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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스케이프, 사진‧회화‧조각‧설치 단체전 ‘플로베르의 침묵’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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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2-1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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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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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2월24일까지 사진작가 유영진의 북아현동 재개발 지역 폐허 작업 등 4人의 개성 있는 작품 전시 -
회화와 사진, 조각과 설치작업이 한데 어우러진 독특한 단체전 ‘플로베르의 침묵(Silences de Flaubert)’이 서울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갤러리 스케이프(Gallery Skape, www.skape.co.kr )에서 오는 2월24일까지 열린다.
전시 제목은 문학이론가 제라르 주네트(Gérard Genette)가 1966년에 쓴 글 ‘플로베르의 침묵(Silences de Flaubert)’을 인용한 것으로 상투적인 글쓰기의 고통을 의미한다.
이번 단체전 참여작가는 사진작가 유영진을 비롯해 이혜승(미술), 고명근(조각), 김승영(설치) 등이다.
화가 이혜승의 시선은 틈새가 있는 벽, 창문보다는 창가, 통로와 같이 열림과 닫힘 사이의 공간 등 경계에 머문다. 감정이 절제된 그의 붓 터치는 마치 벽을 어루만지듯 사려 깊게 벽면의 한 귀퉁이, 차폐된 공간에 담긴 침묵과 욕망을 그려낸다.
사진매체를 통해 찰나에 존재하던 시공간성에 대해 고민해 온 유영진은 기억과 시공간에 담긴 현존과 부재를 관조해낸다. 북아현동 재개발 지역에서 채집된 폐허의 사물들은 스노우 글로브 형상의 플라스틱 구에 담겨 유토피아적인 건축구조로 되살아난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건물사진은 아세톤으로 지워져 사라져가는 풍경으로 남고, 그 지워진 흔적들은 잿빛의 가루로 글로브 안에 흩뿌려져 삭제된 꿈과 불안한 미래를 애도한다.
유영진의 기억과 시간에 대한 관찰, 이혜승이 붓으로 보듬는 벽의 인상은 고명근의 작업에서 투명한 물성의 사진조각으로 매개된다. 고명근의 1990년대 초기작을 보면 낡고 지저분한 벽면들 위로 차폐된 창문, 폐쇄된 건물의 인상이 침묵의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했다. 이후 작가는 투명한 물성을 가진 OHP 필름, 플렉시글라스를 사진조각에 도입하며 표면으로부터 오브제 안으로 시선을 관통하는 흐름의 공간을 형성해 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2000년대 이후 건물 작품들은 재현과 환영 사이에서 벽의 경계 지점을 벗어나는 응시의 무한한 황홀함을 전달한다.
지하 공간에 독립된 방으로 마련된 김승영의 작업은 외부 세계의 풍경과 내면 깊숙이 잠긴 개인의 침묵을 서로 조응(照應) 시킨다. 2012년 작가가 남극을 다녀온 경험에서 나온 ‘깃발’은 광활한 눈밭처럼 깔린 소금 위로 작은 깃발이 미세하게 펄럭이는 작업이다. 지난해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를 다녀온 작가는 우주의 섭리가 담긴 숭고한 자연의 시간을 깃발 작업에 투영시켰다.
▲ 갤러리 스케이프는 오는 2월24일까지 사진‧회화‧조각‧설치 단체전 ‘플로베르의 침묵’을 연다. 사진은 ‘플로베르의 침묵(Silences de Flaubert)’ 포스터(상)와 전시 작품 ‘The Weathering, 2013, Pigment print, acetone, 97×130cm’(하) ⓒ 유영진 (사진 제공 : 갤러리 스케이프)
김성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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