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례허식의 대표적인 사례로 치부되던 결혼 문화가 개성 강한 젊은이들의 의식 변화에 따라 현실적으로 바뀌고 있다. 불필요한 주례사를 없애고, 값비싼 예식장 대신 카페나 야외에서 결혼식을 여는가하면 웨딩드레스를 직접 제작하는 등 필요 이상의 소비를 최소화 하는 것이다. 특히, 서구의 파티 문화가 국내에도 공공연하게 유입되면서, 이는 결혼식에도 적잖게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사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스튜디오 촬영(리허설)과 본식 원판 사진으로 양분되던 웨딩 상품의 뒤를 이어 자연스러움과 현장성을 강조한 본식 스냅 사진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새로운 아이템의 등장은 분명 웨딩 전문 스튜디오의 호재지만 인력이 부족한 스튜디오들은 반대로 울상을 짓고 있다. 더욱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스냅 전문 포토그래퍼들이 고수익을 올리며 재미를 보고 있지만, 사진 품질이 대부분 떨어져 오히려 ‘본식 스냅 사진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본보에선 젊은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는 본식 스냅 사진의 실제 보급 현황과 해당 상품이 웨딩시장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 편집자 주 -
웨딩 사진은 크게 ‘스튜디오 촬영’과 ‘본식 촬영’으로 구분
결혼식은 진행 방식에 따라 전통 혼례와 신식 결혼으로 나뉜다. 1950년 대 후반부터 서구식 결혼 문화가 국내에 유입되면서 점차 전통 혼례보다는 서양의 결혼식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한편, 얼마 전 취업 포털 커리어가 미혼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주거 구입 비용을 제외한 평균 결혼 비용이 3천6백만 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 여성가족부가 남녀 4,7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남성은 평균 8천만 원, 여성은 약 3천만 원의 결혼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웨딩 사진 촬영비용은 평균 약 150~200만 원 선인데, 이마저도 사진에 큰 비중을 두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실속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들은 셀프 촬영을 선호하거나 심지어 사진을 좋아하지 않는 예비부부들은 웨딩 촬영을 아예 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웨딩 사진은 일반적으로 스튜디오 촬영, 본식 원판 촬영, 리허설 촬영, 스냅 촬영, 본식 스냅 촬영 등 기준 없이 중구난방으로 불리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애매모호한 명칭 탓에 혼돈을 일으킬 때가 많다. 특히, 웨딩 컨설팅을 통해 스튜디오를 선택하는 소비자는 이러한 상품 용어에 더욱 애를 먹기도 한다.
사진 업계에서 규정하는 웨딩 사진은 크게 스튜디오와 본식 촬영으로 구분된다. ‘스튜디오 촬영’은 결혼식 전에 스튜디오 세트장에서 촬영하는 것으로, 흔히 말하는 ‘리허설 촬영’과 의미가 같다. 또 결혼식에서 진행되는 ‘본식 촬영’은 본식 ‘원판’과 ‘스냅’으로 나뉜다. 본식 원판은 신랑신부, 주례, 친인척, 지인, 폐백의 모습을 담는 기록사진이고, 본식 스냅은 결혼식 현장의 모습을 연출하지 않고 간편하게 촬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개성 강한 신세대들은 연출되지 않은 ‘본식 스냅 사진’ 선호
초창기 스튜디오들은 베이비, 가족, 웨딩, 증명 등 모든 촬영 분야를 취급하는 토털 숍이었다. 그러나 점차 촬영 영역이 세분화되면서 스튜디오도 촬영 분야를 전문화하기 시작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웨딩’과 ‘베이비’다. 특히, 웨딩 전문 스튜디오는 본식 촬영과 스튜디오 촬영이 주 수익원으로, 1980~90년대만해도 엄청난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웨딩 컨설팅 업체가 등장하고, 디지털카메라가 대중화되면서 웨딩 스튜디오는 커다란 지각 변동을 맞게 되었다.
스튜디오가 주도하던 웨딩사진은 컨설팅 업체로 그 중심이 이양되었고, 디지털카메라의 대중화는 웨딩 사진에 대한 소비자들의 소비문화를 변하게 했다. 따라서 웨딩스튜디오를 직접 방문하는 소비자가 줄고, 잘 찍는 스튜디오로 물량이 쏠리면서 웨딩스튜디오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웨딩사진 상품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스튜디오와 본식 촬영에 이어 본식 스냅의 수요도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약 2년 전부터 상품화되기 시작한 본식 스냅은 미국이나 유럽의 결혼 문화에서 비롯되었다. 하우스 웨딩이 보편화된 서구에선 결혼식이 하나의 파티 문화로 인식되고 있어 웨딩사진 또한 정형화된 본식 원판보다는 스냅촬영이 대세다. 이와 같은 결혼 문화를 경험한 해외 유학생들이 한국에 유입되기 시작하고,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의 웨딩 정보가 공유되면서 이러한 스냅 촬영이 한국에서도 확산되는 추세다.
과거 우리나라에선 본식 촬영이 원판과 스냅으로 구분되었지만 지금은 스튜디오의 여건 상 원판사진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개성이 뚜렷한 신세대들은 나만의 모습이 담긴 본식 스냅을 선호하기 시작했고, 불과 1~2년 사이 그 수요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또 본식 스냅은 다른 웨딩 상품에 비해 가격도 저렴해 특히 신부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본식 스냅 사진 전문업체 등장
본식 스냅만 전문으로 촬영하는 업체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소비자는 이러한 신규 상품을 반기는 분위기지만, 기존 웨딩 스튜디오는 또 다른 경쟁사의 등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본식 스냅을 취급하는 업체 중에는 전문 사진가가 아닌 인건비가 저렴한 아마추어를 고용하거나 또는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투잡으로 하는 경우도 있어 실제 홈페이지에 등록된 사진과 다른 결과물에 실망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본식 촬영 전문 사계절스튜디오의 김영하 대표는 “온라인 채널이 발달하면서 카페와 블로그를 통해 본식 스냅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며, “대다수의 스냅 촬영은 구도나 앵글이 형편 없지만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이다보니 소비자들은 일방적으로 촬영자에게 끌려갈 수밖에 없고, 그 결과물에 실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전주 미엘웨딩의 유신웅 대표 역시 “프리랜서 사진가들이 촬영한 스냅 사진의 품질이 형편없어 소비자가 실망하는 경우를 여러번 본 적 있다”며, “아마추어들이 촬영한 스냅사진의 품질을 보장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본식 스냅 촬영은 과거 웨딩스튜디오의 몫이었다. 따라서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은 그들에게 썩 좋은 일은 아니다. 더욱이 신생 업체 및 프리랜서들의 주먹구구식 영업이 기존 웨딩사진시장을 흐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폐해는 여러 사이트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리다스튜디오의 김정석 대표는 “본식 스냅은 웨딩시장의 전통 상품이다”며, “아마추어의 무분별한 유입으로 상품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아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또 라망스튜디오의 최규하 대표는 “품질이 낮은 스냅사진을 받아 본 소비자들의 피해를 보상할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것도 문제지만, 이들로 인해 기존 웨딩스튜디오까지 평가 절하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세태를 부정적으로만 볼 일도 아니다. 웨딩 업계는 아마추어의 시장 유입에 따른 폐해만 따질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어떤 상품을 원하고, 왜 그들을 선택하게 되었지’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한 경쟁은 당연한 이치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본식 스냅 사진은 웨딩사진 업계의 또 다른 기회
빠르게 성장하는 본식 스냅 사진은 웨딩사진 업계의 또 다른 기회다. 사진을 즐기기 시작한 소비자는 기존과 다른 사진을 원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 웨딩스튜디오에선 소비자들의 니즈를 빨리 간파하고, 다양한 패턴의 상품을 내놓아야 한다.
라망스튜디오의 최규하 대표는 “일부 스튜디오에서 본식 스냅을 취급하고 있지만 그 수요를 모두 포괄하기에는 인력 면에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한다. 즉, 스튜디오의 적은 인력으로 기존 스튜디오 및 본식 원판 촬영 외에 제3의 본식 스냅 사진을 소화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본식 스냅 사진이 웨딩시장에 올바르게 정착하려면 저급한 사진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을 고려해야 한다. 우선, 인터넷 상에서 활동하는 개인 촬영자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책임감 없이 무작정 촬영만 일삼는 그들은 시장을 확대하기보다 오히려 ‘본식 스냅 사진’이라는 웨딩 상품에 대한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
이에 대다수의 웨딩스튜디오 관계자들은 “본식 스냅 사진을 취급하는 업체나 촬영자들이 사진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소비자들의 불만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이들은 “스냅 사진이나 서비스 품질의 객관적인 기준도 하루 빨리 확립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재 / 이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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