촬영을 다 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세상을 바라 볼 수 있다.
“좋은 사진을 판단하기 위한 물리적, 정신적 L·C·D·F”
사진의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좋은 사진을 판단할 수 있을까? 그 판단 기준이 바로 L·C·D·F다.
L·C·D·F는 물리적 표현과 정신적 표현으로 구분된다. 물리적 L·C·D·F는 다음과 같다.
L은 Light(빛)다. 기본적으로 빛이 없으면 사진을 촬영할 수 없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빛을 보기 위해서는 그 뒤의 어둠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빛은 어두운 곳에서 빛난다. 빛을 볼 수 있어야 하고, 느낄 수 있어야 하며, 표현할 수 있어야 빛이다.
C는 Color(색)로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빛은 색을 만들어 낸다. 이 세상의 빛은 만물의 질서와 조화롭게 화합해 절대적인 색이란 없다. 빛이 만들어 내는 색을 사진이 어떻게 수용하고 관계를 맺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흑백은 색이 제거된 관념의 색이다.
Design(디자인)의 D는 구도, 구성, 형태, 패턴, 스타일을 포괄한다. De와 Sign의 합성인 디자인은 이 세상의 형태와 색을 어울리게 하는 신호이며, 자연을 재배치하는 것이다.
F는 Frame(구도)으로, 나만의 뷰 파인더 안에서 내가 감싸고 있는 디자인에 최종적으로 나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뷰파인더, 모니터, 액자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경계를 지니고 있다.
한편, 정신적 L·C·D·F에서 L은 Looking으로 보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은 거울과 창이다. 세상에 대한 이야기는 창이며, 나에 대한 이야기는 거울이다. 모든 표현은 세상에 대한 이야기거나 나에 대한 것이다. 내가 거울 앞에서 촬영하면 나에게 끌려가고, 창틀에 두면 세상에 끌려가게 된다. 즉, 끌려오고 끌려가는 것이다. 바라봄과 알아봄은 동시에 진행되는 것으로, 이를 잘 알아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Choice인 C는 사진을 선택하는 것을 말한다. 셔터스피드, 조리개, 렌즈 등 사진가는 무수히 많은 것을 선택한다.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고, 그 속에서 사진이 죽고 산다. 단 한 번의 선택은 돌이킬 수 없다.
D는 Directing으로 사진가가 사진의 주제, 소재, 대상 등을 감독하는 것으로 모든 사진을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달렸다. 사진의 능력이 곧 사진가의 능력이 되는 것이다.
F는 Frame으로 인식의 프레임이다. 사람이 인식하는 것에 따라 같은 장소에서도 다른 사진이 나올 수 있다. 똑같은 자리에서 셔터스피드를 1/8000초로 설정해 찍느냐 8분으로 찍느냐는 어떻게 인식하고 느끼는지를 알려줄 것이다.
따라서 이 기준을 통해 좋은 사진을 선정한다. 좋은 사진에 끌리게 마련이다. 그 끌림은 긴 끌림으로 오랜 여운을 남긴다. 사진에서는 예술분야 중 유일하게 천재가 나오지 않는다. 어찌 보면 천재가 나오지 않는 것이 사진하는 사람에게는 행복한 일이다. 누구에게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좋은 카메라의 요건
자기에게 잘맞는 카메라, 사진가의 표현 혹은 표현 의도에 가장 부합하는 카메라, 자신이 즐겨 사용하는 카메라, 역경과 고락을 함께 한 카메라가 좋은 카메라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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